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by 이종열

주름진 얼굴

늙어가는 손

심장에게

잠자리에서 건넨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하루의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방 안에는 오직 고요와 나만이 남는다. 불을 끄고 누우면 비로소 들리기 시작하는 소리가 있다. 평생을 내 몸이라는 성곽 안에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북을 쳐온 존재, 나의 심장 소리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손을 올려 뺨을 만져본다. 손끝등에 걸리는 깊은 골짜기들은 내가 지나온 계곡의 깊이일 것이고, 거칠어진 손마디는 내가 세상이라는 땅을 일구며 얻은 영광스러운 굳은살일 테다. 예전엔 이 주름이 감추고 싶은 흔적이었으나, 이제는 안다. 이것은 600년을 바다 밑에서 견딘 《영락해저보상대반》의 표면에 붙은 작은 굴 껍데기들처럼, 내가 살아남았다는 증거이자 훈장이라는 것을.

​나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소홀했던 나의 심장에게 나직이 말을 건넨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남들에게는 쉽게 내뱉던 격려를, 정작 나를 지탱하는 핵심에게는 참으로 인색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느라 터질 듯이 뛰어야 했던 그 긴박한 순간들을 묵묵히 버텨준 것에 대한 뒤늦은 감사다.

​“미안하다.”

불안과 긴장으로 너를 조이고, 가끔은 슬픔으로 무겁게 짓눌렀던 날들을 사과한다. 주인이 돌보지 않아도 너는 한 번도 멈추겠다는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그 당연한 헌신이 사실은 기적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 말은 내일의 태양을 다시 마주하겠다는 약속이자, 나 자신과 맺는 가장 단단한 화해의 계약이다.

​주름진 얼굴과 늙어가는 손은 쇠락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지식의 허브였던 조선의 활자들이 수만 번의 찍힘을 견디며 역사를 남겼듯, 내 삶이라는 책을 인쇄해온 성실한 활판의 흔적이다.

​오늘 밤, 나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박동으로 대답한다. 비로소 몸과 마음이 한 문장 안에서 안식에 든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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