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신기한 유럽 기차

by ORA

엘레베이터를 타고 당당히 호텔 밖으로 나왔다. 나름 한 번 지나왔던 길이라고, 이번엔 지도도 없이 역으로 향했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걸으니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마주한 비엔나의 첫인상은 도시 그 자체였다. 유럽에도 생각보다 현대적인 건축물이 많구나 생각하며 역이 들어섰다. 늦은 시간임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던 현지 사람들을 보며 이곳도 새삼 사람 사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 안에 쭉 늘어져있는 가게들조차 신기했던 나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눈동자를맛 좌우로 굴려대며 내적 감탄을 이어갔다. 누가 봐도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라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역 곳곳을 둘러보며 슈퍼에 도착한 나는 슈퍼 한 바퀴를 쭉 둘러보았다. 역 안에 있는 슈퍼라 그런지 엄청 크지은 않았다. 맛있어 보이는 빵과 딸기 한통을 집어 계산대로 향했다. 직원분께서 바코드를 찍은 후 독일어로 말씀하셨다.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눈치로 카드를 내밀었다. 계산이 끝나고 당당하게 '당케!'를 외치며 슈퍼를 나와 호텔로 돌아왔다. (당케는 독일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무언가를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위풍 당당한 걸음으로 방에 들어온 나는 순식간에 딸기와 빵을 흡입하곤 내일을 위해 잠에 들었다.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이르게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아침의 비엔나 풍경은 저녁과 새삼 달랐다. 이른 아침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활기찬 도시의 모습을 만들었다. 나도 그 무리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기차를 무사히 타고 두번째 경유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기차를 한 번만 더 타면 드디어 기숙사 도착이다. 갈아타야 하는 기차는 한 시간에 한 대만 운영해서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한참 대기해야한다. 나는 대략 20분 정도를 기다려야했다. 2번 승강장 앞에서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역에 서있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핸드폰도 했다. 사람 구경도 하고 핸드폰도 하는 걸 보니 하루만에 어느정도 오스트리아에 익숙해졌나보다.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나는 무거운 짐을 끌고 탑승하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기차만 타면 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기차가 멈췄는데 문을 안열어주는 것이다. 10초정도 멍하니 서있었는데 문이 안열리길래 내가 서있는 칸의 문이 고장났나 생각했다. 기차를 놓치면 안되는데... 순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옆 칸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여기도 문을 안열어주는 것이다. 왜 문이 안열리는가에 대해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당황하던 그 순간 저 멀리서 한 사람이 기차를 타려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스스로 문을 열고 기차에 타는게 아니던가. 그제서야 깨달았다. 유럽의 (소도시에 있는) 조금 오래된 기차는 직접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야 하는구나.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척 하며 직접 문을 열고 기차에 올라탔다. 오래된 작은 기차라 좌석 수도 별로 없었다. 안내 방송도 독일어로만 해줬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했던 나는 가장 뒤 칸의 자전거 보관함에 작게 마련된 간이 의자에 자리를 앉았다. 출발 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두 손은 캐리어를 꼭 잡고 두 눈으론 출발지의 역 안내 표시만을 응시했다. 대략 1분 후 기차가 출발했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은 시시각각 변했고 그제서야 내가 기차를 탔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마터면 기숙사에 못 갈뻔 했다. 이제 마지막 미션은 A도시 역에서 제대로 내리는 것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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