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 맘 때쯤 제 친구 목사들 단톡에 사진 세 장이 올라왔습니다. 정읍에서 목회하고 있는 친구가 올리고는 이렇게 간단히 언급했더군요. ‘고향 가는 길.’ 설날을 앞두고 잠시 옛날 생각이 난 모양이었습니다.
사진은 모두 흑백입니다. 시대는 대략 70~80년대로 보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고속도로 광경 같은데 귀성 차량과 귀경 차량 행렬이 각 방향으로 끝없이 펼쳐져있더군요. 왕복 4차선이 차량으로 완전 가득 찼습니다.
세 번째 사진은 서울 어디서였던 것 같은데 도로 위에는 수많은 버스와 차량들이 뒤엉켜 있고 도로변에는 사람들과 노점상들로 인산인해입니다. 이런 때가 다 있었군요. 지금 눈으로는 상당히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끝으로, 두 번째 사진을 자세히 보니 낡은 버스 옆면에 이런 현수막 문구가 눈에 띕니다. ‘(주) 00 구정 귀향단’ 아마도 어느 회사에서 제공한 관광버스 같습니다. 그 버스 뒤로도 여러 대가 줄을 지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버스마다 사람들이 오르는 장면이 보이네요.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니 제 마음이 이내 불편해졌습니다. 그 사진을 본 느낌을 저는 다음과 같이 댓글로 남겼습니다.
‘가운데 사진 속 여성들 얼굴에는 왜 미소가 하나도 없을까? 아무도 즐거워하지 않는 듯. 마치 도살장으로 가는 것 같아 ㅠㅠ. 시댁에 가서 일할 생각을 해서 그런가! 여성들에게 명절은 죽음의 시간이던가?’
이 글을 쓰기 전에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수십 명의 여성들 얼굴에는 웃음기를 띤 분이 거의 없습니다. 헤어스타일로 봐서는 미혼 여성들과 주부들이 섞여 있는 것 같은데 하나 같이 무뚝뚝한 표정입니다. 설을 맞아 분명 귀향을 하는 것이 맞는데 왜 그런 얼굴이었을까요? 어려운 시대여서 그랬던 걸까요? 제가 어찌 그 속사정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냥 상상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해 설날을 전후로 새벽기도회를 위해 마을을 운행하다 보니 골목마다 차량들이 평소보다 많아졌더군요. 원근각처에서 자녀분들이 찾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어떤 얼굴로 왔을까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왔을까요? 아니면 그 흑백 사진 속 여성들 같은 표정이었을까요? 그 시절보다는 그래도 여유로웠겠지요? 전반적으로 나아진 형편이었으니까요.
저는 명절 때마다 다음 성경 구절들이 떠오릅니다. 온 가정들이 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염원 때문일 것입니다.
‘재산이 적어도 주님을 경외하며 사는 것이, 재산이 많아서 다투며 사는 것보다 낫다. 서로 사랑하며 채소를 먹고사는 것이, 서로 미워하며 기름진 쇠고기를 먹고사는 것보다 낫다.’(표준새번역, 잠언 15장 16~17절)
‘집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다투는 것보다 누룽지를 먹어도 마음 편한 것이 낫다.’(공동번역 개정판, 잠언 17장 1절)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모든 가정이 다 화목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명절 때는 각 가정에서 웃음꽃이 피고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일 텐데 그동안 밀린 가족애도 듬뿍 나누고 가면 서로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느새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저희 가정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고 화목한 보금자리가 되도록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