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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Oct 25. 2016

훗훗훗

항구 마을 식당_쁘쯔뜨끄와 짧은 이야기

                                                                                                                 



항구 마을 식당 (오쿠다 히데오, RHK)


소설인 줄 알았다.
책을 다섯장 정도 넘겼을 때까지도 나는 이게 소설인 줄 알았다.
여행 에세이였다.
오쿠다 히데오는 내가 이름을 외우고 있는 몇 안되는 일본 작가 중 한명이다.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이름을 보고 펼친 책이다.
당연히 펼쳐야지, 좋아하는 작가는 아지만 그래도 아는 작가니까.
조금만 살펴보면, 알았을 텐데 나는 작가 이름만 보고 의심의 여지 없이 소설인 줄 알았다.
하,
소설이면 어떻고 에세이면 어떠랴.
시종일관 유쾌한 말장난을 늘어 놓는 문장이 가득하다.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소설이고.
여행 에세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에세이다.
뭐, 오쿠다 히데오 실제 성격이 그간의 캐릭터들과 닮아 있는 걸 어쩌겠는가.
(뭔가 사적으로도 아는 듯 하게 말하지만 전혀모른다.)

오쿠다 히데오는 국내에서는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라로 많이 알려진 작가다.
딱! 공중그네 속 의사와 항구 마을 식당 속 오쿠다 히데오는 싱크로율 89.9% 정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고, 아재 개그를 서슴없이 하면서 격이 없고.
뭔가 인생의 철학 같은게 있을 것 같으면서도 없고.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혼자 얼마나 피식피식 웃었는지 모른다.

배를 타고, 일본의 항구를 여행 다니면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동행 취재를 하는 이야기.
잡지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재밌다.
부산도 나온다.
도착하는 마을마다 그 지역의 스낵바를 그렇게 찾아다닌다.
잡지사 취재로 간 것이니, 어쩌면 남의 돈으로 여행하고 먹고 마시고 놀고.
글을 써서 주는 거니, 돈도 벌고.
참 좋은 직업 같다.

내 여행의 경우는
딱히 먹을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꼭 그 지역 특산물을 먹어야 하고, 그 지역 맛집을 찾아다녀야하고
그 나라의 유명한 곳에 꼭 가봐야 하는.
그런 여행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 책도 가끔 그런게 나온다.
(대부분은 꼭 먹어야 하는 음식과 가봐야하는 관광지가 나오지만,,,)
항구마을에 가서 돈가스 카레를 시켜 먹거나,
매일 먹는 일본식 아침을 먹고,
맛집이나 유명한 집 보다는 그냥 눈에 보이는 집.
일본의 3대 뭐뭐 하는 유명한 관광지는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정말 내 몸뚱아리 쉬는 여행.

아, 여행 가고싶다.

책 속에 '데렝파렝' 이란 말이 나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 것도 하지않고 노는 듯 쉬는 듯.
데렝파렝 한 하루하루가 필요하다.

바쁘게 사는게 잘 사는 거라고 믿는 요즘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 데렝파렝 정신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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