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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호 Dec 16. 2023

#1. 그냥 당당하게 사교육 하자

교육 잡설(雜說)

by신영곤 Dec 14. 2023

#1. 그냥 당당하게 사교육 하자


  “문제를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고, 장애물을 만나면 실수도 하면서 깊게 사색하고 고민하면서 해결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성취감은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비밀 열쇠입니다. 그런데 사교육은 이러한 비밀 열쇠를 훔쳐 가버립니다.”     


   사교육에 대한 이 정도 비난은 애교 어린 수준입니다. 그런데 다음의 글을 보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사교육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과 논리적 비약에는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해결이 안 되면 남 탓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사교육으로 자라 성인이 된 어린이(grown-up child)'들은 30대가 되고, 40대가 돼도 독립하기 어렵습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기를 두려워합니다. 스스로 일어서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문제 푸는 것을 습관화한 사람은, 남 탓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남 탓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본인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문제해결이 어려우면 돈 주고 빨리 해결하거나 정 안 되면 희생양을 찾아 나섭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고위공직자들, 대기업 총수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를 사교육에서 찾고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지연되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한 국가인 이탈리아, 남미 등은 사교육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없는데도 캥거루족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갑질 문화 등 모든 사회 문제를 사교육으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오은영 박사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선행학습과 사교육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속도다.’라고 속도에 대해서 즉 선행학습에 대해서 비판했습니다. 남보다 앞서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욕망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며 우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에 사교육이 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전과자 중에 사교육을 받은 사람의 비율의 90% 이상이니 사교육이 범죄의 원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방금 한 말이 언 듯 이상하죠? 사실 우리 국민의 거의 100%가 어떤 종류이든지 사교육 경험이 있습니다. 또 다른 말로 우리나라 공교육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전 국민이 최소한 유치원은 아니라도 초등학교는 졸업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을 물으려면 사교육보다 공교육이 더 합리적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우리 사회가 공교육자 사교육자보다 더 신뢰하지 않겠습니까?


   학부모도 아이들에게 학원 다니며 도덕과 윤리를 배우라고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풀고 오답 노트를 만들고 이해가 갈 때까지 반복하라고 학원강사, 일타강사가 말하지, 참된 인생을 살라고 훈계하지 않습니다. 사교육은 사교육 대로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증명되었듯이 학교 수업 이후 보습학원, 태권도, 피아노 학원 등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돌봄 기관입니다. 2000년 전의 로마도 낮은 결혼, 출산율로 인해 국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필수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덕분에 일타강사의 수업을 인강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반복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공부의 진입장벽이 학원으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낮아졌습니다.     


   2022년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도 ‘재수학원’을 통해서 서울대에 진학했고 2022년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에 버금가는 밴 클라이번 대회 최연소로 우승한 임윤찬은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인 7세에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들 또한 동네 태권도 도장부터 다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학교보다 도장에서 더 먼저, 더 많이 했습니다.  참고로 국기에 대한 경례는 미국에 다녀온 서재필 박사님이 처음 시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학생이 유학 가서 수학 문제 푸는 것을 보면 주변에서 놀란다고 합니다(어떤 면에서는 인도, 중국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잘 풉니다). 우리도 잘하는 거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말도 못 하는데 수학 문제도 못 푼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존감이 얼마나 떨어지겠습니까? 가뜩이나 가진 것이 사람밖에 없는 나라에서 말입니다.     


   자 이쯤 이야기했으면 제가 사교육과 관련이 있는 사람임은 모두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사심 가득히 진솔(?)하게 사교육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책을 덮으시기 바랍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진짜 사교육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도 공교육만 시키시고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와 학교 수업만 했다는 말을 믿으신다면 그때는 국내 순수 국보 1호, 공교육파로 인정하겠습니다.


   사실 모든 국가는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근대국가에서 교육은 매우 한정된 계급의 특별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었고 이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이 다수의 백성을 교화시키고 다스려야 했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파르타식 교육도 결국 다수의 노예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택받은 스파르타인만의 독특한 교육 방법이었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공교육의 형태보다 사교육, 즉 가정교사의 형태로 시작되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이 아리스토텔레스이며 가정교사로 들인 이가 바로 아버지 필리포스 2세였습니다. 당시 아테네에는 플라톤이 만든 그 유명한 아카데메이아가 있었으나 그런 교육은 필리포스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필리포스 2세는 직접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부탁하여 아들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록된 유럽 최초 사교육의 시작입니다.      


   유럽과 중동의 고대 교육은 대부분 종교 교육이었습니다. 그 외의 교육은 군대 교육훈련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기타 교육이 그리스 철학에 대한 교육이었습니다. 당연히 근대 이후의 교육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세 유럽의 교육은 수도원 중심의 종교 교육과 영주, 기사 중심의 귀족 교육으로 구분됩니다. 역시 교육은 보편적 교육이 아닌 소수 엘리트 중심의 사교육이었습니다. 이러한 유럽이 르네상스를 거쳐 근세로 접어들며 국민, 군대, 계몽 등의 개념이 생기며 점차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공교육 체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미국은 이러한 교육 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주립대를 중심으로 하는 공교육과 사립대를 중심 교육체계를 구축하게 됩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에 지대한 공헌을 한 쇼카촌숙(松下村塾)같이 사교육에서 근대국가에 필요한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국민을 지향하는 공교육 체제로 급속하게 전환하게 됩니다.     


   조선의 공교육은 성균관, 서원, 서당이 있었습니다. 성균관 입학 자체가 특별한 일이니, 공교육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고시에 합격한 자들을 2~3년 교육시키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단기 코스 과정의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당연히 사대부의 부모들은 합격률 높은 스승을 찾아 자식을 맡겼습니다. 따라서 조선 중기 이후에는 서당과 서원이 기세를 떨치게 됩니다. 물론 도산서원처럼 순수(?) 공부를 위한 교육기관도 존재했습니다. 


    조선 후기로 가며 인구와 양반의 증가로 과거시험 경쟁은 치열해지고 관직은 매관매직 등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과거도 대필 등의 부정행위가 만연하게 될 정도이니 공교육은 존재조차 희미해집니다.    


    대한제국 시절 많은 선교사를 비롯한 각종 단체들이 계몽운동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지만 공교육보다는 사학이었으며 병탄 후에는 ‘내선일체’와 식민지배의 일환으로 일본과 거의 동일한 공교육 체계를 수립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서재필 같은 분은 계몽운동의 일환으로 교육을 강조하지만 결국 1930년대 황민화 교육 이후에 조선의 교육은 오히려 활성화하지만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몇몇 사립학교는 공립학교로 전환하거나 교장 등을 일본인으로 교체하였으며 교명 변경, 사립학교 설립 금지, 신사참배 강요 등으로 주도적이고 민족주의적 교육이 제한됩니다. 해방 후에도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미군정 주도로 미국의 교육제도가 일부 도입되고 황민화 교육이 금지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본의 교육제도가 이름만 달리해서 거의 그대로 존속하게 되며 이후에도 공교육 중심의 교육시스템으로 구축됩니다.    


   그렇다면 공교육으로 부족한 부분은 어떻게 했을까요? 맞습니다. 예상하신 대로 사교육의 발전을 낳았습니다. 일본, 한국, 중국은 어쩌면 2차 대전 후 유사한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동양 삼국은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일단 사람에게 모든 투자를 했습니다. 당연히 교육에 대한 열의가 어느 나라보다 높았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과 중국의 사교육은 훨씬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어쩌면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체계적이고 시장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다윈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사교육이 우수한 교육 제도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었습니다.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사교육도 엄연한 시장입니다. 이 산업의 직간접 종사자와 관련 산업의 생태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굳이 섣불리 풀기보다는 잘 달래서 공교육과의 연대 등 더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은 이미 교육 콘텐츠 사업에서 빛을 발휘하며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처럼 일타강사도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돈을 벌고 있습니다. 물론 학원강사도 2부, 3부 리그가 있습니다.     


   이 시대의 사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만큼 발전한 사교육 체계를, 산업을 정부가 개입해서 금지한다면 혼란만 더욱 가중될 뿐입니다. 부모님이 아이들을 언제까지 옆에 끼고 가르칠 수 있을까요? 또 학교에만 맡길 수 있나요?      


    요즈음에는 17~18세기 유럽처럼 학교를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거나 일본처럼 유치원부터 특별한 사립기관에서 교육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부의 세습이 교육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금수저, 흙수저 같은 자조 섞인 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포기하기 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오히려 학교보다 사교육 기관이 아이들과 가까이,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IT 기술이 없었다면 대치동, 목동에서 살지 못하는 사람은 멀리서 일타강사의 위명만을 겨우 듣거나 아이들을 주말마다 실어 나를 수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교육 방법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육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은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교육열과 IT를 활용한 사교육 방향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사교육도 미국과 일본에게서 배우려 했습니다. 미국은 사교육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서 대학교수에게도 우리나라 동네 학원 수준 가격으로 레슨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도쿄대를 진학하기 위해 9수를 하고 유명 대형학원 들어가기가 대학 입학보다 어렵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의 사교육비도 엄청나게 올랐고 중국의 사교육 열풍은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일본도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다양한 사교육 시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보완하고 발전시키며 우리가 못 하는 것이 있으면 방향을 바꾸고 없애는 것이 옳습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교육생 즉 우리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변화하라고 하면서 교육은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피리 부는 아저씨를 따라 우리 곁을 떠날 겁니다.      


   부모님과 아이들에게는 자유가 있습니다. 사교육을, 학원을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 권리와 책임을 스스로 포기하지 마시고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어떤 학원이 가장 적합한지, 친구들은 어디를 다니는지 등을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선택한다면 공교육과 다른 얻음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는 이러한 양질의 교육에서 소외될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정책을 눈치 보지 않고 시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교육 시장은 국가가 다른 시장을 관리하듯이 독점과 과점을 통제하고 불공정 거래가 일어나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감시 감독하면 됩니다. 교육을 너무 높거나 낮게 평가하면 관념적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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