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날다

2,이륙 그리고 고도를 가르며

by 최성길

여명을 맞으며 활주로가 펼쳐져있다. 세상 저편에서 날아온 비행기는 어둠을 흩으며 내려앉고 솟아 오른는 비행기는 날갯짓을 하며 아침을 재촉한다. 비상을 기다리는 비행사들의 하루는 하늘을 주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습관적으로 쳐다보는 하늘은 그들에게 그날 하루를 예견하듯 말해주는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륙을 허가하는 관제사의 음성과 동시에 묵직하게 엔진 추력이 넣어지고 굉음과 함께 전해지는 전율을 느끼며 몸이 뒤로 밀려지며 시선은 멀리 정면으로 향한다. 뻗어있는 활주로가 시나브로 다가오고 짙은 회색의 활주로와 선명한 중심선 (Runway Centerline)과 그밖의 표식(Runway Marking)들이 쏜살같이 달려오다가 가볍게 치켜올리는 손목의 움직임으로 발아래로 도망치듯 작아지며 시야에서 사라지고 육중한 기체는 지상에서 이탈한다. 새벽을 머금은 푸른하늘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고 세상은 그 아래로 피어오르듯 기지개를 편다.

하늘의 낮은 언저리를 향해 도약(lift off)하여 다양한 바람과 구름, 빛과 색채를 맞이하고 기상현상들을 조우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울려 만들어주는 하늘 길을 따라 오른다.

베테랑 조종사의 감각은 바람을 맞는 독수리의 날개처럼 비행기의 몸체를 들어올려 유려하게 산과 계곡 들판과 바다의 일부를 거쳐 솟아 오르며 고도를 가르고 속도를 얻어가며 자유로운 항행을 한다. 새가 자신의 띄우기 위해 날개를 더 넓게 펼치고 속도를 얻은 후에는 가즈런히 접듯이, 펼쳤던 비행기의 날개도 속도를 더하며 서서히 접는다. 필요한 계기를 셋트하고 기상레이더를 모니터하며 교신을 한다.

가파르게 올라온 괘적과 그 아래로 펼쳐진 밖의 모습을 쳐다본다. 하늘의 어느 낮은 부분 세상의 입체 공간속으로 밀려 올려짐을 느끼며 일상을 맞는다. 발아래로 보이는 세상은 점점 모형 인형처럼 작아지고 크고 둔탁했던 사물들이 조형물처럼 진열된다. 시와 소설에서나 대했을 법한 찬연한 구름과 속내를 알수 없는 바람은 이제부터 가까이 하기에는 부담되는 관계가 된다. 분석을 하여 크기와 정도에 따라 피하고 멀리에 두어야 할 대상들이 된다.


창공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해와 구름과 바다와 육지의 색채들이 어울려 바람의 쓸림에 의해 다르게 물들여진다. 코발트의 파란색을 드러내기도 하고 온통 회색빛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하늘은 회색과 파란색 태양의 빛이 서로의 각축과 조화를 통해 만들어 내는 색상의 전시장이다. 색으로 조화된 어느 풍경속에 점의 움직임으로 날아가고 있는 멀리 조우하는 비행기를 통해 나의 비행기와 나의 모습을 본다. 내가 날고 있음을 새삼 느끼는 순간 이기도하다.

하늘길은 언제나 긴장감과 가벼운 흥분을 준다. 항상 여행을 하면서도 다른 여행을 위해 출발을 할때는 또 다른 설레임과 기대감을 갖는 것과 같을 것이다. 비행기는 정해진 길을 따라 상승을 한다. 기상현상을 피하기위해 벗어나기도 하고 다시 합류하기도 하며 자신들의 갈길을 향해 고도를 가르며 상승한다. 레이다 상의 짙은 빨간색으로 나타나는 뇌우지역을 피해 흔들리는 비행기를 진정시키며 푸른색 무운의 공간을 찾아 항행은 지속된다. 항법 레이다 계기상에 점으로 보이는 다른 항공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안정권 이상의 고도를 취하고 계속해서 관제사로부터 지시받은 고도와 속도를 지키며 적정 고도로의 상승을 기다린다. 만피트(feet)를 지나면서 속도제한도 해제되고 비행조건과 중량에 맞게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속도로 증속을 하며 목적지로 향햐는 항로로 진입한다. 이륙을 한 비행기는 목적지를 위해 하늘을 표적으로 삼는다. 길이있고 방향이 있어 방법을 제시해주는 하늘을 향해 고도를 가른다.


이착륙자체와 그 전후 지상이나 공중 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는 신중함과 집중이 요구된다. 승객과 화물의 안전과 쾌적이외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부분들은 느슨함을 허용치 않는다. 지속적인 움직임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공기 조종업무는 멈추어서 생각하고, 휴식을 하면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없다. 소통과 기술적판단력 그리고 순발력과 동시에 정확성이 항상 요구된다. 업무의 시작과 끝이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며 기쁨과 슬픔, 비지니스와 여행, 일과 휴식이 같이 존재하는 공항 이기때문에 순간순간 이질적인 정서적 요인들 즉 신중함과 가벼움이 공존한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정직함과 유연성”은 민간 항공사에 근무하는 조종사들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공항은 모든 국가의 사람과 문화가 교차하는 장소이고 꿈과 목적을 싣고 항공기는 항상 이륙과 착륙을 한다. 창공은 예전부터 사람들의 염원과 신령함이 담겨있었고 이제는 구제적인 삶의 일부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점차 비행이 나 자신이 되어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로인해 편안해지고 보람을 느끼며, 나 자신을 설명하고 확인하는 존재의 양식이 되었다. 소중하고 근엄한 것 이면서 아끼고 좋아하는 장난감 같은 것이 되었다. 매매일 이륙을 하는 것 하늘을 향해 도약을 하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언어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비상을 한다. 자유가 되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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