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알리다

by 미자

내게 이런 용기가? 아님 미친건가?ㅎㅎ


24살에 들어와 20년 넘게

나의 인생 절반을 보낸

내 직장을 나는 이제 good good-bye


추위와 더위 속에서

가난한 사람, 화난 사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과

함께 울고 웃고 화내며

내 마음과 몸도 무너져 내렸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나는 위선적이고 비열한 사람이라고

자책해왔지만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어

그래 너는 참 잘해왔지


승진을 두어달 앞둔 나는

진급 대신 퇴사를 하려고 해

진급 따위 진정 원하지 않았거든


술과 눈물로 버텼던 그 숱한 밤들

취객과 함께 뒹굴던

깊고 뼛속 시리던 현장들

수화기 너머 들리던 격앙된 욕설 섞인 말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을까

나의 직장인 너 자체를 깊이사랑했기 때문이지


가슴 아린 나의 직장이여~

이젠 너를 내 가슴 한켠에 두고

보석같은 그 경험의 물감들로

내 인생을 채색해보려고 해


너는 알겠지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

또 얼마나 너를 미워했는지

순간순간마다 너를 그리워할런지


그 어떤 계급장보다 귀한

추억의 선물을 가득 안고 세상으로 나와

나는 진정 꿈꾸던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해보려 해

너를 사랑한 마음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일'을 할거야


그건 나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지

나를 먹이고 입히고 20년 키워준 나의 직장아

감사합니다. 졸업합니다.

수고했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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