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환경과의 조우(하)

장거리 연애

by 박도현

<2020년, 1년차~ 두번째 이야기>


그 당시에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여자친구는 일을 하기 전부터 만나고 있던 사이였고, 일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장거리 커플이 되고 말았다.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이런 경우가 정말 허다하다.

(나는 김해진영과 인천을 장거리를 했다. 회상해보면 좋은 추억이었지만 정말 쉽지는 않았다.)


'멀리 떨어지게 되었지만 잘해줄게'

'내가 더 자주가면 되잖아.'

'연락 잘할게 ㅎ'


와 같은 다소 추상적인 말을 하고 또 기약없는 약속을 남발한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양상이 딱 20대의 연애 전형적인 양상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땐 실제로 20대였고, 나는 그 나이대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연애를 경험했다.

그때만 할 수 있는 드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50519_222324949.jpg 인천대교 위, 정말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기차에서, 비행기에서 보냈다.

공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면 또한, 아무래도 기술직이면 아무래도 현장근무를 위주로 하게 되고,

시골에 직원숙소에 거주하게 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던 연인과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본사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경우에도, 나주, 김천, 전주 등 수도권, 주요광역시와는 다소 멀어진 환경탓에 연인과 붙어있을 시간은 아주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혼인을 한 채로 한집살림을 하다 본사에 발령을 받으면 물을 필요도 없이 주말부부가 된다. 우리 조직에선 이런 현상이 매우 자연스럽다. 왜 공기업 본사는 시골구석에 이렇게들 박아두는지 참...


장거리 연애에 있어 1년차에는 그나마 멋모르고 지냈고, 2년차에는 그저 순조롭지는 못했다.

장거리 커플의 문제는 연락, 만나는 빈도도 있겠지만

정말 본질적인 문제는 멀리 떨어진 탓에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안그래도 적은 빈도로 만나는 탓에 서로 오랜만에 만날 때만큼은 좋은 이야기,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또 나도 상대의 그 모습만 보고 싶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게 되기 마련인데,,,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탓에 어떤 이유인지 그 날은 비가 내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힘들고, 슬픈 이야기는 하지말자.'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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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가 급성피로보다 더 아프다. 그 당시에 서로에 대한 마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에, 평일 회사생활을 하며 떨어져 있는 지금이 오히려 더 아프고 힘들다. 진정으로 '해야 할' 이야기를 서로 하지 못한 탓이다. 말은 서로 하지 않았지만, 뭔가 모를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는 것을 서로가 느낀다. 그냥 서로의 마음에 묻어둔 채 모른 채 할 뿐이다.


지금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말했겠지만 그땐 관계소통의 기술이 부족했고, 전반적인 내공이 없었다. 그땐 그랬다. 결국 그때 만나는 분과는 회사 3년차 경남 고성으로 발령받으면서 거리가 더 멀어졌고, 2년 넘는 시간 연애하다 헤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치이고, 시골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도 주말에 여자친구를 보러 간다는 희망,

그리고 만나서 모든 것들은 잊고, 걱정없이 그저 둘만 재밌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마냥 좋았다.

그래도 만나고 있는 한 사람 덕분에 평일에 시골환경을 그런대로 잘 버텨나갈 수 있었다.


이리저리 따지는 것 없이, 그저 마냥 친구처럼, 순수함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만날 수 있는 사람

적어도 그 사람이 마지막이었다. 늘 똑같다. 아파봐야 건강이 최고인 줄 알고,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안다.

그 당시에는 이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때 몰랐던 사실이 또 있다면,

이제부터 시골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박대리의 연애사업은 아주 처절해지고,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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