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일어나니 방안공기가 오슬 하다.
아이들은 늦은 귀가에 밤샘 컴퓨터를 했는지, 컴퓨터 책상이며 거실탁이며 식탁 위까지 이것저것 꺼내 먹고 치우지 않아 지저분하다. 늦잠에 빠져있는 식구들 방을 한 바퀴 돌며 창문을 닫아주고 잠자리를 다독여 주는 일로 주일 아침을 시작했다.
곤한 모습 속에 깃든 착한 표정들을 한 번씩 어루만져보며 여리디 여린 저 속에 저마다 놓지 않은 고집이 한 가지씩 들어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치 평화롭다. 오늘은 모두들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리라.
아침먹거리로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스산한 아침 공기가 떠올라 찹쌀을 한 컵 불려놓고 황기를 꺼내려고 창고에 들어가 엄마의 보따리를 내렸다.
보물상자 같은 박스 안에 정성이 담뿍 담긴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취나물, 고사리, 참깨, 고춧가루, 말린 강낭콩, 검정콩, 밤 쌀, 팥, 서리태 대추, 가시오갈피, 황기, 둥굴레, 날마다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을 하면서 시장을 가서도 빙빙 돌다 돌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식재료들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기도 하다.
손질한 닭에 불려둔 찹쌀과 황기와 오갈피 몇 조각 대추 마늘 한 줌씩 넣어 뭉근 불에 올려놓고, 둥굴레차도 한 주전자 끓여놓고 식구들을 느긋하게 기두릴 요량으로 어머니가 보내주신 고추부각이랑 오이지 한 조각을 꺼내서 아침을 한술 뜨는데 잃어버렸던 입맛이 살아난다
밥을 먹다 말고 어머니께 문안 전화를 드렸다. 엄마,, 굿모닝?
왜 갑자기 생전 쓰지도 않던 굿모닝이 튀어나왔는지.
굶기는.. 나야 진작 밥 먹었지.
그 와중에 먼저 들려온 어머니의 답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어서 한참을 웃었다.
후후~
그래요, 오늘 아침은 뭐 해서 드셨을까?
오이지가 참 맛있게 익었더라.
오늘 아침도 그거 해서 먹었지.
수화기를 내려놓고 남은 밥을 마저 먹으며 나는 오늘 이 사소한 <오이지> 통화에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