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훵붱 Oct 28. 2024

영감을 얻는 법

음악가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까?

흔히 음악을 만든다고 하면, 엄청난 악상을 떠올린 음악가가 종이나 컴퓨터를 펴고 마구 휘갈기는 걸 상상한다. 말은 정말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영감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사람은 머리에 들어간 게 있어야 나오는 게 있다. 달리 말하면 사람에게서 나오는 창작물은 그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과 관련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이별을 안 해봤을 때 이별 노래를 억지로 써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단어 한 자 한 자 오글거려서 내내 킬킬거리면서 가사를 썼다. 쓸 때도 고통스러웠고 만들어진 노래는.. 친구들에게 들려줬는데 공감이 안 된단다. 포장마차에서 소주마시다 나온 아저씨가 얼큰하게 쓴 것 같단다. (나는 당시 스무살 여자 대학생이었다.)


연애를 몇 번 해보고 나니 그냥 헤어지고 침대에 누우면 가사가 생각났다. 오글거릴 겨를도 없이 슬픈 정서가 자동으로 단어를 만들어줬다. 나는 그냥 그걸 메모장에 적어버리고 가사가 되도록 다듬었다. 과연 그 노래들은 남이 듣기에도 슬픈 노래가 되었다.


경험은 영감이 되고 영감은 창작물이 된다.


회사를 그만 이유 하나는 영감을 한정하는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회사에 다니면 매일 머리에 들어가는 요소는..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 있다. 사무실 책상, 얘기, 물건을 잘 파는 법, 출퇴근길 같은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만든 음악은 그야말로 효율적이었다. 가장 신속한 방법으로 결과물이 보일 수 있게 작업했고,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는 작업만 했다. 덕분에 나는 숫자로 결과가 보이는 SNS용 음악 (릴스만을 위한 30초짜리 음악 같은..) 을 많이 만들었다. SNS 담당자로 일하다보니 조회수,댓글,팔로워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는지, 지난 1년 나의 영감은 인스타그램에서 왔다고 있다. 티라미수 케잌 같은 노래를 만들어버리자 라는 무의식적인 포부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했던 게 아니라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로운 몸이 된 요새는 갖가지 경험을 머리에 구겨넣고 있다.


첫번째로 직접 경험들을 기록하고 있다. 일기를 평소랑 좀 다르게 쓰고 있다. 사실 나는 일기를 했던 일, 할 일 위주로 적는데, 감정 위주로 적으려고 하고 있다. 대체로 좋은 일보다 힘든 일이 더 기억에 남기 때문에 썩 유쾌한 작업은 아니지만.. 잘 기억하고 감정들을 직면하려고 한다. 


또다른 노력은 정말 뻔하지만 간접 경험이다. 독서와 영화 보기인데, 특별히 장르 편식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정말정말 안보는 스릴러를 봤다. 찜찜한 결말 때문에 드는 찜찜한 감정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것마저 언젠가 소환되어 좋은 작업 밑천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의 음악 듣기다. 최근에는 혁오와 선셋 롤러코스터의 AAA 앨범을 열심히 들었다. 물에 잠기는 장면과 탁구공 튕기는 장면이 나오는 뮤비가 있었는데, 소리가 정말 물에 잠기고 탁구공을 튕기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를 이런 소리로 표현하는구나 느껴보고 있다. (개좋다)


여튼 여기까지가 영감을 얻는 방법이다. 뻔하지만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라 어쩔 수 없다. 

다 있는 경험 가지고 애써서 여차저차 하는 거지 뭐...











 











작가의 이전글 작업실을 없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