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공항에서부터 기숙사까지 찾아가는 방법은 이미 출국 전부터 다 찾아본 나였다. 이미 머리 속 시뮬레이션은 수도 없이 돌렸봤다. 이론은 완벽했다.
이론에 의하면 공항에서 기숙사까지는 기차를 2번 갈아타야한다. 그리고 기숙사 입소는 9시부터 17시까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에 도착했을 땐 이미 현지 시간으로 18시가 넘었다. 당장 기숙사가 있는 A도시로 가도 잘 곳이 없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비엔나 중앙역까지만 가서 역 근처 숙소에서 1박을 하고 그 다음 날 오전에 A도시로 넘어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Exit으로 나오자마자 보였던 티켓 발권기에서 나는 언어를 영어로 바꾸고 나름 능숙하게 티켓을 발권했다. 미리 조사했왔던 학생 할인까지 야무지게 받았다. 티켓은 주머니에 넣고 양손에 가득한 짐과 함께 공항 곳곳에 있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 기차 승강장까지 왔다.
대략 10분정도 기다리자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낯선 독일어 안내 방송이라니. 그제서야 내가 오스트리아에 왔음이 조금 실감되었다. 기차가 들어왔고 안내판에 쓰인 행선지를 확인한 후 기차에 탑승했다. 유럽에선 짐 칸에 넣어놓은 캐리어를 훔쳐간다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짐 칸이 눈에 보이는 좌석을 찾아갔다. 안으로 쭉쭉 들어갔다. 운이 좋게도 짐 칸 바로 옆 좌석이 비어있었고 나는 재빨리 그 자리를 차지했다.
첫번째 경유지인 비엔나 중앙역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짐 칸의 내 캐리어만 응시했다. 귀는 안내 방송에 집중했다. 30분 정도 달렸을 때 비엔나 중앙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렸고 나는 후다닥 짐을 꺼내 내릴 준비를 했다.
기차에서 내려 마주한 비엔나 중앙역을 정말 컸다. 승강장도 10개가 넘었고 출구도 그만큼이나 많았다. 구글맵을 켜서 현재 위치로 부터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찾았다. 사실 출구가 정확히 어딘지 써있지도 않았고 GPS도 잘 안잡혀서 5분 정도 길을 헤맸다. 일단 걸었다. 무작정 걸어서 출구가 보이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출구로 나가보았다. 그 출구가 맞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출구로 나와 신호등 앞에 서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운이 좋게도 10시 방향에 예약해둔 숙소가 있었다.
빠르게 신호등을 건너 숙소로 들어갔다. 친절한 직원분을 만나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다. 오늘의 미션은 끝났다. 긴장이 풀리자 배고픔이 몰려왔다. 뭘 먹을 곳이 없을까하고 구글맵을 켰다. 비엔나 중앙역 지하에 슈퍼마켓이 있다고 한다. 늦은 밤이었지만 너무 배가 고프기도 했고 비엔나의 모습을 제대로 다시 봐보고 싶기도 했다. 한국 밤거리도 무서워하는 내가 어디서 생긴 용기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귀중품을 챙겨 슈퍼로 나갈 준비를 마친 나였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당당히 호텔 밖으로 나왔다. 나름 한 번 지나왔던 길이라고, 이번엔 지도도 없이 역으로 향했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걸으니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마주한 비엔나의 첫인상은 도시 그 자체였다. 유럽에도 생각보다 현대적인 건축물이 많구나 생각하며 역이 들어섰다. 늦은 시간임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던 현지 사람들을 보며 이곳도 새삼 사람 사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 안에 쭉 늘어져있는 가게들조차 신기했던 나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눈동자를 좌우로 굴려대며 내적 감탄을 이어갔다. 누가 봐도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라고 생각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