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습니다 D-4》

by 이종열

풍성한 봄비가 겨울을 해갈시켰습니다.

계절은 주마간산처럼 스쳐 보고,

엄동의 시간은 빠르게 잊혀집니다.

계절이 머물던 공간조차

소비됩니다.

달정원은 그 흐름에 서지 않습니다.

오늘, 2년간 다녔던 창업대학원을 수료합니다.

졸업 논문은「문화재 로컬콘텐츠 활용 창업연계 방안 연구 ― 달항아리를 활용하여」입니다.

처음에는「문화재 로컬콘텐츠 활용방안 ― 달항아리를 중심으로」였지만,

“이곳에서 이런 논문은 처음”이라는

교수님의 뼈 때리는 조언 끝에

더 노골적으로, 더 실증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달정원(달품서가 자개정원)을

이론이 아닌 현장으로 증명한 논문입니다.

어떻게 지나왔는지도 모르게 미친 듯이 달려왔고,

이제 또 다른 출발선에 섰습니다.

시간은 소비되었고,

저는 비움으로 채웠습니다.

여기 놓인 달항아리도

비어 있음으로 완성됩니다.

채우지 않음으로 중심을 잡고,

침묵으로 공간을 지탱합니다.

완벽한 대칭 대신

미세한 어긋남을 남긴 채,

구조로 서 있습니다.

자개장은 어둠 위에서

빛을 드러냅니다.

빛은 번쩍이지 않고,

각도에 따라 조용히 살아납니다.

과장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서책은 읽히지 않아도

존재로 말합니다.

판심과 여백,

행간의 질서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지식 구조입니다.

이곳은 많이 보여주기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오래 남기기 위한 자리입니다.

한때 타국에서 흩어지고,

돌아와서도 제자리를 얻지 못했던 것들.

무시와 괄시를 지나

이제는 조용히 놓이는 자리.

달정원의 개관은

문화재의 소유를 말하는 날이 아닙니다.

그 존재의 독립을 선언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3월 1일, 삼일절에 문을 엽니다.

속도를 줄이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이음의 선,

빛의 결,

종이의 숨.

서두르지 않으면

사물은 스스로 말합니다.

달정원은

그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개관 안내

일시: 2026년 3월 1일 (일)

장소: 경상남도 사천시 사천읍 두량리 256

(네비게이션: ‘북사동 보건진료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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