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집은 보금자리이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아늑한 공간입니다.
평평한 땅 위에 그냥 지은 집은 ‘막집’이라 하고
농사를 짓고 머물러 살기 시작하면서 ‘움집’을 만들었습니다.
움집은 땅을 조금 파서 땅의 따뜻한 기운을 이용했고,
주춧돌에 기둥을 세우고 도리와 서까래 지붕을 갖추어 지어
초가나 기와집과 비슷했습니다.
우리 겨레는 집을 지을 때 ‘터’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터는 자연환경인 기후 즉, 바람(風)과 물(水), 그리고 땅의 이치를 생각하여 마련했습니다.
‘터’는 쪽(방향)과 자연의 어울림을 생각하여 지었습니다.
앞쪽인 남쪽에는 물이 있고 뒤쪽인 북쪽에는 뫼가 있는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집터는 뫼(산), 들, 가람(강), 바다와 잘 어울리고 아늑한 곳에 잡았습니다.
‘뫼’(산)는 먼 뫼와 가까운 뫼를 보아 바람과 개울의 흐름을 생각했고
‘갓’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나무를 가꾸는 곳이었습니다.
‘재’는 성(城)이라 하여 집을 이루고 있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높고 커다란 곳을 말했습니다.
집이 있는 넓은 공간을 ‘집터’라 했고
집이 땅 위에 차지하고 있는 곳을 ‘집채’라 했습니다.
집은 ‘울’과 ‘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울’은 대, 갈대, 수수깡, 싸리를 가지런히 하여 새끼줄로 엮은 것을 ‘바자’라 하고
‘울대’ 말뚝에 바자를 붙들어 맨 것을 ‘울바자’라 하고
나무를 심어 기르거나 자난 나무를 베어 세워 만든 것을 ‘타리’라 하고
울대 사이에 나뭇가지를 세워 엮은 것을 ‘울타리’라 합니다.
'담'에는 흙으로 쌓은 흙담, 돌을 쌓은 돌담, 흙돌로 쌓은 흙돌담이 있고
집을 둘러싸고 지키는 가리개였습니다.
집이 있는 집채, 마당, 뜰, 남새밭 모두를 아울러 ‘집터’라고 했습니다.
‘집채’는 ‘위채’ ‘아래채’ ‘사랑채’로 나누어 삶의 보금자리로 삼았고,
‘마당’은 앞마당, 뒷마당, 바깥마당으로 나누어 집안의 일터, 놀이터였습니다.
‘뜰’은 쉼터이기도 하고 과일나무와 꽃나무를 심어
먹거리를 얻고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공간이었습니다.
‘뜰’에는 정자를 짓기도 했고 연못을 갖추어 삶을 가멸차고 아름답게 가꾸기도 했습니다.
‘남새밭’에서는 배추, 상추, 무 등 푸성귀 가꾸어 먹거리를 얻는 곳이었습니다.
우리 겨레의 집은 기후(氣候)를 잘 헤아려지었습니다.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고 습기가 많아 물을 잘 내려 보내거나 물을 막는 것을
헤아려 지었습니다.
주변의 땅보다 조금 높게 돋우고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들보와 서까래를 튼튼하게 하여
지붕을 잘 견디도록 만들었습니다.
지붕은 비를 잘 막도록 짚이나 나무, 기와를 올렸고,
지붕의 기울기는 급하게 하여 물을 빨리 흘려보냈습니다.
또한 여름에는 따가운 햇빛을 막고 겨울에는 따뜻한 햇살이 집안에 들도록 했습니다.
방은 겨울을 잘 지낼 수 있도록 따뜻하게 했습니다.
구들은 우리 겨레의 슬기가 담긴 세계 최고의 난방 방식인데
10세기경 우리나라에 널리 사용했다고 합니다.
구들은 불의 기(열기+연기)를 잘 이용하여 방을 모두 덥힐 수 있는 중앙집중식 난방입니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고래라는 좁은 턱으로 열기와 연기가 지나가면
고래를 덥고 있는 구들이 따뜻하여 방바닥을 데우고 방안 공기를 따뜻하게 합니다.
고래의 끝 부분은 개자리를 두어 연기를 머물게 하거나 역류를 막고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습니다.
굴뚝 바로 밑에는 굴뚝개자리를 두어 한번 더 연기 역류를 막고 굴뚝의 재를 받아주는 구실도 했습니다. 굴뚝은 연기를 빠져나가게 하여 나쁜 공기가 방안에 머물지 않게 했습니다.
문과 창도 기후와 자연을 이해하는 삶의 슬기가 담겨있습니다.
창과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벽보다 기둥을 활용했고,
여름에는 창을 들어 올려 시원한 바람이 네 쪽(사방)에서 들어오게 했고
겨울에는 닫아서 바람을 막았습니다.
창문이 크더라도 다루기 쉬웠던 것은 종이를 발라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창호지는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고 안과 밖을 통하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마루에 앉아 처마를 보면 가까운 뫼와 먼 뫼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온 눈에 가득하여 편안합니다.
창을 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치가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지 않고 잠시 빌리는 차경의 멋이 있었습니다.
집은 우리 삶의 소중한 공간이고 삶의 슬기가 모인 곳입니다.
지금은 아파트에 많이 살고 있지만 아궁이는 보일러,
고래는 온수파이프로 대신하여
겨울에도 따뜻하고 아늑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른바 ‘역세권’ 숲, 공원 등등 무슨 무슨 ‘권’이라 하여
일터와 놀이터가 가까운 곳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집터에서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살 가득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집에서 평등하게 살게하고
편안한 집을 누구나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의 삶도 나아지고 더불어 살아가며
우리 삶이 더 좋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