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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Sep 10. 2024

꿈을 꾼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실로 오랜만에, 인생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떠났던 노르웨이의 북섬에서 오로라의 신비한 빛을 보며 감격했던 환희의 순간이 떠올랐다. 분명 그때만큼은 아닌데  뭔가 내 삶에도 요원했던 꿈 하나쯤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나 싶은 기대감 같은 게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는 건 확실하다. 물론, 그런 행운은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겠지만!   


오랜 시간 비공개로 해놓고 혼자만의 일기를 기록하던 다음블로그의 글들을 티스토리로 이전해 놓고 방치해 두었다가  올초 대문도 예쁘게 다듬고 글들도 손질해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열심을 내다보니 검색으로 찾아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재미도 붙어 내친김에 브런치스토리 작가에 신청서도쓰게 되었던 것인데 사흘 만에 작가승인이 되었다고 메일이 온 거였다.  때론 이렇게 소소한 시작이 예상밖의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때가 있다.  


지금까지 주저하며 못한 일들인데 이제와 새삼 용기가 생긴 데는 나이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성과보다는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훨씬 더 중요한 나이를 살고 있는 까닭이다. 보란 듯 잘 해내야 한다거나 대단한 목표 같은 것도 없고 혹여 생길 수 있는 포기와 실패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것도 내려놓고 시작한 일이었다.


돌아보니 아주 어려서부터 일상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좋아했던 것 같다. 결혼을 앞두고는 그때까지 써뒀던 10여 권이 넘는 일기장을 배낭 가득 넣어 친구들과 함께 원주의 치악산 계곡으로 가 한 장 한 장 뜯어 읽어보며 태우고 돌아왔던 일이 있었는데, 훗날 그걸 간직하지 않고 태워 없앤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고단했던 인생 1막을 마감하고 멋진 2막을 열어보리라는 당찬 각오의식 같은 게 아니었나 싶다. 이후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일기장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정신없는 시기를 살다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아래한글로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블로그나 카페활동을 통해 게시판 글쓰기로 소통하며  에세이집을 내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감도 없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도 나질 않아 마음만 굴뚝같은 시간을 축내며 살았다.          

작가가 되어 글로 자신을 나투며 독자와 교감하는 일이 꽤나 매력 있는 일이겠으나 한편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시작은 설레게 마련이다.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그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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