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대통령답게, 의사는 의사답게
1.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릴까 봐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파도 걱정하지 않고 다쳐도 불안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은 작은 상처도 불안해하는 실정입니다. 응급실 상황이 정말 응급상황인데 이를 대하는 대통령과 장차관, 의사들의 인식은 정상이 아닙니다. 박민수 차관은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막말만 하고 있습니다. "중증이라는 것은 거의 의식이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등의 경우가 대다수"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보통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 등은 사실 경증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장관과 대통령의 대책은 추석연휴 동안 한시적으로 진찰료, 조제료 등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하기로 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는 평소의 3.5배까지 올리기로 했습니다.
아파도 참거나 응급실 오려면 진료비 폭탄을 각오하라는 이런 식의 대책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무면허 음주 운전자에게 나라를 맡겨 대형사고가 났는데 다친 국민만 죽어납니다.
2. 정치가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를 의식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의 위기이자 대한민국의 위기입니다. 경제위기, 남북위기, 외교참사, 의료대란 등 대내외적으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렇게 된 책임은 윤석열 정부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비판하여 갈길을 바로잡아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이 올바르지 않으면 관료가 나서서 바른 길을 가기가 어렵습니다. 관료는 합법과 명분에 따라 움직입니다. 합법적인 것은 법규나 규칙에 따르면 되는데, 명분은 공공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 공공성은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여론은 언론이 형성하는데, 지금 언론은 전문성과 판단력이 떨어져 제 역할을 못하고 애완견으로 전락했습니다. 언론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바른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언론이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 등에 의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여론이 형성하여 국민에게 전달하면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고 정책결정을 제대로 못합니다. 정책결정이 잘못되면 그 피해는 국민이 봅니다.
3. 국가 정책을 정할 때, 의제 설정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협의와 합의를 하여 민주적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정책 결정 이후 실행을 하면 그 집행 과정과 결과를 따져보고 제대로 평가하여 다음 정책에 반영해야 실수를 덜 합니다. 그런데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여론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정책결정을 합니다. 설득과 타협은 전혀 없고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정책을 시행하려면 의제 설정과정에서 토론을 하고 정책설명회를 거쳐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청취해야 합니다. 전문가와 사회집단이 정책 참여를 할 수 있게 하여 현안에 관한 질의와 의문에 답하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대립하면 충분히 의견을 조정하고 협의 후에 정책을 합의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정책결정은 다수의 참여가 필수입니다 독선과 독단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고 정책은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4. 우리나라 공무원 개개인은 아주 우수합니다. 지적 능력과 판단력, 공적 업무 수행에 관한 책임감 등 우수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집단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역량에 따라 업무 역량이 차이가 납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 아래 공무원 관료 집단은 자기 능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지력이 바닥인 대통령과 불신을 받은 여당 때문에 일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커녕 잘못하다가는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열심히 일을 할리가 없습니다. 괜히 섣불리 나서다가 자신의 미래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복지부동 무사안일만 추구합니다.
5. 이러한 상황에서 죽어나는 것은 국민입니다. 경제위기,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폭등 등이 눈앞에 펼쳐지고 의료대란으로 국민들이 죽어가는데 어느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서 문제해결을 하지 않습니다. 복지부 차관이 나서서 말도 안 되는 벌소리를 해서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습니다. 최고 의사 결정자 대통령은 아무 생각이 없고 비판과 감시를 해야 할 언론은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하여 낚시성 제목으로 국민만 현혹하고 있습니다. 혹세무민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대학교수나 국책연구원의 연구원, 민간 연구소의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정책에 관하여 관심이 거의 없고, 비판도 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비판하면 온갖 꼬투리를 잡아서 못살게 굴 것이 뻔하니까 그냥 지켜보고 있는 듯합니다.
6.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하는 과정을 설명하지도 않고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질문을 하거나 비판하지 않다 보니 의료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천 명을 늘리겠다고 하니까 의사들은 반발하고 전공의는 병원을 떠났습니다. 응급실 상황이 비상사태가 되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원래 있는 전공의도 응급상황에 대처하려면 어려운데, 군의관 공중보건의를 데려와서 하면 제대로 될 리가 있을까요. 군대의 군인이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역에 사는 노인들에게는 보건소가 목숨줄과 같은데 지역 공중보건의가 빠지고 나면 지역의 노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국가가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국민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은 불안하고 국가를 신뢰하지 못합니다. 국가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이 마음에 가득하면 정부는 신뢰를 잃은 것입니다.
7.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5월 27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신뢰가 먼저냐, 민주주의가 먼저냐? 신뢰가 먼저입니다. 인간이 경험한 많은 사회 중에는 전제군주사회도 있고, 귀족사회도 있고, 독재사회도 있고, 파시스트사회도 있습니다. 그 모든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신뢰가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국가 존립의 뿌리는 신뢰입니다. 오늘날 국가나 사회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면 존립하기 어렵습니다. 개인도 신뢰가 없으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신뢰는 개인과 국가 사회 모두에게 필수적인 바탕입니다. 식량과 군사력이 풍족해도 신뢰가 없으면 소용없고, 민주주주의도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8. 정부의 말과 행동이 다르고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는 정책이 국민을 불안하게 합니다. 정치를 모르는 검찰이 정치와 경제를 망치고 있습니다. 검찰이 자신들의 깜냥을 모르고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생긴 것입니다. 공자는 인간의 불완전한 존재를 인식하고 있고 불완전한 존재는 항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제 위치에 역할에 맞는 행동을 ‘답게’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답게’ 사상이 바로 ‘정명사상(正名思想)’입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고, 관료가 관료답고, 의사가 의사답고, 군인이 군인답고, 정치인이 정치인다워야 합니다. 답게 하려면 이름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9.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바른 것으로 통솔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솔선수범을 하지 않으니 누가 바르게 행동하겠습니까.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 뇌물을 받아도 수사는커녕 기소도 하지 않고, 학력을 위조하고 주가 조작을 해도 수사 한 번 하지 않는데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선거에 개입하여 국정농단을 해도 바른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못된 정치인은 제 구린 구석을 가리기 위해 ‘선의의 조언일 수도’ 있다며 덮어주고 있습니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군인독재를 끝내고 군인의 본분과 역할에 충실하도록 했듯, 검찰독재를 끝내고 야만의 시대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제 하나 둘 봇물 터지듯 정권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국정을 농단하고 신뢰를 잃은 정권은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좋은 정치의 핵심은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민생’을 가장 우선해야 합니다.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여 응급실을 박차고 나간 전공의는 돌아와야 하고, 정치 노림수로 무리하게 2000명 증원을 주장하는 정부는 아집을 버리고 당장 응급실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10. "벌초도 가능하면 자제하면 좋겠다", "생선 전 같은 거 먹지 말라", "아이들 혼자 두지 말라" 이런 말이 국민들에게 와닿은 현실은 정상이 아닙니다. 국민들 마음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순자(荀子) 왕제(王制) 편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배를 뒤엎기도 한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夫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 즉, 백성은 임금을 받들기도 하지만 임금을 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명 조식 선생의 「민암부」에도 이와 유사한 말이 있다. “물이 배를 띄울 수도 뒤엎을 수도 있듯이, 백성도 임금을 추대할 수도 쫓아낼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맹자는 “무왕이 한 사내인 폭군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지마는,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웃으면서 혁명을 해야 할 그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상서』「태서」에 ‘하늘이 보는 것은 우리 백성이 보는 것으로부터 하며, 하늘이 듣는 것은 우리 백성이 듣는 것으로부터 한다’고 하였습니다. 민심이 천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