【01-01-03】 3/260 왕도정치의 시작-생존을 넘어 생활
양혜왕이 말했다.
“과인은 나라를 다스리는데 온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내(河內) 지방에 흉년이 들면 백성을 하동(河東) 지방으로 이주시키고, 곡식을 하내 지방으로 옮겨주었으며, 하동 지방에 흉년이 들면 또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의 정사를 살펴보건대, 과인처럼 마음을 쓰는 자가 없는데도 이웃 나라의 백성들이 더 적어지지 않으며, 과인의 백성들이 더 많아지지 않는 것은 어찌 된 일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청컨대 전쟁에 비유하여 말하겠습니다. 둥둥 북을 쳐서 병기와 칼날이 이미 접하거든 갑옷을 버리고 병기를 끌고 패주(敗走)하되, 혹은 백 보를 도망한 후에 멈추며 혹은 오십 보를 달아난 뒤에 멈추어서, 오십 보를 달아났다 하여 백 보 달아난 자를 비웃으면 어떻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옳지 않습니다. 단지 백 보가 아닐 뿐이지 이 또한 달아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만일 이것을 아신다면 백성들이 이웃 나라보다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백성이 농사철을 어기지 않게 하면 곡식을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하고,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와 연못에 넣지 않으면 고기와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해지며, 도끼와 자귀를 가지고 적절한 때를 지켜 산림에 들어가 벌목하게 하면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할 것입니다. 곡식과 고기와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하며,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하면, 백성들은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 일에 유감이 없습니다.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 것에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 왕도(王道) 정치의 시작입니다.
다섯 밭두둑(260평)의 집 가장자리에 뽕나무를 심으면 오십 세 된 사람이 비단옷을 입을 수 있으며, 개와 돼지와 닭과 큰 돼지의 가축을 기를 때 번식할 시기를 잃지 않으면 칠십 세 된 노인이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백 두둑(5천 평)의 토지에 농사철을 빼앗지 않는다면 여러 식구의 가족들이 굶주리지 않습니다.
상서라는 학교에서 삼가 교육을 엄격하게 하여 효도하고 공경하는 바른 교육을 펼친다면, 머리가 백발이 된 자가 도로에서 짐을 지거나 머리에 이지 않을 것입니다. 칠십 세 노인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젊은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게 하는데도 왕 노릇 하지 못하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풍년이 들어 양식이 넘쳐나서 개와 돼지가 사람이 먹을 양식을 먹는데도 단속할 줄 모르며, 흉년에 양식이 부족하여 길에 굶주려 시체가 있어도 창고를 열어 나누어 주지 않다가, 사람들이 굶어 죽으면 말하기를 ‘내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흉년 때문이다.’라고 세월을 탓한다면, 이 어찌 사람을 찔러 죽이고 말하기를 ‘내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요, 칼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왕께서 죄를 흉년 탓하지 않으면 온 세상의 백성들이 이 나라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梁惠王이 曰 寡人之於國也에 盡心焉耳矣로니 河內凶則移其民於河東하며 移其粟於河內하고 河東이凶커든 亦然하노니 察隣國之政하면 無如寡人之用心者로되 隣國之民이 不加少하며 寡人之民이 不加多는 何也잇고 孟子對曰 王이 好戰하시니 請以戰喩하리이다 塡然鼓之하야 兵刃旣接이어든 棄甲曳兵而走호되 或百步而後에 止하며或五十步而後에 止하야 以五十步로 笑百步면 則何如하니잇고 曰 不可하니 直不百步耳언정 是亦走也니이다 曰 王如知此하시면 則無望民之多於隣國也하소서 不違農時면 穀不可勝食也며 數罟를 不入洿池면 魚鼈을 不可勝食也며 斧斤을 以時入山林이면 材木을 不可勝用也니 穀與魚鼈을 不可勝食하며 材木을 不可勝用이면 是는 使民養生喪死에 無憾也니 養生喪死에 無憾이 王道之始也니이다 五畝之宅에樹之以桑이면 五十者 可以衣帛矣며 鷄豚狗彘之畜을 無失其時면 七十者 可以食肉矣며 百畝之田을 勿奪其時면 數口之家 可以無飢矣며謹庠序之敎하야 申之以孝悌之義면 頒白者 不負戴於道路矣리니 七十者 衣帛食肉하며 黎民이 不飢不寒이요 然而不王者 未之有也니이다 狗彘食人食而不知檢하며 塗有餓莩而不知發하고 人死 則曰 非我也라 歲也라하나니 是何異於刺人而殺之曰 非我也라 兵也리오 王無罪歲면 斯天下之民이 至焉하리이다.
양혜왕이왈 과인지어국야에 진심언이의로니 하내흉즉이기민어하동하며 이기속어하내하고 하동이흉커든역연하노니 찰인국지정하면 무여과인지용심자로되 인국지민이 불가소하며 과인지민이 불가다는하야잇고 맹자대왈 왕이 호전하시니 청이전유하리이다 전연고지하야 병인기접이어든 기갑예병이주호되 혹백보이후에지하며 혹오십보이후에지하야 이오십보로 소백보면 즉하여하니잇고 왈 불가하니 직불백보이언정 시역주야니이다 왈 왕여지차하시면 즉무망민지다어인국야하소서 불위농시면 곡불가승식야며 촉고를 불입오지면 어별을 불가승식야며 부근을 이시입산림이면 재목을 불가승용야니 곡여어별을 불가승식하며 재목을 불가승용이면 시는 사민양생상사에 무감야니 양생상사에 무감이 왕도지시야니이다 오무지택에 수지이상이면 오십자 가이의백의며 계돈구체지휵을 무실기시면 칠십자 가이식육의며 백무지전을 물탈기시면 수구지가 가이무기의며 근상서지교하야 신지이효제지의면 반백자 불부대어도로의리니 칠십자 의백식육하며 여민이 불기불한이요 연이불왕자 미지유야니이다 구체식인식이부지검하며 도유아부이불지발하고 인사 즉왈 비아야라 세야라하나니 시하이어척인이살지왈 비아야라 병야리오 왕무죄세면 사천하지민이 지언하리이다
1. 맹자는 문제의 본질을 발견하고 적절한 근거나 예시를 들어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쉽게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설득을 아주 잘한다. 이는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은 쉽게 말하고 모르는 사람이 어렵게 말한다. 쉽게 말하려면 풀어서 말하거나 비유해서 말해야 한다. 맹자는 비유의 달인이다. 적재적소에 적절한 비유를 하여 어려운 말을 쉽게 하고 쉬운 말은 마음에 와닿게 하여 상대방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양혜왕은 백성들이 이웃 나라보다 많아지기를 바라지만 맹자는 오십보백보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한다.
2. 민생을 돌보고 복지정책을 강화하여 국민이 불안과 걱정 없이 살아가게 하는 것이 왕도정치라고 말한다. 왕도정치도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말하지 않고 전쟁보다 평화를 중시하여 사람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복지, 청년 일자리, 기본소득 보장 등 오늘날의 복지와 왕도정치의 근본 원리는 다를 바 없다.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 것에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 왕도(王道) 정치의 시작입니다.”라며 쉽게 설명한다. 왕도정치를 시행하는 나라는 많은 사람이 와서 살고 싶을 것이다.
『논어』「위정」 편에 공자는 “정치를 할 때 덕으로 해야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북두성이 제자리에 있는데도 모든 별이 북두성을 중심으로 함께 모이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덕이 있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이는 것과 같다. 정리하면, 왕도정치는 민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기본적인 생존을 걱정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한다. 임금이 세월이나 남 탓을 하지 않고 책임정치를 다한다. 그러면 저절로 많은 사람이 왕도정치를 펴는 나라로 오고 싶을 것이다.
3. 오늘날에도 국가 이미지가 좋으면 수출이 잘 되고 문화사업과 관광사업이 잘되어 국가의 부가 증가한다. 코로나가 창궐하여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을 때 방역을 잘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 하는 이치와 같다. 치안유지를 잘하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며 문화 콘텐츠가 풍부하면 남은 사람들이 오고 싶을 것이다.
4. 최근 몇 달 사이에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위태롭고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다.
대통령은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해결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수석이라는 사람은 “지난 20년 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망발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가치사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70년대 인식이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글로벌 위기 상황 탓을 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무능한 정권이다.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인하여 일자리는 불안하다. 부자는 세금을 깎아주고 기름값, 전기요금은 올린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월급 인상은 억제하라고 한다.
경제교류가 많은 중국과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배척하고 나토에 가서 중국과 러시아 압박의 최전선에 서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여당 대표는 정치권력으로 문화예술인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듯 말하고, 대통령은 지지율이 내려가자 전 정부 탓하며 전 정권 사정 몰이를 시작했다. 정부는 남 탓하거나 세월 탓하지 말고 미국과 서구, 그리고 중국 러시아 사이의 균형외교를 잘하여 외교안보를 굳건히 하고, 경제위기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면 민심은 떠나고 횃불을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