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그리는 미래

by 미자

누군가
내가 외출한 사이
내 호텔방을 정리하고 나갔다


흩어진 수건이 개어져 있고
구겨진 이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반듯했다


나는 편안했고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감사보다

먼저

질문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타인의 하루를 정돈해야 할까


신은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고개 숙여

서로의 발치를 쓸고

타인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며

가난의 회색빛을 내는 삶이 아니라

빛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존엄이라 부를 수 있는 삶을


로봇이 운전하고

로봇이 청소하고

로봇이 설거지를 한다

쇳소리로 하루를 움직이고

전선 속 전류가 땀을 대신 흘린다


앞으로 우리는

손 대신 생각을 쓰고

몸 대신 사유를 펼친다


말은 화폐가 되고

사고는 빛처럼 오가며

생각은 서로의 세계를 확장한다


노동은 기계가 맡고

존엄은 인간이 지킨다

그것이 신을 형상화한

우리 인간이다


우리는 더 이상

쓰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

자신만의 다양한 빛을

또렷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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