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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 Apr 05. 2024

의사를 감동시킨 환자 이야기

진료실 이야

정말 오랜만에 진료실 이야기 글을 써본다. 바쁘게 지내면서 글을 쓰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환자분 만난 이야기를 쓰다 보니 환자 이야기를 어디까지 써야 할지 그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서였다. 환자를 만난 후 내 마음을 쓰면 되니까 써도 되긴 하는데 결국 나의 바쁨과 게으름인가?



© seitamaaphotography, 출처 Unsplash


어찌 되었든 어제는 그런 것을 떠나서 너무나 기억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당뇨로 매달 오시는 남자 환자분이 어느 때처럼 약을 타러 왔는데 환한 얼굴로 하시는 말씀,

"선생님! 저 선생님 덕분에 술 끊었어요! 3개월 넘게 술 한 잔도 안 마셨어요."

?!?! 내가 환자 술을 끊게 하다니? 그게 가능한가? 

나는 환자가 술을 많이 마시면 당연히 술을 끊으라고 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면 건강을 생각해서 끊으라고 한다. 하지만 끊으라고 한마디 듣는다고 끊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때로는 그런 말씀드리면 화를 내시는 분도 있고

"이렇게 살다 죽을래요."

라며 절대 못 끊는다는 분도 많이 있다. 그렇기에 나도 술을 끊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담배를 끊게 도와드리려고 금연 클리닉도 하고, 술을 끊게 도와드리려고 도움을 주는 약물치료도 많이 했는데 약물 치료하시는 분들 중에는 확실히 끊게 된 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냥 끊으라고 해서는 쉽지 않다는 것은 경험으로 너무도 잘 안다.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오시는 분도 어찌나 많은지... 하지만 돌아와서 이야기라도 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나도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보다 의미 있게 환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 결과가 있어서, 의미 있다고 믿고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이 안 나는데 오늘 오신 환자분이 내가 6번도 넘게 간절히 술을 끊으라고 했다고 한다. 감동해서 끊을 결심을 하셨다고 한다. 가족도 그렇게 간절히 내일처럼 끊으라고 하기는 힘들다고 감동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술을 마시게 된 사연을 이야기해 주시는데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아내를 잃고 연달아 하나밖에 없던 아들도 함께 일하다가 사고로 잃었다고 한다. 도저히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어 술을 매일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맞다.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잊기 위해 뭔가를 찾게 된다. 

주로 보는 것, 먹는 것, 즐기는 것으로 보상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 3개월째 안 마시고 있다며 기쁨으로 말씀하시는데 내가 왜 모르겠는가. 다시 마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 잘하셨어요. 제가 더 감동했어요. 저를 감동시킨 환자분이세요."

"앞으로 힘드시면 말씀하시면 약으로도 도와드릴 수 있으니 잘 안될 때는 또 말씀해 주세요."

라고 격려해 드렸다. 

환자분 한 분이 금주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기분이 좋다니...

앞으로 기분 좋은 일이 더 많아지길, 그래서 매일매일 글을 쓰면 좋겠다! 

그리고 술을 끊으면 의사도 환자에게 감동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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