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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맹자 07]

【01-01-07-01】 7-1/260 정치의 기본은 사람을 살리는 것

by 백승호

【01-01-07-01】7-1/260 정치의 기본은 사람을 살리는 것

제나라의 선왕이 물었다.

“제나라의 환공과 진나라의 문공에 관한 말씀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공자의 제자 중에는 제나라 환공(桓公)과 진나라 문공(文公)에 관해 이야기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세에 전하지 않아 저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굳이 말하라고 하신다면, 왕도정치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선왕이 다시 물었다.

“덕이 어떠해야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될 수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맹자가 대답했다.

“백성들을 보호하면서 왕 노릇을 한다면 그를 막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제선왕이 물었다.

“과인과 같은 사람도 백성을 잘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왕이 “무엇으로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여기십니까?”라고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저는 이것을 호흘(胡齕)이라는 신하한테 들었습니다. 왕께서 대청 위에 앉아 계실 때, 소를 끌고 대청 아래로 지나가는 자가 있었는데, 왕께서는 이를 보시고 말씀하기를, ‘소는 어디로 끌고 가는가?’ 하시자, 대답하기를, ‘종의 틈에 피를 바르는 흔종을 하는데 쓰려고 합니다’라고 하자 ‘그 소를 놓아 보내라. 나는 그 소가 떨면서 아무 죄도 없이 죽을 곳으로 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그러면 흔종을 그만두오리까?’라고 묻자 왕께서는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양으로 바꾸어서 해라’ 하고 말씀하셨다 하는데,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왕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그런 마음이라면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백성들은 모두 왕께서 소를 아끼려 한 것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정말 왕께서 그 소를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그렇게 하신 줄로 압니다.”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백성들은 그렇게 말했습니다만, 우리 제나라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내가 어찌 소 한 마리를 아까워했겠습니까? 그것은 그 소가 떨면서 죄 없이 죽을 곳으로 끌려가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소를 양으로 바꾸게 한 것입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백성들이 왕이 소를 아껴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작은 양으로 큰 소를 바꾸는 것만 보았으니, 저들이 어찌 왕의 마음을 알겠습니까? 그런데 왕께서 만일 그 소가 죄 없이 죽을 곳으로 나가는 것을 측은하게 여기셨다면, 소와 양이 무엇이 달라서 바꾸게 하셨습니까?”

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진정 무슨 마음에서 그렇게 했을까요? 나는 재물이 아까워서 양으로 바꾸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내가 재물을 아까워했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한 듯합니다.”

맹자가 말했다.

“괴로워하실 게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왕께서는 소가 죽으러 가는 것은 보셨지만 양은 보시기 못했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짐승을 대할 때,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합니다. 죽어가며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차마 고기를 먹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왕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시경』에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지닌 것을 나는 그것을 헤아려서 아노라’라고 한 것은 바로 선생님을 두고 한 말이로군요. 내가 행하고서도, 그 까닭을 돌이켜 생각해 봐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었는데, 이제 선생께서 말씀해 주시니 내 마음에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이 왕 노릇 하는데 합당하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맹자가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왕께 말하기를, ‘내 힘은 3천 근을 들기에 충분합니다만, 새 깃털 하나를 들지는 못합니다’라고 하고 또, ‘제 눈의 밝기는 가느다란 가을날 짐승 터럭도 볼 수는 있지만, 수레에 실은 땔감은 보지 못합니다’라고 한다면, 왕께서는 이 말을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왕은 “믿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맹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왕의 은혜가 짐승에게까지 미치면서도 공덕이 백성에게 이르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렇게 볼 때, 새 깃털 하나를 들지 못한다고 한 것은 힘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고, 수레에 실은 땔나무를 보지 못한다고 한 것은 눈을 뜨고 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며, 백성들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한 것은 은혜를 베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왕께서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하는 것은 실제로는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왕이 “하지 않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다릅니까?”라고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는 일을 두고 말하기를 ‘나는 이것을 하지 못한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어른에게 허리를 굽히는 일을 두고 말하기를 ‘나는 이 일을 하지 못한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왕께서는 왕도정치를 실행하지 않는 것은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뛰는 따위의 일이 아니고, 어른을 위해 허리를 굽히는 일에 해당합니다.”


【양혜왕-상-07-01】

齊宣王이問曰 齊桓晋文之事를 可得聞乎잇가 孟子對曰 仲尼之徒無道桓文之事者라 是以로 後世에無傳焉하니 臣이未之聞也호니 無以則王乎인저 曰 德이何如則可以王矣리잇고 曰 保民而王이면 莫之能禦也리이다 曰 若寡人者도 可以保民乎哉잇가 曰 可하니이다 曰何由로知吾의可也잇고 曰 臣이聞之胡齕호니 曰 王이坐於堂上이어시늘 有牽牛而過堂下者러니 王이見之하시고 曰 牛는何之오 對曰 將以釁鍾이니이다 王曰 舍之하라 吾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하노라 對曰 然則廢釁鍾與잇가 對曰 何可廢也리오 以羊易之라하샤소니不識케이다有諸잇가 曰 有之하니이다 曰 是心이足以王矣리이다 百姓은皆以王爲愛也어니와 臣은固知王之不忍也하노이다 王曰 然하다誠有百姓者로다마는 齊國이 雖褊小나 吾何愛一牛리오 卽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라 故로以羊易之也호이다 曰 王은無異於百姓之以王爲愛也하소서 以小易大어니 彼惡知之리잇고 王若隱其無罪而就死地則牛羊을 何擇焉이리잇고 王이笑曰 是誠何心哉런고 我非愛其財而易之以羊也언마는 宜乎百姓之謂我愛也로다 曰 無傷也라 是乃仁術也니 見牛코未見羊也일새니이다 君子之於禽獸也에 見其生하고不忍見其死하며 聞其聲하고 不忍食其肉하나니 是以로君子는遠庖廚也니이다

王이說曰 詩云 他人有心을 予忖度之라하니 夫子之謂也로소이다 夫我乃行之하고 反而求之호대 不得吾心이라니 夫子言之하시니 於我心에 有戚戚焉하야이다 此心之所以合於王者는 何也잇고 曰 有復於王者 曰 吾力足以擧百鈞而不足以擧一羽하며 明足以察秋毫之末 而不見輿薪이라하면 則王은許之乎잇가 曰 否라 今에恩足以及禽獸而功不至於百姓者는 獨何與잇고 然則一羽之不擧는 爲不用力焉이며輿薪之不見은 爲不用明焉이며 百姓之不見保는 爲不用恩焉이니 故로王之不王은 不爲也언정 非不能也니이다 曰 不爲者와與不能者之形이 何以異잇고 曰 挾太山以超北海를 語人曰 我不能이라하면 是는誠不能也어니와 爲長者折枝를 語人曰 我不能이라하면 是는不爲也언정 非不能也니 故로王之不王은 非挾太山以超北海之類也라 王之不王은 是折枝之類也니이다.

제선왕이문왈 제환진문지사를 가득문호잇가 맹자대왈 중니지도 무도환문지사자라 시이로 후세에무전언하니 신이미지문야호니 무이즉왕호인저 왈 덕이하여즉가이왕의리잇고 왈 보민이왕이면 막지능어야리이다 왈 약과인자도 가이보민호재잇가 왈 가하니이다 왈 하유로지오의가야잇고 왈 신이문지호흘호니 왈 왕이좌어당상이어시늘 유견우이과당하자러니 왕이견지하시고 왈 우는하지오 대왈 장이흔종이니이다 왕왈 사지하라 오불인기곡속약무죄이취사지하노라 대왈 연즉폐흔종여잇가 대왈 하가폐야리오 이양역지라하샤소니 불식케이다유제잇가 왈 유지하니이다 왈 시심이족이왕의리이다 백성은개이왕위애야어니와 신은고지왕지불인야하노이다 왕왈 연하다 성유백성자로다마는 제국이 수편소나 오하애일우리오 즉불인기곡속약무죄이취사지라 고로이양역지야호이다 왈 왕은무이어백성지이왕위애야하소서 이소역대어니 피오지지리잇고 왕약은기무죄이취사지즉우양을 하택언이리잇고 왕이소왈 시성하심재런고 아비애기재이역지이양야언마는 의호백성지위아애야로다 왈 무상야라 시내인술야니 견우코미견양야일새니이다 군자지어금수야에 견기생하고 불인견기사하며 문기성하고 불인식기육하나니 시이로군자는원포주야니이다

왕이열왈 시운 타인유심을 여촌탁지라하니 부자지위야로소이다 부아내행지하고 반이구지호대 부득오심이라니 부자언지하시니 어아심에 유척척언하야이다 차심지소이합어왕자는하야잇고 왈 유복어왕자 왈 오력족이거백균이부족이거일우하며 명족이찰추호지말 이불견여신이라하면 즉왕은허지호잇가 왈 부라 금에은족이급금수이공부지어백성자는 독하여잇고 연즉일우지불거는 위불용력언이며 여신지불견은 위불용명언이며 백성지불견보는 위불용은언이니 고로왕지불왕은 불위야언정 비불능야니이다 왈 불위자와여불능자지형이 하이

이잇고 왈 협태산이초북해를 어인왈 아불능이라하면 시는성불능야어니와 위장자절지를 어인왈 아불능이라하면 시는불위야언정 비불능야니 고로왕지불왕은 비협태산이초북해지유야라 왕지불왕은 시절지지유야니이다

【해설】

제나라는 병법에 능한 사람이 많았다. 춘추시대 제나라 명장 손무(孫武기원전 544년~기원전 496)는 병법에 능했고, 최고의 군사전문가였다. 손무는 공자(기원전 551년~ 기원전 479)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고 손자병법이라는 책을 남겼다. 손무의 5대 손인 손빈(孫臏, 기원전382~316)도 전국시대 제나라의 병법가였다. 손빈은 귀곡자라는 병법가에 학문을 배웠다. 손빈은 친구 방연의 배신으로 위나라에서 발이 잘리지만 나중에는 마릉 땅에서 방연을 죽이고 태자 신을 포로로 잡아 개선(凱旋)한다. 이처럼 제선왕은 손빈을 군사(君師)로 삼아 국방력을 강화했다. 그래서 제선왕의 관심은 제나라의 환공과 진나라의 문공처럼 무력으로 패권국가가 되는 것이다.

제선왕은 “제나라의 환공과 진나라의 문공에 관해 말씀을 들어볼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공자의 제자 중에는 제나라 환공(桓公)과 진나라 문공(文公)에 관해 이야기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논어』「헌문」편에 공자는 “진나라 문공은 속임수에 능하고 바르지 않았으며, 제나라 환공은 바른 도리를 행하고 남을 속이지 않으셨다.”라고 했다. 진문공이나 제환공은 침략하는 오랑캐를 물리치고 주나라 위상을 드높인 임금이다. 진문공은 위나라를 쳐서 초나라를 전쟁에 끌어들여 음모를 꾸며 승리를 했다. 공자는 진문공이 남을 속이는 계책으로 이겼기 때문에 바르지 않다고 한 것이다. 제환공은 초나라를 칠 때, 대의명분을 내세워 싸웠다. 그래서 바른 도리로 남을 속이지 않을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패도정치보다 왕도정치가 근본 대책이라고 말하기 위해 시치미를 떼고 왕도정치에 대하여 말한다. 왕도정치는 덕치를 하는 것이고 덕치는 어진 마음으로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왕도정치를 하려면 차마 하지 못하는 어진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제선왕에게 왕도정치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말한다. 희생으로 죽으러 가는 소가 떨면서 죄 없이 끌려가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소를 양으로 바꾸게 한 것은 어진 마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맹자는 제선왕에게 눈에 보이는 소와 눈에 보이지 않는 양의 비유를 통해 보이는 백성과 보이지 않는 백성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도 일깨우려 했을 것이다. 맹자는 제선왕에게 왕도정치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격려하여 어진 정치를 실행하라고 한다. 맹자는 제선왕에게 짐승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는 왕이라면 백성도 불쌍히 여기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게 한다. 상대방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仁)의 실마리이다. 측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데 상대방을 어떻게 해칠 수 있겠는가? 맹자는 또한 제선왕에게 왕도정치를 행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일깨워주며 설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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