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국익과 자주국방의 길
1. APEC 시대의 외교전략과 한국의 국익: 미중 갈등 속 자주국방의 길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한 장면은 단순한 외교 의전이 아니라 치밀한 국익 중심의 외교전략이었다. 무궁화대훈장과 장인이 20여 일간 공들여 만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오찬에는 금으로 장식한 디저트, 만찬에는 트럼프의 이름이 새겨진 와인을 준비한 것은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익을 도모하려는 외교적 포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앞두고 외교를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국익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외교협상 전략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언어와 의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상호 이익을 조율하면서도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2.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을 첫 방문했을 때 “53년 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 모른다”라고 말해 ‘친미’ 논란이 일었다.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신도 무뢰한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 고사를 인용하며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지금의 수모를 견딘다는 과하지욕(袴下之辱)을 언급했다. 이 말을 들으며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연암은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고 나라에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비록 그 법이 혹 오랑캐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반드시 취하여 본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념과 이데올로기의 허위의식보다 실용외교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 역시 국익과 자주국방, 그리고 국민의 삶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온 결정이었다.
3. 실제로 이번 협상은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은 25%의 관세 인상을 요구했으나, 한국은 끝까지 맞서 최대 15%로 방어했다.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 투자도 한꺼번에 지불하지 않고, 2,000억 달러는 연 200억 달러씩 10년 분할 투자,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에너지 협력 투자로 조정했다. 이를 통해 국내 연구개발과 내수경제를 보호하고, 경제 주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개발 승인을 받아냈다. 이는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 자주국방 완성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자주국방 노선, 문재인 정부의 SLBM 개발과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이어, 이번 승인으로 한국은 공군·해군·육군이 균형을 이루는 전략적 자율국가의 기반을 확립했다. 외교가 곧 안보이며, 국방이 곧 경제라는 원리가 현실이 된 것이다.
4. 미국의 전략: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브레턴우즈 체제’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소비국가에서 제조국가로의 회귀,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한 그의 정책은 경제정책과 외교전략이 긴밀히 맞물려 있다. 현재 미국 외교와 금융정책의 중심에는 ‘달러 패권의 재설계’라는 대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행정부는 지니어스법안(Genius Act)을 통과시켜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제도권 금융에 편입하며 새로운 ‘디지털 브레턴우즈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1944년 금·달러 체제를 디지털 기술로 부활시키려는 시도다. 스테이블코인은 국채와 달러를 1:1로 연동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디지털 화폐다. 미국은 이를 통해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금리 상승을 흡수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달러 신뢰 구조를 구축하려 한다. 즉, 중앙은행이 아닌 시장과 기술이 달러의 신용을 지탱하는 체제를 설계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시스템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 한다.
첫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늘려 국채 수요를 끌어올리고 금리를 안정시켜 재정 부담을 완화한다.
둘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대신 민간이 참여하는 달러 네트워크를 확대해, 세계 결제 질서에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에 대응한다.
결국 미국의 목표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패권의 확장’이며, 그 방식은 과거의 군사력 중심이 아닌 디지털 금융을 통한 패권의 재정립이다.
5. 중국의 전략: 문명국가의 자율성과 디지털 위안화
반면 시진핑의 전략은 문명국가의 자율성과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있다. 시진핑은 중국을 단순한 국민국가가 아닌 ‘문명국가(civilization-state)’로 규정한다. 이는 수천 년 동안 다민족과 다문화를 포괄해 온 중화 문명권의 자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현대 중국의 국가 전략은 이 문명적 기억을 정치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그가 내세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華民族偉大復興)”은 경제 성장의 목표를 넘어, 문명국가로서의 자율성 회복 선언이다. 시진핑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중국 중심의 경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디지털 위안화(CBDC)를 무기로 미국 달러 체제에 대한 대안적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단순한 결제수단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신용 통제 체제, 즉 금융 주권의 완전한 회복을 상징한다.
이 전략은 미국의 민간 확산형 모델과 정반대의 철학을 지닌다. 미국이 시장 자율과 기술 혁신을 내세운다면, 중국은 국가 통제와 문명 질서를 강조한다. 미국이 ‘달러의 신뢰’를 기술로 유지하려 한다면, 중국은 ‘문명의 자부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결국 양국의 대립은 단순한 통화나 무역의 충돌이 아니라, ‘신뢰의 철학’과 ‘질서의 패러다임’의 충돌이다.
6. 한국의 선택: 실용외교와 자주국방의 조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미국의 기술·금융 패권과 중국의 문명·경제 블록 사이에서 국익을 지키는 실용외교와 자주국방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미 외교는 바로 그 방향을 보여준다.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한국은 관세와 투자 조건을 완화하며 경제적 주권을 지켰고, 핵추진 잠수함 승인을 통해 안보 자율성을 확보했다. 이것이 바로 국익 중심의 외교전략이며, 감정이 아니라 현실의 힘으로 주권을 강화하는 길이다.
앞으로 한국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새로운 외교 무대로 삼아야 한다.
APEC은 단순한 경제 협의체가 아니라, 미중 간 분절된 세계질서 속에서 협력과 균형의 실용외교를 펼칠 기회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기술·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에너지·기후 협력을 통해 다층적 네트워크 외교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선택당하지 않는 나라, 스스로 선택하는 나라”로서의 자주적 역량이다.
7. 국익을 도모하는 관세협상, 자주국방, 그리고 다자 협력의 삼각축인 오늘날의 세계는 냉전이 아닌 복합경쟁의 시대다.
미국은 군사력과 AI기술을, 중국은 제조업과 신문명을 무기로 삼아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국익·자주국방·협력의 삼각축이다. 외교는 국방과 분리될 수 없고, 국방은 경제력과 분리될 수 없다.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와 자주국방의 결합은 대한민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견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외교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익을 위한 외교전략”과 “자주국방의 길”을 바탕으로 한국 외교는 감정이 아닌 이성, 이념이 아닌 실용, 의존이 아닌 자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미중 갈등의 격랑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세계가 주목할 ‘한국형 실용외교’의 새로운 모델이다.
연암의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고 나라에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비록 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반드시 취하여 본받아야 한다.”
이 말처럼,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외교, 그것이 APEC 시대 한국이 지향해야 할 외교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