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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맹자 26]

【공손추-상-01-02】24-2/260 시대정신과 왕도정치

by 백승호

【02-01-01-02】 24-2/260 시대정신과 왕도정치

맹자가 말했다.

“어찌 문왕 같은 분에 비교할 수 있겠느냐? 탕 임금으로부터 무정에 이르기까지 성현의 군주가 6, 7명이나 나와 어진 정치를 하여 천하 사람들의 마음이 은나라로 돌아간 지가 오래되었고, 오래되었기에 쉽게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무정이 제후들의 조회를 받고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손바닥을 움직이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주왕의 시대는 무정 때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때이므로 오랜 가문과 좋은 습속, 선대가 남긴 기풍과 어진 정치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또 미자·미중·왕자 비간·기자·교격과 같은 사람은 모두가 현인들인데, 그들이 서로 주왕을 보좌해 주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탱하다가 망한 것이다. 그 당시 한 치의 땅도 주왕의 영토가 아닌 곳이 없었고, 또 한 사람의 백성도 주왕의 백성이 아닌 자가 없었다. 반면, 문왕은 겨우 사방 백 리의 땅만 가지고 왕도정치로 위업을 세우려 하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제나라의 옛말에 ‘아무리 뛰어난 지혜가 있다 하더라도 시세에 편승하는 것만 못하고, 아무리 호미나 괭이가 있다 할지라도 제때를 기다려 농사짓는 것만 못하다’라고 했으니, 지금의 시대야말로 왕도정치를 행하기 쉬운 때이다.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 3대가 융성했을 때도 영토가 천 리 이상 될 때는 없었는데, 제나라는 그만한 땅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인구도 많고 집들이 연이어 있으며 닭이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온 사방의 국경까지 들린다. 그러니 국토를 더 늘리거나 백성을 더 모을 필요도 없다. 이제 어진 정치를 베풀어 왕도정치를 시행한다면 누구도 제나라 임금이 천하의 왕이 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왕도정치를 펴지 않은 지 오래된 적이 없었고, 백성들이 모진 정치에 시달리기가 지금보다 더 심한 적은 없었다. 굶주린 자에게 밥을 먹이기가 쉽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마시게 하기가 쉬운 것이다.

공자는 말씀하시기를 ‘덕이 퍼져나가는 것은 역마를 갈아타고 명령을 전달하는 것보다 빠르다’라고 하였다. 지금 이러한 때에 제나라와 같은 만승의 나라에서 어진 정치를 베푼다면 백성의 기쁨은 마치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풀려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은 옛사람의 절반만 하고도 공적은 그 배나 될 것이다. 오직 지금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기이다.”


【공손추-상-01-02】

曰 文王은何可當也시리오 由湯으로至於武丁히 賢聖之君이 六七이作하야 天下歸殷이久矣니 久則難變也라 武丁이朝諸侯有天下호대 猶運之掌也하시니 紂之去武丁이未久也라 其故家遺俗과 流風善政이 猶有存者하며 又有微子微仲王子比干箕子膠鬲이 皆賢人也라 相與輔相之故로 久而後에失之也하니 尺地도莫非其有也며 一民도莫非其臣也어늘 然而文王이 猶方百里起하시니 是以難也니라 齊人이有言曰 雖有知慧나 不如乘勢며 雖有鎡基나 不如待時라하니 今時則易然也니라 夏后殷周之盛에 地未有過千里者也하니 而齊有其地矣며 鷄鳴狗吠 相聞而達乎四境하니 而齊有其民矣니 地不改辟矣며 民不改聚矣라도 行仁政而王이며 莫知能禦也리라 且王者之不作이 未有疏於此時者也하며 民之憔悴於虐政이 未有甚於此時也하니 飢者에易爲食이며 渴者에易爲飮이니라 孔子曰 德之流行이 速於置郵而傳命이라하시니 當今之時하야 萬乘之國이行仁政이면 民之悅之猶解倒懸也리니 故로事半古之人이오 功必倍之는 惟此時爲然하니라.

왈 문왕은하가당야시리오 유탕으로지어무정히 현성지군이 육칠이작하야 천하귀은이구의니 구즉난변야라 무정이조제후유천하호대 유운지장야하시니 주지거무정이미구야라 기고가유속과 유풍선정이 유유존자하며 우유미자미중왕자비간기자교격이 개현인야라 상여보상지고로 구이후에실지야하니 척지도막비기유야며 일민도막비기신야어늘 연이문왕이 유방백리기하시니 시이난야니라 제인이유언왈 수유지혜나 불여승세며 수유자기나 불여대시라하니 금시즉역연야니라 하후은주지성에 지미유과천리자야하니 이제유기지의며 계명구폐 상문이달호사경하니 이제유기민의니 지불개벽의며 민불개취의라도 행인정이왕이며 막지능어야리라 차왕자지불작이 미유소어차시자야하며 민지초췌어학정이 미유심어차시야하니 기자에역위식이며 갈자에역위음이니라 공자왈 덕지유행이 속어치우이전명이라하시니 당금지시하야 만승지국이행인정이면 민지열지유해도현야리니 고로사반고지인이오 공필배지는 유차시위연하니라


【해설】

1. 맹자는 온 나라가 싸우고(전국시대戰國時代) 사람을 죽이는 불의 가득한 패도정치가 판을 치는 시대에 왕도정치의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전쟁을 일삼고 백성의 삶이 피폐한데 이때 왕도정치를 행하는 것은 굶주린 사람에게 밥을 먹이는 것처럼 쉽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먹이는 것처럼 쉽다는 것이다. 어진 정치를 펴서 왕도정치를 시행한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2. 맹자는 이 ‘때’를 놓치면 안 되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왕도정치를 하라고 권한다. 무엇이든 때를 잘 만나야 빛난다. 때는 적절한 시간이나 기회를 말한다. 맹자는 시간적 상황이나 여건이 적절하여 왕도정치를 행할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 왕도정치를 하면 덕이 퍼져나가고 백성의 기쁨이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풀려나는 느낌이라고 한다.


3. 한 시대를 규정하는 정신이나 가치를 시대정신이라고 한다. 전국시대의 정신과 가치는 힘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지배하는 것을 으뜸으로 여기는 패도(覇道)가 지배하는 가짜 시대정신의 시대였다. 맹자는 이러한 가짜 시대정신을 바로잡고 평화를 중시하며 사람을 살리는 왕도(王道) 정치를 당대의 중요한 시대정신으로 여겼다. 맹자는 왕도정치야말로 당대뿐만 아니라 특정 시대를 초월하여 변함없이 소중한 보편 가치가 진정한 시대정신이라고 여겼다.


4.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고 사람보다 자본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패권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재사망률도 OECD에 거의 최고 수준이다. 해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2,400여 명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값싼 노동력을 위험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아 많은 사람이 아까운 목숨을 잃는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대표적인 미국도 우리보다 산업재해가 적다. 미국의 어느 사업장에서 한국인 직원이 강도와 싸워 강도를 물리치고 돈을 지켰지만 해고되었다고 한다. 해고된 이유는 안전을 중시한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무모한 짓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처벌이 엄격하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엄하여 기업은 벌금을 아주 많이 물고 형사처벌도 엄격하다. 사람이 죽고 참사 나면 작업자 탓, 현장 탓, 노조 탓하며 재발을 방지한다는 말만 하게 하지 말고 처벌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것이 가장 소중한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맹자가 강조하는 왕도정치고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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