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는 이름으로
겨우 이틀남은 한해의 끝에서
속수무책으로 가속이 붙었던 시간을
잠시 붙잡아놓고
올 한 해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좋은 일이 있었는지
아쉬운 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나에게 가장 많은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지인은 누구였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오늘 그녀를 만나
오붓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다.
메뉴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다가
가벼운 음식이면 좋겠다 하길래
몇 해 전 그녀와의 다낭 여행 때
노을 지는 미케비치 해변
레스토랑에서 먹던 타코가 생각났는데
마침 주변에 타코전문점인
도스타코스가 있어 의기 투합했다.
나쵸파에스타와 하드타코를 곁들여
테킬라 하이볼을 한잔씩 마시며
올 한 해의 무사안녕을 축하하고
새해의 소망에 관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눴다.
귀갓길 밤공기가
아쉬운 마음을 부추겨서는
번쩍거리는 노래방 간판에
이끌리듯 들어가
넉넉히 받은 서비스시간까지
알뜰하게 다 채우며
추억의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어쩜 18번도 이리 똑같냐면서.
같은 아파트 옆동에 살며 10여 년 남짓,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도 오늘처럼 늦도록,
그것도 알코올 곁들인 저녁과 유흥?
이런 즐거운 일탈이 처음이라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하다.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고
관심 분야의 대화도 잘 통하다 보니
가끔씩 여행도 함께 가고,
건강한 집밥을 추구한다거나
계절마다 신경 써서 채비하는
살림취향등이 비슷하다 보니
장보기도 매번 함께하게 되면서 가까워졌다.
좋은 먹거리가 생기면 나눠먹고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맛을 보여주고
몸이 아플때면 기운 돋울만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불러주고
살아온 길이 전혀 다른 우리가 만나
이만한 사이가 되기까지
비슷한 삶의 가치관도
물론 한몫을 했을 테지만
서로의 배려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마음이 심란하여
설명조차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몇 마디 말만으로도
그다음까지 읽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언젠가 여행에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씨 같은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녀는 나보다 서너 살 위이면서도
항상 깍듯하게 나를 대한다.
나는 그녀의 장점을 가져다
나의 일상에 반영을 하고
우리는 가까이 살면서
서로의 자투리 시간들을 함께 채우며
삶의 온기와 윤기를 더하고 있지만
그 가까운 거리가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거리를 지키는 일에도 진심이다.
그녀는 나의 몇 안 되는 베프 중 한 사람이다.
때로는 가족보다
더 격한 공감과 위로가 되는
소중한 인연이 있음에 늘 감사하고
나의 소중한 친구가
시절 인연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잘 지키고 가꿔나가야겠다는
소박한 새해소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