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년차~>
박대리,
2019년 12월 31일에 입사하고, 어느 덧 현재 6년차 직장인, 나이는 만 30세.
전공 토목공학(4년제, 지거국 P대)
좋아하는 것은 커피, 고급 위스키, 돈가스, 돈가스, 돈가스
취미는 독서, 글쓰기, 등산, 헬스
학벌 평범, 가정 평범, 외판뼉다구 평범, 기타조건 평범
자랑할만 한 것 : 아버지께 물려 받은 16년형 17만키로 뛴 싼타페 더 프라임(무사고)
가고 있는 방향, 종착지는 모름(알고싶음)
2020년도 직장 1년차에 첫 근무지는 김해시 진영읍. 두번째 근무지는 창녕군 창녕읍이다.
정확히 말하면 파견으로 인한 인사발령으로 3월~8월까지는 진영읍에서 근무했고,
9월~12월까지는 창녕군에서 근무했다. 창녕은 진영보다 훨씬 더 낙후되어 있었다.
부산광역시에서 평생을 생활하던 나는, 2020년 입사와 함께, 김해시에 정착했고 곧바로 창녕군으로 발령받았다. 갓 입사한 사람으로서 조직에 대한 적응도 어려웠지만, 근무지에 대한 적응이 적어도 내겐 더 어려웠다.
평생 도시에서만 생활한 사람으로서 시골 근무가 고된 점은 '인프라가 도시보다 다소 빈약하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내재된 문명이 주는 익숙함, 그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내 삶에 꽤나 깊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시골에서의 생활을 통해 인지할 수 있었다.
예시로 첫번째는 교통수단에 대한 불편이다.
버스도 좀처럼 다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의 수량도 작다. 지하철은 당연히 없다.
본인 자가용이 없으면 웬만해서는 이동하기가 어렵다. 도시에 비해 기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차가 없다면 어디를 나가도 한참은 걸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시골에 발령을 받으면 신입사원들이 보통 빠르게 자가용부터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커진다.
단순히 원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해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섵불리 자신의 자금여건에 맞지 않는 고가의 차를 구매하는 것은 미래에 자금운용을 어렵게 만드는 지대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주변 후배(신입사원)들에게 거듭 차 구매에 대한 조언을 한다.
신입때의 1~2천만원의 가치는 어쩌면 나의 나이때의 5천~7천만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생활 초기에 수입과 지출에 대한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차가 있던 내게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갓길 주차를 편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동과 돈에 대한 걱정이 덜했다는 점과, 시골의 유일한 복지(?)로 그냥 냅다 길에 차를 정차시키더라도 견인은 물론 주정차 딱지를 받을 위험이 광역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골에서는 그게 당연한데, 다시 부산광역시에 오면 엄격하게 관리되는 주정차도로 통제로 인해, 광안리 카페에 갔다가 몇 만원을 통지받은 일이 생기기도 했다. 정말 반갑지 않은 상품권 독촉문이다.
두번째는 먹는 것에 대한 불편이다.
유명 프렌차이즈 음식점이나 카페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같은 메이저 프렌차이즈에 대한 그리움이 컷고,
신입사원때 뿐만 아니라 심지어 글을 쓰는 6년차인 지금도 인프라에 대한 빈곤이 힘들게 한다.
문명이 주변 생활권에 없다는 공허함과 불편함에 늘 마음을 북적북적한 도시로 눈을 돌리게 했었다.
비로소 아파봐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듯이 일상과 같았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니, 불편함은 생각보다 치명적이었다.
지금도 부산을 가거나 서울을 가면 그 도시에 흔히 있는 메이저 프렌차이즈를 더 선호하는 역발상의 행위를 하고는 한다. 일반적인 광역시도 사람들이라면 그 도시에 흔히 없는 개인카페를 방문하겠지만, 시골에는 개인카페가 대부분인 탓에 큰 도시에 가면 오히려 프렌차이즈를 더 이용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럼에도 시골 역시 희망은 있다. 우리 곁에서 지켜주는 자본주의의 맛.
음식점중에는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카페중에서는 '빽다방', '하삼동 커피', '카페 봄봄'은 어딜가나 군, 읍 단위에 항상 존재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군수님들께서 모범 점주님들이라고 상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 그정도로 감사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결국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여기서 더욱 느낀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대체품으로 위의 브랜드를 절찬히 애용했다.
만약 그 메이저 프렌차이즈의 대체품들까지 없었더라면, 삶은 더 팍팍해졌을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위의 브랜드들은 시골 근무를 하는 청년들에게 정말 빛과 소금이다.
나는 지금도 그 브랜드들의 경영자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감사합니다ㅠㅠㅠ,특히 맘터)
어딘가에서는 점바점이 크다는 이유로 비관적으로 말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시골근무를 하는 나와 같은 청년들에게 점바점으로 발생하는 음식의 퀄리티 문제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고,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존재의 유무의 문제가 우리에겐 치명적이다.
맘스터치가 없는 치명적인 상황을 생각해보라하면 마치 캡틴 손흥민이 없는 대한민국 A국대정도가 아닐까...
세번째는 진료(병원)에 대한 불편이다.
한번은 일을 하다가 다친 적이 있었는데,
읍에 존재하는 종합병원 같은 곳에 간 적이 있다.
건물 외부나 내부를 보면, '내가 여기서 진료를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뭔가 모르게 부족해보이는 시설, 주변에 둘러보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여태까지 갔던 모든 병원은 외관이 깨끗하고, 간판도 멀끔했으며, 의사의 경력에 대한 것도 상세히 기재되어있는 신뢰할만하다하는 곳만 다녔지만, 시골에서 그런 기대는 다소 사치다.
나는 그런대로 잔병치레가 없는 편에 속하지만, 혹여 병원에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더 불편했을 것이다. 아마 이게 1번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많은 불편함이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옷가게, 쇼핑, 문화시설 등등 너무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매일 겪어야 하는 교통의 불편과 먹는 것에 대한 불편에 비하면 미미한 것들이다.
(요즘은 쿠팡에 대한 불편이 매우 큰 상태다)
물론 내가 들어오고 싶었던 회사. 누구에게나 자랑할만한 직장이라 생각했건만
이상하게 근무지 인근만큼은 가족과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것이 썩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신입때는 그랬고, 지금은 그냥 와주면 그저 감사하다.)
데려와도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야'라는 뉘앙스의 말을 내뱉으며, 나의 안녕을 애써 표현한다.
그 누구도 안쓰럽고 불쌍해여기는 연민의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나 자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있다.
그럼에도 시골이라고 해서 전혀 장점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기서 또 시골 생활에 대한 장점을 무분별하게 남발하게 되면
나의 단점을 절박하게 숨기는 것 같아 품위가 없어보이니 아주 간략하게 기술해보자면,,
일단 교통 체증이 아예 없다.
본질적으로 차량 수 자체가 적기에 대부분이 회전교차로를 주매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큰 사거리 같은 것이 없고, 그에 따른 병목현상도 없다. 이 역시 그때는 몰랐지만, 도시로 오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또한,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물가가 도시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싼 것은 아니다. 시골 싸이버거 세트 가격과 도시의 세트 가격은 동일하다. 단, 여기서는 카페를 가려면 하삼동을 가야하는데, 도시에서는 스타벅스를 가면 되지 않은가.
가격이 싼 것이 아니고, 그냥 돈을 쓸 인프라 자체가 적은 것이다.
이게 절약이 가능한 본질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술집이 없어서, 강제적으로 2차까지만 하고 집으로 귀가한다. 반강제적으로 술자리가 길어지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는게 시골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내가 생각하는 것은 행복에 대한 역치가 매우 낮아진다는 것이다.
인근에 깨끗한 카페가 생기거나, 혹여 서브웨이와 같은 메이저 프렌차이즈가 생긴다는 풍문이 돈다.
"선배 저기 카페 새로 생긴데 가보셨어요? 깨끗하고 넓고 좋아요. 젊은 사람도 많아요"
동네에 생긴 그럴싸한 카페는 항상 젊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노인분들이 경로당에 비슷한 시간이 이 되면 집결하는 것과 같은 비슷한 구조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여기서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어딘가 갇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함.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과 거기서 오는 회의감.
주변환경에서부터 오는 낯설다는 느낌에 쉴 수 있는 주말이 되면 도시에 파묻히고 싶었다.
그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