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40원은 2018년 내가 8시간 일을 해서 받을 수 있었던 돈이다. 그 당시에 최저시급이 7,530원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또래에 비해 꽤나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았다. 스파(SPA) 브랜드부터 시작해서 영화관에서도 일하고 비누도 팔고, 유아용 식기도 팔고 다양한 일들을 했다. 덕분에 백화점 직원 휴게실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직원 식당에서는 어떤 음식들을 파는지, STAFF ONLY 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때는 백화점 팝업 스토어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충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팔았었는데 그게 가격이 꽤나 나갔다. 아마 특별한 소재로 만든 구두 주걱이었던 거 같다. 그게 10만 원 정도였는데 그땐 딱 보고 '이런 걸 대체 누가 살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10만 원짜리 구두 주걱을 누군가 사갈 거 같진 않았다. 그래도 일단 저걸 팔긴 팔아야 하니까 나름대로 사야 할 이유들을 생각해 봤다. <집안 인테리어용으로 예뻐요, 이걸 써서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면 기분이 좋아요> 같은 것들? 그때나 지금이나 어이없는 이유들이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나는 이걸 많이 팔든 적게 팔든 내가 받는 돈은 똑같았으니까 굳이 많이 팔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사람만 많아지면 괜히 피곤할 뿐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너무 없으면 시간이 안 가니 적당히 오고 또 적당히 팔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저런 걸 대체 누가 살까 생각했는데 사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꽤 쿨하게. 편안한 차림으로 온 손님들은 그냥 몇 번 만져보고 들어 보더니 사갔다. 10만 원짜리 구두 주걱을 왜 살까. 어떻게 그 큰돈을 그렇게 쉽게 지불할까 생각했다. 여기는 팝업 스토어여서 며칠 혹은 몇 주만 열고 빠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 손님들은 아마 그걸 여기서 처음 본 게 분명했다.
신기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리고 또 부러웠다. 나도 나이가 들어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업이 생기면 저런 사치품 하나 정도는 턱턱 구매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또 조금은 슬펐다. 저 사람들에겐 그냥 한 번에 써버려도 괜찮을, 구두 주걱을 사는데 써도 되는 돈을 나는 하루를 몽땅 버려야 하고, 8시간 동안 서서 일을 해도 못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부러웠던 일은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쇼핑을 오던 내 또래의 친구들이었다. 고등학생 아니면 대학생이었는데 손쉽게 엄마 아빠한테 갖고 싶은 것들을 사달라고 말하던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내가 저걸 사달라고 하면 엄마가 부담스러워하겠지, 나는 철없는 짓 하지 말자 라며 <사줘>라는 말을 안 한 지가 오래전이었다. 우리 엄마는 평일에 일하고 나는 주말에 일했기 때문에 엄마와 저렇게 밖에 함께 나온다는 거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더 부러웠던 거일 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뭐, 저렇게 생각 안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슬프지도 부럽지도 않지만 그때는 그냥 그랬다. 그런 적도 있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