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고 싶다

허나, 노인은 그렇지 않아.

by 이파리북스

나는

노인이 되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쉬이 날아가 버리는 깃털 같은 노인.

작은 힘에도 그만 바스러지는 낙엽 같은 노인.

사라져버릴 일만 남은 이른 봄날의 눈 같은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허나, 노인은 그렇지 않아.

수 십 년의 세월이 겹겹이 쌓이고 쌓이고

보드랍고 어린 속살을 단단하게 덮어버려.

휘몰아치는 폭풍에도 끄떡없어.

어지간한 일에는 무덤덤 그 두꺼워진 껍질로 마음을 내보이지 않아.

작은 바람 따위에 휘둘리지도, 흔들리지도, 상처받지도 않아.



세상 풍파 다 겪고 나면 그런 단단한 껍질을 가진 노인이 될 수 있어.

마음 아픈 지금을 앞으로도 많이 아주 많이 겪고 나면 말이야.




하지만 난,

세상 풍파 같은 건 겪고 싶지 않은 걸.

그 아픈 지금따위 없었으면 좋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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