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삶과 우정, 그리고 성장
이야기 하나
— 최가온의 성장-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하얀 눈을 가르는 보드의 멋진 궤적과 얼음벽 위로 솟구치는 점프,
전광판에 찍히는 점수 하나에 울고 웃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가슴 뭉클합니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얼굴을 보며 저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반복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2026년 밀라노-담페쵸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전이었습니다.
열일곱 살 최가온 선수의 첫 올림픽 무대였습니다. 저 역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기대했던 1차 시도였습니다. 힘차게 솟구친 점프, 그러나 공중에서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파이프 턱에 걸리며 둔탁한 소리를 내고 거꾸로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며 걱정을 했습니다.
화면으로 보아도 충격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최가온 선수는 나중에 “어디 뼈가 부러진 줄 알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달려가고 들것이 준비되던 순간, 경기장은 숨이 멎은 듯 고요해졌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첫 올림픽은 그렇게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누구도 그 선택을 탓할 수 없었습니다.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잠시 뒤 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기권을 번복하겠다는 결정이었습니다.
“뼈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이대로 끝낼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 한 문장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수천 번의 반복과 수많은 실패, 새벽의 훈련과 밤늦은 연습이 만들어 낸 결심이었습니다.
수많은 반복을 하며 넘어지고 다치고....... 좌절과 절망, 두려움과 외로움을 넘어선 사람만이,
포기 직전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반복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성장합니다. 처
음에는 되지 않던 동작이 어느 날 자연스러워지고, 두렵던 착지가 어느 순간 안정으로 바뀝니다.
성장은 거창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분명히 쌓이고 있습니다.
2차 시도에 나섰습니다.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점프는 여전히 높았지만, 착지에서 다시 무너졌습니다. 순위는 9위로 밀려났습니다. 남은 기회는 3차 시도 단 한 번 뿐이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끝난 경기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스포츠는 늘 노력이라는 필연 위에 승리의 기쁨을 줍니다.
마지막 3차 시도를 합니다.
비틀거리며 출발선에 선 최가온 선수의 눈빛은 오히려 더 또렷해 보였습니다. 크게 다친 선수의 눈에는 보통 공포가 서립니다. 그러나 그 눈에는 공포 대신 자신감과 겸손이 교차하며 그 순간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에 “너무 세게 넘어지니까 두려움보다는 빨리 아픈 게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라고 말한 최가온입니다. 그 말에는 두려움을 이겨낸 담담한 겸손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이프 안으로 들어옵니다.
공중회전은 아름다웠고 완벽했습니다.
부상당한 다리로 어떻게 저 높이를 찍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점프는 이번 대회 전체 선수 중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습니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히트에서 파이프 림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순간,
경기장 전체는 말없이 그녀의 성공을 응원했습니다.
착지는 바늘 하나 꽂듯 정확했습니다. 아름답고 뭉클했습니다.
전광판에 90.25점이 찍혔습니다.
1위였습니다.
그러나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 차례는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하프파이프계의 여제 클로이 김 선수였습니다. 최가온 선수가 스노보드를 시작할 때부터 우상이라 말해온 존재였습니다. 클로이 김 선수의 연기 역시 완벽했습니다. 높이와 기술, 안정감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점수가 발표되었습니다.
최가온 선수가 앞섰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스노보드 금메달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동계올림픽은 단지 기록의 경쟁이 아닙니다. 반복과 노력, 그리고 우연이 만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무대입니다. 노력은 필연입니다. 반복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우연의 문턱을 지나야 합니다. 그 문턱 앞에서 돌아서지 않는 사람만이 우연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열일곱 소녀의 세 번의 점프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넘어짐은 끝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고.
진짜 금빛은 메달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과한 우리의 처절한 삶이라고.
이야기 둘
— 최가온과 클로이 김의 우정과 삶
올림픽은 언제나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래도록 마음에 품는 장면은, 기록지에 남은 숫자가 아니라 어떤 순간의 태도입니다. 이번 하프파이프 경기에서 서로 다른 아름다운 승리를 보았습니다. 하나는 금메달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였고, 또 하나는 품격을 갖춘 삶의 태도입니다.
최가온은 넘어졌습니다. 공중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진 뒤, 그는 위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였다고 합니다.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 첫 올림픽, 그리고 두 번의 실수.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 절벽을 마주하는지 쉽게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는 울음을 삼키고 이를 악물었다. “걸어보자.” 그 말은 거창한 결의가 아니라, 그저 다음 한 발을 떼어 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다리에 힘이 돌아와 다시 3차 시도를 합니다. 그의 진짜 승리는 그가 다시 일어선 순간 이미 완성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클로이 김은 성숙한 삶의 태도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영원히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고 말했습니다. 정상에 선 선수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놀라울 만큼 겸손하고 담담했습니다. 사람들은 늘 그에게 역사를 만들 거라고, 무엇이든 해낼 거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는 “저는 그저 스노보드를 타러 왔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세운 기준은 메달의 색깔이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가”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제 기준에서 저는 승자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싸웠기 때문입니다.”
넘어짐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며, 정상은 끝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비추는 자리라는 것.
최가온은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증명했고, 클로이 김은 삶의 태도와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한 사람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미래를 향해 길을 열어 주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정신이나 스포츠 정신은 승리의 멋진 모습과 승리를 위한 과정과 태도에 있습니다. 클로이 김은 가온을 두고 “재능이 있지만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속에는 오직 존중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금메달의 빛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이어지는 시간의 빛처럼 느껴졌습니다.
최가온이 말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고백은 순수한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의 뿌리는 부단한 노력으로 단단해지고 성장한 시간입니다.
클로이 김이 말한 “저는 승자입니다”라는 문장은 또 다른 의미입니다.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인정하는 태도. 그것은 스포츠를 넘어 삶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입니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하프파이프를 건너갑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좌절하고 다시 일어섭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좌절하고 절망하더라도 다시 걷겠다는 마음, 순간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
올림픽 정신은 삶의 숭고한 태도입니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내려오며 그다음 사람을 응원하며 더욱더 성숙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가온과 클로이 김은 더 높이, 더 멀리,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승리는 점수판 메달의 색깔에도 있지만 성숙은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난 선수,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해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선수.
그들이 보여준 태도 속에서, 올림픽 정신은 다시 한번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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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가 클로이 김이 보여준 올림픽 정신
2월 13일 인터뷰 BBC 인터뷰
최가온
사실 넘어지고 나서 처음에는
아 나도 이대로 포기해야 되나 하고 많이 좀 위에서 엉엉 울었는데
이 악물고 ‘걸어보자’ 하고 걷기 시작하는데 조금씩 다리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해서
그때부터는 조금 마음 편하게 ‘다시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다시 좀 타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안 믿기고 첫 올림픽에 첫 메달이 금메달이어서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클로이 김
제가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줬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영원히 이 일을 할 수 없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종목이 매우 좋은 선수들에게 맡겨져 있는 것 같아요
가온은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예요
그는 재능이 있지만 훈련도 열심히 해요
그래서 오늘처럼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없어요
늘 제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을 ‘클로이가 역사를 만들 거야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
저는 단지 스노보드를 타러 왔을 뿐이에요
제가 잘해서 어떤 메달을 받게 되든
제 우선순위는 늘
제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리고 오늘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저는 승자예요
제가 인내심을 갖고 싸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