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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Mar 07. 2024

[중용 23. 꾸물거리지 말고 미리미리]

-약속시간은 10분 전, 마감 시간은 이틀 전

【20-16】 74/130 꾸물거리지 말고 미리미리 

무릇 일은 미리 준비하면 서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어그러진다. 할 말을 미리 정하면 실언을 하지 않는다. 일도 미리 정하면 곤란하지 않고, 행동을 미리 정하면 탈 나지 않으며, 방법을 미리 정하면 궁색하지 않다.

凡事는豫則立하고 不豫則廢하니라 言前定則不跲하고 事前定則不困하고 行前定則不疚하고 道前定則不窮하니라  

범사는예즉립하고 불예즉폐하니라 언전정즉불겁하고 사전정즉불곤하고 행전정즉불구하고 도전정즉불궁하니라      

 

【해설】

 사람마다 꾸물거리나 미적미적 미루는 습성이 있다. 꾸물거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을 선택하는데 생각이 많고 실행이 느린 사람이 있다. 선택지를 줄여서 빠르게 실행을 해야 한다. 말이 앞서고 동작이 느린 사람이 있다. 말은 느리고 동작은 민첩하고 빠르게 해야 한다. 실행을 잘하는 사람은 꾸물거림이 적다. 계속 실행을 미루다 보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계획은 치밀하게 세우되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실행하면서 보완해야 한다. 


 시작하기 전에 할 일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근거 없이 낙관하며 만만하게 보면 꾸물거린다.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여 금방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꾸 미루게 된다. 무슨 일이든 막상 해보면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계획대로 안 된다는 것을 고려하여 미리미리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닥쳐야 하는 사람이 있다. 꼭 마감시간이나 마지막이 되어야 하는 사람, 시간의 여유를 두지 않고 촉박하게 하는 사람, 출근할 때마다 뛰어나가는 사람 등 이렇게 빠듯하게 하면서 스릴을 즐기면 심장에 무리가 가고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 미리 여유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약속 시간 10분 전 도착하기, 할 일은 마감 이틀 전에 마무리하기 등 사소하지만 여유를 두고 해 보면 마음의 여유도 있고 기분도 좋아진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은 미리미리 대비해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이 벌어진 다음에 수습하는 것보다 일어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할 말이 있으면 미리 준비해 두어야 실언을 하지 않는다. 대립하는 양 측면이 있으면 서로의 입장을 잘 헤아려 공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즉흥적으로 말하다 보면 말실수를 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말하기 전에 체계를 세워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일도 미리미리 전후 상황을 살펴보고 대비해 두면 근심이 없고 행동도 미리미리 어떻게 할지 준비해 두면 걱정할 것이 없다. 

 『시경』에서는 말하였다. ‘하늘이 흐려 비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캐어다가 창문을 단단히 얽어매면 저 아랫사람들이 누가 감히 나를 업신여길 수 있겠는가. 국가를 잘 다스린다면 누가 감히 업신여기겠는가?’라고 했다. 『춘추좌전』에는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나온다. 춘추시대에 진(晉) 나라의 도공(悼公)에게는 사마위강(司馬魏絳)이라는 유능한 신하가 있었다. 위강이 미래 대비하여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자 도공이 위강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선물을 하자 위강은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십시오(居安思危).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思則有備), 대비태세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有備則無患)."라고 했다고 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리(李德履·1725∼1797)는 1793년 유배지 진도의 한 민가 골방에서 조선의 국방체계와 안보 기반을 구체적으로 설계한 『상두지(桑土志)』를 완성했다. 이덕리는 ‘올빼미가 지혜로워 큰비가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새는 곳을 미리 막는다’는 유비무환의 뜻을 담아 국방체계를 미리미리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이덕리는 차(茶) 무역을 통한 군비 재원 마련부터 둔전(군사 요지에 주둔한 군대의 군량을 마련하기 위하여 설치한 토지) 조성, 병력 수급, 방어시설 건설, 군사 전략·전술, 무기 제조법과 사용법까지 다채로운 제도와 방책을 미리 갖추어 유비무환을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와 국가 안보, 경제가 모두 위태롭다. 국제질서의 변화에 어둡고 눈앞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어리석은 정치인이 나라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안목과 식견이 없는 사람이 국제정세를 모르고 미국과 일본에 붙어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미리미리 대비하기는커녕 대비한 것도 허물고 있다. 물가 상승, 수출감소, 내수시장 침체, 소비 감소 등 민생경제가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 있다. 서민들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정권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이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연대와 협력이 더욱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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