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겠습니다

by 신완식

“부국장님! 저 앞으로 서너 달 정도 방송 못하게 됐어요. 치료 다 끝나면 다시 할게요.”

“아, 그러시군요.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부디 다시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햇수로 3년쯤 된 것 같습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전북극동방송에서 진행하는 생방송 ‘소망의 기도’에 출연하는 것 말입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하는 방송이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껴왔습니다. 청취자들이 실시간으로 기도제목을 보내오면 그때그때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역이니까요.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주저했습니다. 우선은 발음 때문이었습니다. 얼핏 들으면 표가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개선이 됐다지만 제게는 여전히 경상도 억양이 남아 있거든요. 군종목사로 사역할 때도 광주 춘천 목동 CBS에서 수차례 방송설교를 한 일이 있어서 방송국이라는 곳 자체가 그리 낯선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전에 녹음을 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만약 발음이 꼬이거나 표현이 부자연스러우면 다시 녹음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소망의 기도’ 프로그램은 생방송이기 때문에 실수를 예방할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기도문이나 방송원고 없이 즉석에서 기도해야 하므로 늘 긴장이 되곤 합니다. 어떤 때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웬일인지 그날따라 기도가 잘 되지 않더군요.


다른 하나는 극동방송의 대표되시는 분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개신교계의 어른이라 인정받을 만큼 분명 훌륭한 면이 있으십니다. 하지만 대부분 보수권력자들 근처에서 얼씬거리는 모습이 눈에 거슬리곤 합니다. 더욱이 빈번하게 드러내는 극우적 성향으로 인하여 교계에서 문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 목사님 한 분도 한 때 극동방송에 대해 대단히 호의적이셨고 제법 후원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대표자의 편향된 정치적 성향에 실망한 나머지 근처에 얼씬도 하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프로그램에 기도를 요청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급하십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기도제목의 70~80%는 질병 관련 기도요청입니다. 난치병이나 희귀병 또는 중병을 앓고 계신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목회자로서는 그런 분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임하게 됩니다. 또, 방황하는 자녀들 문제나 진로문제, 취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도 기도합니다. 생존이나 생활과 직결되는 일이라 그 또한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처럼 절박한 이들의 기도에 좌우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이 개입할 여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묵묵히 감당해 왔습니다. 만약 출연료를 준다고 했으면 결코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종의 자원봉사이고 오히려 저희 교회에서 후원을 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도가 응답되었다며 감사하다는 안부를 들으면 정말 보람이 큽니다. 물론 제가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거나 또는 제 기도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몇 달 전에 대했던 심각한 기도제목을 다시 접하게 될 때는 인간적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별다른 도움이나 힘이 되어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그래도 한 시간의 생방송을 마치고 귀가할 때면 뿌듯해질 때가 많습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분들이지만 제 기도가 조금이라도 힘과 용기를 드린 것 같아서입니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고백을 하더군요. 그것이 매달 방송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서너 달 동안 임플란트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임시로 부분 틀니를 하고 있자니 발음이 새고 부자연스럽습니다. 방송 중에 혹시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염려가 생겨 일시적으로 출연을 중단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봉사를 하지 못하는 중에는 다른 분들이 더욱더 잘 감당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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