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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개혁성공을 바라며]

이재명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조의 개혁 실패를 반면교사해야 한다

by 백승호

이재명 대통령이 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사람들은 다시 만날 세계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개혁과 국정을 담당할 국무총리, 장차관 인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다. 많은 사람이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 민주 정부의 개혁이 성공해야 한다. 개혁은 시대를 관통하는 과제다. 조선 후기의 정조는 군주로서 시대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해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개혁은 번번이 좌초했고, 결국 정조의 뜻은 후대에 실현되지 못한 꿈으로 남았다. 오늘날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구조적 개혁에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반드시 개혁에 성공하길 바란다.


강명관 교수는 정조 개혁 실패의 이유를 벌열(閥閱) 체제에서 찾았다. 수십 개 가문이 결집해 권력과 부를 독점하며 개혁을 봉쇄한 것이다. 오늘날 최배근 교수도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기득권 구조를 ‘부동산 카르텔’이라 명명하며 재벌, 금융자본, 모피아, 언론이 결탁해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조의 개혁 실패와 현대 개혁 실패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정조의 개혁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재명 정부 개혁은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조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현대 한국의 카르텔 구조가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어떻게 가로막아 왔는지를 사례를 들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개혁 성공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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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개혁 실패의 교훈

강명관에 따르면 정조는 민생을 위한 개혁을 꿈꿨으나, 이를 실현할 수 없었다. 이유는 벌열(閥閱) 체제였다. 벌열은 수십 개 가문이 토지, 관직, 인맥을 독점하며 권력을 세습한 구조적 기득권이었다. 이들은 정조 즉위 초기에 암살을 기도했을 정도로 개혁을 적대했다. 민의 복리를 위한 개혁은 이들의 특권을 해체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했지만, 정조는 그럴 용기를 내지 못했고 늘 멈칫거렸다. 개혁 주체의 고립, 기득권의 견고한 연대가 개혁을 봉쇄한 것이다.


현대 한국의 기득권 카르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기득권 구조는 벌열과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최배근 교수는 이를 ‘부동산 카르텔’이라 부른다. 그는 “한국 사회 권력은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며, 부동산을 매개로 한 이권 카르텔이 기득권 체제의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이 부동산 카르텔의 정점에는 재벌 자본과 금융 자본이 있다. 재벌은 하나 이상의 건설회사를 보유하고, 부동산은 금융 자본의 핵심 담보물이 되며, 둘은 샴쌍둥이처럼 결합한다. 모피아는 재정준칙을 명분 삼아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감세 논리를 강화하며 금융 자본의 이익을 대변한다. 언론은 이 구조를 정당화하며 개혁을 방해하는 여론을 형성한다. 이처럼 현대의 카르텔은 경제적 특권을 넘어 정치와 언론, 법률 권력을 결탁시킨 구조적 기득권이다.

최 교수는 부동산 카르텔이 “모든 사회적 자원을 부동산으로 빨아들여 혁신과 창의로의 자원 흐름을 차단하고,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라고 경고한다. 사회적 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국민은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를 잃고, 결국 사회는 활력을 잃고 붕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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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가 2023년 6월 28일부터 시행한 ‘627 부동산 대책’은 시의적절하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한도와 만기를 축소했다. 과거 30억 원 아파트에 20억 원 이상 대출이 가능했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고, 실수요자도 6억 원 이상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고가 주택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 급매물이 증가하며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고, 투기 심리가 억제되는 긍정적 변화가 일고 있다. 단기적 부작용과 실수요자의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나, 시장 안정과 사회적 형평성 회복을 위한 필수 조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재벌개혁과 상법 개정

재벌개혁은 소유-경영의 분리, 소수주주권 강화, 지배구조 투명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한 상법 개정안은 2012년 이후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2020년 공정경제 3 법 논의 때도 재계는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라는 프레임으로 여론을 왜곡했다. 보수언론은 이를 증폭시키며 개혁의 정당성을 흔들었다. 결국 법안은 핵심 내용이 빠지고 통과돼 누더기가 됐다. 그러나 재벌 지배구조 개선 또한 현실화되고 있다. 2025년 3월 13일 국회는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를 위한 의무를 부담해 주주 이익 중심 경영 원칙을 강화

소액주주 보호 강화: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로 경영 감시와 참여 기회 확대

기업 지배구조 및 주주권 전반적 개선이 개정안은 재벌 개혁의 중요한 진전으로, 국민과 정치권의 공감대 속에 입법 성과를 냈다.

민주당 21대선 정책공약집 지배구조 개선.JPG

이처럼 부동산 대책과 상법 개정 등 실질적 정책과 법률 개혁이 함께 추진될 때, 재벌 카르텔 해체에 실질적 진전이 가능하다.


검찰개혁과 사법 특권

검찰개혁은 특권 사법권력을 해체하려는 시도였다.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추진됐지만 검찰의 강력한 저항과 보수언론의 왜곡으로 무력화됐다. 공수처는 권한과 인력이 축소되고, 출범 후에도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검찰은 “정권의 사법 통제”라는 논리로 개혁을 방어했고, 언론은 이를 확산시켜 개혁 여론을 분열시켰다.

광주현장에서.jpeg 2025년 6월 25일 광주현장에서



언론개혁과 기득권 보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언론중재법 개정은 기득권 언론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언론은 개혁 시도를 “언론 자유 탄압”으로 포장했고, 국제 언론단체를 동원해 여론전을 벌였다.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됐다.


개혁 성공의 조건

첫째, 국민주권 연대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개혁은 대통령이나 소수 정치세력이 이끌 수 없다. 국민 다수가 기득권 구조 해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연대해야 한다. 정조의 실패처럼 고립된 개혁 주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 총체적이고 동시적인 개혁 설계가 요구된다. 재벌·검찰·언론·모피아 카르텔이 결탁한 만큼 개혁도 이들을 한꺼번에 겨냥해야 한다. 하나의 축만 겨누는 개혁은 나머지 축에 의해 봉쇄된다.

셋째, 사회적 소득 보장과 개혁의 연결이 필요하다. 최 교수의 말처럼 사회적 소득은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다. 사회안전망과 최소 소득 보장이 개혁의 토대가 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혁신과 창의를 위한 시도를 감행할 수 있다.

넷째,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국내 개혁은 국제 자본 규범 개혁과 연계돼야 한다. 월가 자본과 결탁한 카르텔을 국내적 노력만으로 해체하긴 어렵다.


이재명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정조는 기득권 벌열의 결속과 반발 앞에서 고립되었고, 결국 개혁은 좌초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카르텔은 벌열보다 훨씬 복잡하고 견고하다. 재벌, 금융자본, 모피아, 언론이 결탁해 기득권 체제를 수호한다. 따라서 개혁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기득권 체제 자체를 해체하는 총체적 시도여야 한다. 국민 다수가 개혁의 주체로 나서고, 사회적 소득과 안전망이 보장되며, 개혁이 국민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만 기득권 체제를 넘어설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정조가 멈칫한 그 자리에서 과감히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개혁 성공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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