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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맹자 13]

【01-02-05】 12/260 왕도정치는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by 백승호

【01-02-05】 12/260 왕도정치는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제나라의 선왕이 물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조회를 받는 명당을 헐어 버리라고 하는데, 헐어 버릴까요? 그만둘까요?”

맹자가 대답하였다.

“명당이라는 것은 천하의 왕이 정치를 할 때 사용하는 건물입니다. 왕께서 왕도정치를 하실 생각이라면 허물지 마십시오.”

왕이 “왕도정치가 어떤 것인지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옛날에 문왕이 기(岐)라는 지역을 다스릴 때, 농사짓는 자에게는 9분의 1의 세금을 받았고, 벼슬살이하는 자에 대해서는 대대로 녹을 주었습니다. 관문이나 시장에서는 그 사정을 살피고 조사해 보기는 하되, 세금을 받지는 않았고, 못에서 물고기 잡는 것을 금하지 않았으며, 사람을 처벌할 때 그 처자까지 연좌해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것을 홀아비 환(鰥)이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것을 과부(寡)라고 하며, 늙어서 부양해줄 자식이 없는 것을 독(獨)이라고 하고, 어려서 부모가 없는 것을 고(孤)라고 합니다.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은 천하의 곤궁한 백성들로서 어디에도 호소할 곳 없는 사람들입니다. 문왕은 정치하시는데 어진 마음을 베풀 때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배려했습니다. 『시경』에 ‘저 부유한 사람들은 좋겠지만 애처롭도다. 외로운 사람들이여!’라고 했습니다.”

왕이 “좋은 말씀입니다.”라고 말했다.

맹자가 “왕께서 만일 이 말을 좋다고 여기신다면 무엇 때문에 실행하지 않으십니까?”

라고 묻자 왕은 “과인은 병통이 있습니다. 과인은 재물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맹자가 대답하기를 “옛날에 공유라는 현자도 재물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시경』에 ‘곡식을 바깥과 창고에 쌓아 두었건만 마른 양식은 전대와 자루에 넣어 두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여 나라를 위세를 떨쳤도다. 활과 화살을 마련하고 방패와 창, 도끼를 준비하여 비로소 전쟁 길을 떠나갔도다’라고 했습니다. 즉 공유는 집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노적가리와 창고에 곡식을 마련해주고, 길을 떠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양식을 싼 전대와 자루를 마련해준 후에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왕께서 재물을 좋아하더라도 백성과 함께 하신다면 왕도정치를 실행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이 “과인에게는 또 다른 결점이 있습니다. 과인은 여색을 좋아합니다.”라고 하자 맹자가 대답했다.

“옛날에 태왕도 여색을 좋아하여 그 왕비를 매우 사랑했습니다. 그래서『시경』에, ‘고공단보가 쫓길 때 아침 일찍 말을 몰아 달리시어 서쪽 물가를 따라 기산 밑에 이르시어 여기서 강 씨 부인과 함께 와서 살 곳을 살폈도다’라고 했습니다. 대왕께서 다스릴 당시에는 안으로 남편 없어 원망하는 여인이 없었고, 밖으로 아내 없어 외로운 사나이가 없었습니다. 왕께서 여색을 좋아하더라도 백성들과 함께하신다면, 왕도정치를 실행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양혜왕-하-05】

齊宣王이問曰 人皆謂我毁明堂이라하나니 毁諸아已乎잇가 孟子對曰 夫明堂者는 王者之堂也니 王欲行王政則勿毁之矣소서 王曰 王政을 可得聞與잇가 對曰 昔者文王之治岐也에 耕者를九一하며 仕者를世祿하며 關市를譏而不征하며 澤梁을無禁하며 罪人을不孥하더시니 老而無妻曰鰥이오 老而無夫曰寡오 老而無子曰獨이오 幼而無父曰孤니 此四者는 天下之窮民而無告者어늘 文王이 發政施仁하사대必先斯四者하시니 詩云 哿矣富人이어니와 哀此煢煢獨이라하니이다王曰 善哉라言乎여 曰 王如善之則何爲不行이니잇고 王曰 寡人이 有疾하니 寡人은好貨하노이다 對曰 昔者에 公劉好貨하더시니 詩云 乃積乃倉이어늘 乃裹餱糧을 于槖于囊이오아 思用光하야 弓矢斯張하며 干戈戚揚으로 爰方啓行이라하니 故로居者有積倉하며 行者有裹糧也然後에야 可以爰方啓行이니 王如好貨어시든 與百姓同之하시면 於王에何有리잇고 王曰 寡人이 有疾호니 寡人은 好色하노이다 對曰 昔者에 大王이 好色하샤 愛厥妃하더시니 詩云 古公亶父 來朝走馬하샤 率西水滸하야 至於岐下하야 爰及姜女로 聿來胥宇라하니 當是時也하야 內無怨女하며 外無曠夫하니 王如好色이어시든 與百姓同之하시면 於王에何有리잇고

제선왕이문왈 인개위아훼명당이라하나니 훼제아이호잇가 맹자대왈 부명당자는 왕자지당야니 왕욕행왕정즉물훼지의소서 왕왈 왕정을 가득문여잇가 대왈 석자문왕지치기야에 경자를구일하며 사자를세록하며 관시를기이불정하며 택량을무금하며 죄인을불노하더시니 노이무처왈환이오 노이무부왈과오 노이무자왈독이오 유이무부왈고니 차사자는 천하지궁민이무고자어늘 문왕이 발정시인하사대 필선사사자하시니 시운 가의부인이어니와 애차경독이라하니이다 왕왈 선재라언호여 왈 왕여선지즉하위불행이니잇고 왕왈 과인이 유질하니 과인은호화하노이다 대왈 석자에 공유호화하더시니 시운 내적내창이어늘 내과후량을 우탁우낭이오아 사집용광하야 궁시사장하며 간과척양으로 원방계행이라하니 고로거자유적창하며 행자유과량야연후에야 가이원방계행이니 왕여호화어시든 여백성동지하시면 어왕에하유리잇고 왕왈 과인이 유질호니 과인은 호색하노이다 대왈 석자에 대왕이 호색하샤 애궐비하더시니 시운 고공단보 내조주마하샤 솔서수호하야 지어기하하야 원급강녀로 율래서우라하니 당시시야하야 내무원녀하며 외무광부하니 왕여호색이어시든 여백성동지하시면 어왕에하유리잇고


【해설】

1. 일머리가 있는 지도자는 선후·경중을 잘 헤아릴 줄 안다.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 해야 할 일, 가볍게 해야 할 일과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을 요령 있게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다. 문왕은 세금정책을 합리적으로 시행하고 불합리한 법률을 폐지했다. 강한 자는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문왕은 사회적 약자인 환과고독을 우선 배려했다. 또한 불합리한 세금 제도를 개선하고 연좌제를 폐지하며 개혁을 했다. 문왕의 개혁정책은 선후·경중 잘 고려하여 국정을 운영한 것이다.


2. 국정운영은 선후경중을 잘 헤아려서 해야 한다. 세계질서의 흐름과 국제사회의 변화를 통찰하여 국가 안보와 외교통상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가 재정을 튼튼히 하여 가계부채를 줄이고 국민의 삶을 여유롭게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출산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잘 기르게 하려면 여성이 출산 이후 승진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양육과 교육 부담이 되지 않도록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을 해야 한다. 기본소득정책과 복지정책을 강화하여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책을 펼쳐야 국민의 삶이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3. 최근 정부는 노인 공공형 일자리 6만 개를 없앤다고 했다. 30시간 정도 일하고 27만원을 주는 일자리인데 이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복지 차원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고, 연금을 받는 노인들의 연금액도 35~40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에 3채 이상 집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 종부세 중과를 면제해 주고, 100억 원까지 주식 양도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한다. 부자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가난한 국민을 죽음으로 모는 것이다. 곤궁한 사람을 먼저 보살펴야 한다. 초부자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가난한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다. 복지는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고 바른 정치다.

4. 공자 제자 염구가 많은 세금을 거두어서 가진 사람을 더욱더 부유하게 하였다. 공자 말씀하시기를, “염구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 소자들아, 북을 올려서 그 죄를 성토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염구는 몰상식적인 방식으로 부유한 사람의 편을 들었다.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한 염구 같은 정책을 펴는 이는 공동체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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