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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맹자 25]

【02-01-01-01】 24-1/260 맹자가 중시하는 정치란?

by 백승호

【02-01-01-01】 24-1/260 맹자가 중시하는 정치란?

맹자 제자 공손추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의 요직에 오르신다면, 관중(管仲)이나 안자(晏子)의 공적을 다시 이룩하실 수가 있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자네는 참으로 제나라 사람이로군. 오직 관중과 안자밖에 모르는구나. 예전에 어떤 사람이 증서에게 묻기를 ‘선생과 자로는 어느 쪽이 현명합니까?’라고 했더니, 증서는 펄쩍 뛰면서 말하였다. ‘그분은 우리 선친께서도 경외하시던 분이다.’ 그러자 또 ‘그렇다면 선생과 관중은 어느 쪽이 어집니까?’라고 묻자, 증서는 노기를 띠고 불쾌해하며 ‘자네는 무엇 때문에 나를 관중 따위에 비교하는가? 관중은 환공의 신임을 얻고 오래도록 나라의 정치를 맡아서 해 왔건마는 그의 공적은 보잘것없는 것인데, 자네는 어찌하여 나를 관중에 비교하려고 하는가?’라고 하였다.

맹자가 이어서 말하길 관중은 증서조차도 비교하는 것을 원치 않는데, 자네는 내가 그 사람처럼 되기를 바란단 말인가?”

공손추가 물었다.

“관중은 환공을 도와서 패자가 되게 하였고, 안자는 경공을 도와서 이름을 떨치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관중과 안자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족하다는 것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제나라와 같은 큰 나라라면 천하의 왕 노릇 하기란 마치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도 더 쉬운 일이다.”

공손추가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의 의혹은 더욱 심해집니다. 문왕은 백 년 동안이나 오래 사시면서 덕을 널리 베푸셨지만, 그 덕화가 천하에 퍼지기에는 오히려 미흡했습니다. 그다음 무왕과 주공이 뒤를 이어 힘써 실천한 후에 덕이 크게 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통일된 천하의 왕 노릇을 하는 것을 쉬운 듯 말씀하신다면, 문왕은 본받을 만한 분이 못 된다는 것입니까?”


【공손추-상-01】

公孫丑問曰 夫子當路於齊하시면 管仲晏子之功을 可復許乎잇가 孟子曰 子誠齊人也로다 知管仲晏子而已矣온여 或이問乎曾西曰 吾子與子路孰賢고 曾西蹴然曰 吾先子之所畏也니라 曰 然則吾子與管仲孰賢고 曾西 艴然不悅曰 爾何曾比予於管仲고 管仲이得君이如彼其專也며 行乎國政이 如彼其久也로대 功烈이如彼其卑也하니 爾何曾比予於是오하니라 曰 管仲은 曾西之所不爲也어늘 而子爲我願之乎아 曰 管仲은以其君覇하고 晏子는以其君顯하니 管仲晏子는 猶不足爲與잇가 曰 以齊로 王이由反手也니라 曰 若是則弟子之惑이 滋甚케이다 且以文王之德으로 百年而後崩하사대 猶未洽於天下어시늘 武王周公이 繼之然後에 大行하니 今言王若易然하시니 則文王은不足法與잇가.

공손축문왈 부자당로어제하시면 관중안자지공을 가부허호잇가 맹자왈 자성제인야로다 지관중안자이이의온여 혹이문호증서왈 오자여자로숙현고 증서*축연왈 오선자지소외야니라 왈 연즉오자여관중숙현고 증서 불연불열왈 이하증비여어관중고 관중이득군이여피기전야며 행호국정이 여피기구야로대 공열이여피기비야하니 이하증비여어시오하니라 왈 관중은 증서지소불위야어늘 이자위아원지호아 왈 관중은이기군패하고 안자는이기군현하니 관중안자는 유불족위여잇가 왈 이제로 왕이유반수야니라 왈 약시즉제자지혹이 자심케이다 차이문왕지덕으로 백년이후붕하사대 유미흡어천하어시늘 무왕주공이 계지연후에 대행하니 금언왕약역연하시니 즉문왕은불족법여잇가


【해설】

1. 관중과 안자는 제나라의 유명한 재상이기는 하지만 관중은 임금에게 패도정치를 하게 했고, 안자는 임금을 유명하게 했을 뿐이다. 관중과 안자는 일반인에 비하면 유명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맹자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전혀 다른 사람이다. 인의를 바탕으로 덕치를 하여 왕도정치를 구현하려는 사람과 패도정치를 하려는 사람을 비교하려고 하자 맹자는 자존감이 상했다. 맹자의 소망은 어진 정치를 베풀어 백성을 살리고 천하를 전쟁으로부터 구원하고자 한 뜻을 가지고 살아왔다. 무력으로 사람을 죽이고 영토를 빼앗아 패권국가를 만드는 것은 맹자에게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가치관과 세계관이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여겼다.

2. 가치관이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 관점을 말한다. 가치란 쓸모를 말하는데, 쓸모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유익한 것이 좋다. 정치인은 공적 가치를 추구하며 공동체를 중시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공적 가치를 중시하고 그것을 실현 역량을 드러내야 한다. 공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먼저 자기 인식을 제대로 하고 건강한 자아를 바탕으로 성찰적 자아와 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인은 사사로운 욕망을 버리고 공익을 추구하여 세상에 이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정치인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적 가치를 지향하려면 공동체가 추구했던 역사를 알고, 역사인식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지난날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사회 현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려면 넓고 깊게 알 수 있어야 한다.

3. 소크라테스는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가 타락한다고 말했다. 정치가 타락한다는 것은 생각과 가치관이 타락하여 부당한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사회의 방향은 달라진다. 왕조시대에도 왕에게 패도보다 덕치와 왕도를 강조한 것도 백성의 삶을 근본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도 대통령이 평화와 인권을 중시하고 사람을 가장 우선적 가치로 두면 관료들도 그 가치를 중시하며 정책을 시행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번 10·29 이태원 참사도 대통령이 ‘마약과 전쟁’을 강조하자 법무부, 경찰이 마약 단속에 신경을 집중하여 시민의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맹자가 강조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이고 국정을 맡은 사람이 가장 우선해야 할 가치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에서 평온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고귀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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