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는 정말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으시군.”
“그러게 수준급 작가들이 많으셔.”
며칠 전 제게 브런치를 소개해준 친구와 나눈 대화입니다. 그는 이미 이곳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온 후 현재는 모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지요. 제가 어딜 가나 자랑스레 소개하는 이길용 박사입니다.
이번이 크게 두 번째입니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제게 글을 쓸 수 있는 장으로 이끌어 준 일 말입니다. 첫 번째는 제가 영국에서 유학 중일 때였습니다. 어느 해 하루하루가 너무도 고달프고 힘겨워서 탈출구가 꼭 필요했는데 그때 다비아(dabia)라고 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해주었지요. 덕분에 수년간 칼럼니스트로 글을 쓸 수 있었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출판이 되었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의 빚을 크게 졌습니다.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차원에서 탈출구가 절실했습니다. 제가 목회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지난달로 벌써 39년째를 맞았습니다. 내년이면 40년입니다. 이제는 조금씩 하산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별다른 취미가 없습니다. 조금 더 젊은 시절에는 축구 족구 야구 농구 같은 스포츠를 자주 즐겼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교회 카페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린 지도 6년이 넘었습니다. 매주일 주보 에다 쓰고 카페에 올린 에세이 <채운 사랑방 이야기>는 지난 8일부로 301편째가 되었더군요. 잘 정리하면 책이 몇 권은 될 분량인데 사실 읽어주는 분들은 채 30명이 되지 않습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도 ‘에고 이렇게 열심히 쓰면 뭐 하나 조회 수가 얼마 되지 않는데’ 싶은 실망스러운 마음이 종종 들곤 했습니다. <다비아>에 한참 글을 올릴 때는 수백 명이 읽고 격려를 해주셨는데 그 맛이 생각나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새벽 3시 50분에 기상하여 스타렉스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교인들을 싣고 옵니다. 5시부터 시작하는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6시쯤 자리에 앉으면 <설교의 뒤안길>이라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 5년가량 쓴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글도 제가 운영하는 교회 카페에 올렸기 때문에 조회 수는 역시 바닥을 헤맸습니다. 분량은 여러 권의 책으로 낼 수 있지만 말입니다. ‘아! 이 많은 글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구나. 언제나 깨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사랑하는 그 친구의 도움으로 브런치에 오게 됐습니다.
사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기가 죽곤 합니다. 정말 뛰어난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다방면에서 열심히 살아가며 써 올리시는 좋을 글을 읽을 때마다 감동을 받기도 하고 가슴 아픈 사연에는 마음으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교회 목사이기 때문에 사실 만나는 분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TV를 거의 보지 않아서 다른 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금 막연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 보니 상당 부분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보다는 독자의 시각에서 더 즐겨 찾고 있습니다.
친구 덕분에 귀하고 훌륭한 여러 작가님들과 교제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배우고 공감하고 대화했으면 합니다. 언어의 마술사인 시인 분들의 작품을 대하면 제 속에 깊이 묻혀 있는 시심이 발동하는 것 같습니다. 요리사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서 당근이라고 썰고 싶습니다. 영화가 보고 싶어지고 노랫말도 짓고 싶습니다. 바다낚시도 가고 싶고 노래방에 가서 마음껏 노래 부르고 싶어 지니 브런치는 제게 참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네요. 혹시 또 책을 출판하는 기회가 생기면 기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재미나게 놀 생각입니다. 눈이 어두워져 더 이상 글을 읽을 수 없고 기운이 떨어져서 더 이상 타이핑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신나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