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大盤)》

by 이종열

주제는 닫혔고

밀도는 포화됐으며

태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더 말하면 의도가 되고

더 다듬으면 변명이 된다

이 지점에서

글은 멈추고

시간이 걷는다


15년째,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쓴다.

핸드폰으로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어김없이 SNS에 올린다.

기록이라 부르기엔 오래됐고

습관이라 하기엔 너무 깊어졌다.

시간이 겹겹이 쌓여온 하나의 여정이다.

그래서 나의 대반은 완결이 아니다.

완성을 향해 이동하는 상태다.

대반의 연작을 네 번의 호흡에서 닫은 것은

글쓰기를 멈춘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의 밀도를

여기서 닫는다는 의미다.

글쓰기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고

살아 있는 한,

죽을 때까지 이어질 나의 루틴이다.

그 여정 한가운데서

나는 《대반(大盤)》을 완성했다.

그리고 동시에

여전히 완성 중인 상태로 남겨두었다.

나의 글쓰기는 하나의 방식이 아니다.

청화처럼 오랜 불 속에서

견디며 굽는 시간이 있고

유리홍처럼

찰나에 집어 올리는 순간이 있다.

시간과 직관,

인내와 반사신경이

서로 다른 온도로 공존한다.

바다 속에서 600년을 견딘

영락해저보상대반처럼

내 글도 손을 떠난 뒤

스스로의 시간을 걷기 시작한다.

붙고, 쌓이고, 침전되며

의미는 늦게 도착한다.

말이 멈춘 자리에서

시간이 대신 걷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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