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며
“땅을 밟으며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곧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늘을 나는 것이 내 일인 걸 어찌하란 말인가?” 치기 어린 반항기로 쓸데없이 핏대를 세웠던 시절에 그 말이 왜 그리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이던지. 푸르렀던 날에 비행 원리를 토론하며 밤을 새워 기울였던 술잔에 실타래같이 많은 얘기를 풀어내어도 청춘은 소진되지 않을 무쇠처럼 중뿔나게 버티고 있을 줄 알았었다. 세월은 담벼락을 덮어가는 이끼처럼 친구들의 이마에 어깨에 머리 위에 소복이 쌓여가며 나의 젊음을 덮어갈 즈음 그때 어른들의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겨우 감을 잡을 것 같았다. “삶은 언제나 자신의 헛발질로 넘어진다는 사실을 이른 시절에 알았더라면 이렇게 회한의 모습으로 이 시간을 맞지 않을 텐데. 그리고 조금 더 채워진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 텐데.” 지나쳐온 정거장을 돌아보듯 돌아온 인생의 여정을 되새기며 고작 마음이 머무른 미련 앞에 아직 멀었음을 타이르듯 어른들의 말씀을 되뇌어본다. 기본을 잃지 말고 본질을 흩뜨리지 말며 삶에 충실할 것을 주문처럼 마음속에 꾹꾹 다져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행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날아온 세월만큼 많은 기쁨과 아쉬움이 혼란스럽게 교차하고 약소한 관록 앞에서 살아야 할 날에 대한 확신이 아직 서지 않는 것은 지난날의 회한과 갚지 못한 마음의 빚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멘토가 되어 젊은 부기장들과 대화를 나누고 신입 조종사들을 교육하면서 듣기 좋은 말에만 신경이 쓰이고 그들에게 경험했던 일들을 훈장을 보여주듯 나누고 싶은 주제넘은 마음이 드는 것은 소위“꼰대”가 되어가는 징조가 아닌가 걱정이 된다. 백세시대에 청춘은 돌덩이처럼 아름답고 중년은 보석처럼 보배롭다. 다듬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찾고 고집하기에는 이제 정말 중뿔남을 알기에 보석 같은 지난날들을 모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간의 비행궤적을 승객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고 탕감하는 마음에 끄적거려본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책 한 권의 분량을 넘어 버렸다.
늘 습관처럼 하늘을 쳐다본다. 모든 "나는 것"은 날개가 있고 날개가 있는 것은 목적을 향한다. 그 길 위에서 같이 했었던 지난날에 감사하며 날아갈 새로운 날에 대해 꿈을 잃지 않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 점철이 많았던 중년의 세월 동안에 마주친 어려웠던 시간들에 특히 감사하며 그로 인해 사람이 되어감을 그나마 위안으로 여기고 앞으로의 삶을 더욱 소중히 맞겠다.
땅을 밟으며 하늘을 쳐다보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지혜를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