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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Sep 13. 2024

[두 글자로 보는 삶과 앎 28 말씨]

좋은 말씨의 네 가지 요건-덕(德), 지(智), 감(感), 진(眞)

 

 1. 추석이 다가옵니다. 평소에 만나지 못한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힘이 나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의 관계는 말 덕분에 좋아지기도 하고 말 때문에 나빠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말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고 생각도 좌우되기에 말의 힘은 그 무엇보다 크고 넓습니다. 말은 그날의 기분을 바꾸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바꾸기도 하고 마침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말이 통해야 마음이 통하고 마음이 통해야 사는 맛이 납니다. 소통(疏通)이 되지 않으니 답답하고 갑갑할 노릇입니다. 우리 사회에 가장 소통을 잘하고 크게 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大統領)인데 꽉꽉 막힌 대통령이 집권을 하고, 능글능글 의뭉스러운 국무총리가 나라를 맡고 있다 보니 국민들이 죽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뺀질뺀질한 당대표,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팔아 국민을 속인 말재주꾼 같은 이가 국회의원을 하고 있으니 더 한심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말을 못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말을 잘하는 네 가지 요건인 덕(德), 지(智), 감(感), 진(眞)에 관하여 말하려 합니다.     



2. 먼저, 덕입니다. 덕이 있다는 말은 어질고 착한 마음이 있다는 말입니다. 어진 사람은 넓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다처럼 포용하는 사람입니다. 어진 사람은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윤리의식을 반듯하고 갖추고 있습니다. 말과 태도에 품격이 있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합니다. 긍정적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열리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희망과 열정이 생겨납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 말을 많이 합니다. 부정적 말이나 생각 때문에 기분마저 좋지 않으면 힘이 듭니다. 부정적 말은 힘들게  긍정적 말은 힘나게 합니다. 덕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힘나게 하고, 희망을 주는 말을 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말을 하지만 바른말을 한다고 하여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子曰 有德者는 必有言이어니와 有言者 不必有德이며 仁者는 必有勇자왈 유덕자는 필유언이어니와 유언자 불필유덕이며 인자는 필유용이어니와 勇者 不必有仁이니라

어니와 용자 불필유인이니라 

    

유언(有言)은 조리 정연하게 하는 바른말을 말합니다. 말은 참말과 거짓말이 있고 옳은 말과 그른 말이 있습니다. 참말은 사실과 부합하는 말이고 거짓말은 사실과 맞지 않는 말입니다. 국정 질의를 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찹니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죽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사람이 많은데도 응급실은 이상 없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옳은 말은 이치에 맞고 마땅한 말이고 그른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입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할 말과 못 할 말을 가려서 합니다. 옳고 바른말이라도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습니다. 참말과 거짓말, 옳은 말과 그른 말은 말의 내용과 관련이 있고 할 말과 못 할 말은 말하는 태도나 방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른말을 한다고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할 말과 못 할 말을 가려서 해야 덕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할말과 못할말을 가리지 못하면 말을 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줍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표현도 가려서 상처를 주지 않고 말을 합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바른말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말을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말합니다. 바른말을 해야 할 말인지 하지 말아야 할 말인지 가려서 하고, 말을 할 때는 따뜻하게 말해야 합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우유부단하거나 비겁하지 않습니다. 말을 해야 할 때 바른말을 용기를 내어 꼭 합니다. 용기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당당하게 하는 기운입니다. 나에게 불이익이 오더라도 옳고 바른 것이면 반드시 하는 것이 용기입니다. 용기는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옳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3. 다음은 지(智)입니다. 관계를 오래가기도 하고 행복하게 하려면 말과 행동을 슬기롭게 해야 합니다. 슬기로운 삶의 관계의 시작과 끝은 말입니다.  슬기롭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잘 헤아리는 힘입니다. 

슬기롭게 잘 헤아리려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헤아려야 합니다.    

맹자 제자 공손추가 맹자에게 “선생님의 장점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나의 장점은 말을 알고 호연지기를 잘 기는 것이다.”라고 답합니다. 공손추가 다시 묻기를 “말을 안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라고 하자 맹자가 대답하기를 “한쪽으로 치우친 말(피사詖辭)을 들으면 가려진 것을 알고, 방탕한 말(음사淫辭)에서 그 사람이 빠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며, 사특한 말(사사邪辭)을 들으면 도리에 벗어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회피하는 말(둔사遁辭)을 들으면 무엇이 궁해서 그러한지 안다. 이러한 마음이 생겨나 정치를 해치고, 일을 망치는 것이다. 성인께서 다시 나오시더라도 나의 말에 동의하실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피음사둔(詖淫邪遁)’ 네 가지는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 수 있습니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것입니다. 피사를 보면 선입견과 편견,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사를 들으면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사를 들으면 이기적이고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둔사를 들으면 남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말을 안다는 것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슬기롭게 소통을 잘해야 말을 잘하는 것입니다. 의사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하는 말의 진의를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헌문편에 “남이 나를 속이지 않을까 미리 생각하지 말고 또 남이 믿지 않을까 미리 억측하지 말아야 한다. 도리어 또한 먼저 깨닫는 자가 현명한 사람이다.”라고 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는 것이 소통을 잘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안연편에는 서서히 스며드는 참소와 절절한 하소연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남의 허물을 말하는 사람과 동조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말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합니다. 

 충고는 할 때는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자장 편에는 “윗사람에게 믿음을 얻은 다음에 바른말을 할 것이니, 그들에게 신임을 얻지 않고 말을 하면 자기를 비방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윗사람한테 자주 충고 하면 곧 곤욕을 당하고, 친구에게 자주 충고하면 두 사람 사이가 멀어집니다. 충고를 하려면 서로 인간적 신뢰(라포)가 형성된 다음에 해야 한다. 신뢰하는 사이는 서로의 약점이나 단점을 드러내도 그것을 인정하고 비판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는 믿음이 있을 때 충고를 해야 사이가 멀어지지 않습니다. 서로 신뢰할 때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진정성 있는 말을 할 수 있고 사이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말하는 소위 ‘충조평판’을 많이 하면 친한 사람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사람의 심리는 칭찬하는 것 좋아하고 충고하는 것 싫어합니다. 세상에는 충고해 주면 고맙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속으로 ‘너나 잘하세요’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콤플렉스, 열등감 없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진짜 친하고 열린 마음으로 충고를 받아들이는 사람 말고는 충조평판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더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다가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고 관계가 깨지는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말하게 하고 공감해 주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더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한테 조언을 해야 합니다. 충고를 부드럽게 했는데도 고치지 않으면 그만두어야지 계속 고치라고 하면 잔소리가 되고 사이가 나빠집니다. 너무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고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존중하고 살아야 덜 피곤합니다.      


4. 세 번째는 감(感)입니다. 감은 공감을 말합니다. 자기 말만 하고 자기 입장을 말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공감력이 부족한 꼰대가 있으면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배려하여 따뜻한 말을 해야 좋은 관계가 오래오래 갑니다. 관계의 시작은 인연이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노력입니다.      

논어 위령공 편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더불어 말할 만한데도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더불어 말하면 말을 잃을 것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으며 또한 말을 잃지 않는다.”라고 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말과 사람을 잃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이나 마음 상태를 잘 알아서 공감을 해 주고 관계를 항상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설미(눈썰미)가 있어야 합니다. 눈치는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위축되게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는 설미가 되기도 합니다. 

 어른과 아이를 구별하는 여러 기준이 있습니다. 어른은 마음을 열고 남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성숙한 사람을 말합니다. 어른은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상황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른은 상황을 두루두루 잘 헤아리는 슬기를 가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 공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압니다. 반면에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여러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하고 자기 것만 챙기고 남을 배려하지 못합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여러 상황을 생각하는 성숙한 어른의 마음입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어린아이입니다. 사람이 뒤에 따라오는 것을 보고 문을 잡아 손가락이 끼이지 않도록 하는 것, 엘리베이터를 잠시 잡았다 뒤따라오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가면 차를 멈추고 기다리는 것 등 사소한 배려는 성숙한 사람의 아름다운 행동입니다. 이러한 배려는 마음을 넉넉하게 하고 타인을 행복하며 자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공감력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입장과 아픔을 헤아리는 힘이 부족합니다. 남을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사람, 모멸감을 주는 사람은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공감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잘 쓰는 말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할 말을 다 해야 표현의 자유를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과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차별과 혐오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조건을 파괴하는 폭력입니다. 한 개인이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정체성인 인종·피부색·성별·지역 등을 언급하며 말이 차별입니다. 또한 한 개인이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생물학적 특성이나 정체성 등을 말하면서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생김새나 지능지수, 부모, 환경 등을 들어서 말하면 수치심과 모멸감을 줍니다. 모멸은 모욕과 경멸을 함께 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욕은 겉으로 표 나게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이고 경멸은 은근하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무시하는 표정, 비웃는 눈빛, 퉁명한 말투로 모멸감을 줍니다. 존재를 부정하거나 낮추어 보면서 하찮게 여기는 것이 모멸입니다. 은근한 따돌림도 모멸감을 주는 것입니다. 사람을 따돌리면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이는 물리적 폭력만큼 나쁜 것입니다. 수치심이나 모멸감은 어떤 문제에 대한 책임감보다 죄책감을 갖게 하고 자포자기에 이르게 하며 삶을 놓아버리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말 입다.           

 

5. 네 번째는 진(眞)입니다. 말은 진정성과 진심을 담아서 해야 합니다. 진심과 진정성이 없는 말재주꾼은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사람과 세상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고, 진정성 없이 건성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과 행동에 진심이 담겨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온화하고 부드럽고 다정한 태도로 대합니다. 진정성 있는 사람은 어진 마음이 있기 때문에 거짓으로 꾸미지 않습니다. 남이 보거나 보지 않을 때도 늘 한결같고, 늘 약자를 위하며 강자에게 당당하게 말합니다. 

 반면에 진심과 진정성이 없는 사람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표정을 수시로 바꾸며 말을 합니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비굴하게 교언영색하며 말합니다.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무슨 말을 해도 믿음이 안 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사기꾼이거나 말재주꾼입니다. 사기꾼은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기 때문에 듣기 좋은 그럴듯한 말을 합니다. 사기꾼의 말은 얼핏 들으면 속기 쉽습니다. 사기꾼의 말은 진정성이 없는 말재주꾼의 말과 같습니다. 말재주꾼의 말은 진정성이 부족하여 믿을 수 없습니다.  진정성이란 겉과 속이 일치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남을 해롭게 할 생각을 한다면 진정성이 없는 것입니다. 진정성이 있어야 서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말을 해야 신뢰가 쌓입니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며 아첨하는 말재주꾼은 진정성이 없습니다. 말재주꾼은 임기응변에 강합니다. 그래서 말재주꾼의 말을 들으면 순간적으로는 똑똑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말재주꾼은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논지를 흐리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듣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말재주꾼의 꼼수와 잔재주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진정성이 없는 사람은 강자에게 아첨하거나 약자를 부려먹으려고 그때그때 달콤한 말만 합니다. 또한 자신의 욕심을 차리기 위해 양쪽의 눈치를 보느라 능글맞습니다. 뺀질뺀질하게 논리적인 척하면서 핑계나 살살 대고 남탓하며 말재간을 부리는 진정성 없는 사람을 잘 헤아려 피해야 합니다.  

   이처럼 말을 할 때 어질고 넓은 마음으로 덕(德)을 갖추고, 슬기롭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분별하는 지(智)를 갖추며, 늘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감(感)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진심과 진정성을 갖춘 진(眞) 있을 때 사람들이 믿고 따를 것입니다. 덕, 지, 감, 진 네 말씨를 갖추어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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