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1-04】 4/260 칼로 죽이나 정치로 죽이나 같다.
양혜왕이 말했다.
“과인은 기꺼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싶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데 몽둥이로 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이 다를 것이 있습니까?”
왕은 “차이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맹자가 말했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까?”하고 묻자,
양혜왕이 “차이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맹자가 말했다.
“지금 임금의 푸줏간에는 살찐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도, 백성들은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는 굶어 죽은 사람이 있다면, 이것은 짐승을 몰아서 사람을 잡아먹게 한 것과 같습니다. 짐승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도 사람들은 미워하는데, 백성의 부모가 되어 정치를 하면서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게 한다면 백성의 부모 다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처음으로 장례식에 순장 인형을 만든 자는 그 후손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사람의 모습을 모방하여 순장하는 것처럼 장례에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백성을 굶주려 죽게 한단 말입니까?”
梁惠王이 曰 寡人이 願安承敎하노이다 孟子對曰 殺人以挺與刃이有以異乎잇가 曰 無以異也니이다 以刃與政이 有以異乎잇가 曰 無以異也니이다 曰庖有肥肉하며 廐有肥馬오 民有飢色하며 野有餓莩면此는 率獸而食人也니이다 獸相食을 且人이 惡之하나니 爲民父母라行政호되 不免於率獸而食人이면 惡在其爲民父母也리잇고 仲尼曰始作俑者 其無後乎인저하시니 爲其象人而用之也시니 如之何其使斯民飢而死也리잇고,
양혜왕이 왈 과인이 원안승교하노이다 맹자대왈 살인이정여인이 유이이호잇가 왈 무이이야니이다 이인여정이 유이이호잇가 왈 무이이야니이다 왈 포유비육하며 구유비마오 민유기색하며 야유아부면 차는 솔수이식인야니이다 수상식을 차인이 오지하나니 위민부모라 행정호되 불면어솔수이식인이면 오재기위민부모야리잇고 중니왈 시작용자 기무후호인저하시니 위기상인이용지야시니 여지하기사사민기이사야리잇고
1.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에 다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맹자는 같다고 말한다. 칼은 보이는 모든 폭력을 상징하고 정치는 보이지 않는 모든 폭력을 상징한다. 정치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거나 괴롭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폭력이다. 코로나 시국에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사람들의 삶은 고달픈데 국가부채만 생각하는 사람이나 월급 인상을 억제하라고 선동하는 사람은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국민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죽어가는데 정부는 대책이 없다고 한다. 사람을 죽이는데 몽둥이로 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이 다를 것이 없고,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없다.
2. 무력을 행사하는 폭력배도 나쁘지만, 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법조인은 폭력배보다 더 나쁘다. 배운 사람이 더 나쁜 짓을 하면 더 큰 벌을 받아야 한다. 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인 법비(法匪)가 많다. 법적 지식을 교활하게 악용하여 타인을 괴롭히고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법비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자와 같다. 정치는 국민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는 법의 지배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 법률가와 기득권의 권익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검찰, 판사, 재벌, 언론 등도 헌법과 법률을 지배를 받는 것이 법치인데 이를 악용하는 것은 도적의 무리와 같다.
3. 눈에 보이는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라 정신적 폭력, 합법적 폭력 등 어떠한 수식과 포장을 해도 폭력은 변함이 없다. 좋은 정치는 폭력과 전쟁을 막고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반면에 나쁜 정치는 혐오를 조장하고 갈등을 일으키며 전쟁을 일삼아 많은 사람을 죽인다. 보이는 악보다 보이지 않는 악을 잘 보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폭력이 더 나쁘다. 힘으로 지배하는 제국주의도 나쁘지만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문화 제국주의도 나쁘다. 군부 쿠데타도 나쁘지만 나쁜 검찰의 쿠데타도 나쁘다. 부패 언론과 기득권 세력이 선거라는 합법적이고 형식적 절차로 정권을 잡고 검찰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민을 구렁텅이로 내모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빅브라더의 감시보다 빅데이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가 더 나쁘다. 현상보다 이면의 진실을 잘 헤아려 보아야 한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야만적 폭력도 나쁘지만 말이나 법,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더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