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쁘쯔뜨끄 Jan 19. 2017

저는 10시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나는 농담이다_쁘쯔뜨끄와 짧은 이야기


나는 농담이다 (김중혁, 민음사)


나는 무서워한다.
흐릿한 불빛만 옅게 들어오는 어두컴컴한 공간,
아무것도 없는 넓은 광장에 혼자 있는 시간.
촘촘하게 박힌 밤하늘의 별 사이사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그 밤하늘.

어릴 때, 우주여행자가 꿈이었다.
그 때는 내가 우주선을 타고, 화성 목성 금성 달을 여행하고 다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장래희망 칸에다가 그렇게 썼었다.
선생님들 중에 그 누구도 그렇게 될 수 있어!
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어른들은 이미 불가능 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주 여행자의 꿈을 접은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주로 나가려면, 수술도 하면 안되고, 충치도 있으면 안된다는 말에
이미 충치가 그득한 내 어금니를 들여다보면서,
아, 이 꿈은 접어야겠구나 느꼈었다. 참 쉽게도.

책은 우주에서 길을 잃은 사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래비티가 떠오른다. 우주에 혼자 남겨져 떠도는 사나이.
영화 속 조지클루니.
사고를 당하고,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미래를 직면한 사내.
그가 할 수 있는건, 그저 과거를 돌아보는 것 뿐이다.
위 아래가 없는 그 우주를 빙글빙글 돌면서.
그 사내는 우주로 나가는게 유일한 목표였던 사내다.
우주를 꿈꿨지만, 오르지 못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그리고 처음 날아간 우주에서 그는 앞으로 없을 그의 미래보다,
지나 온 과거를 떠올린다.

백퍼센트 코미디 클럽에서 일하는 또 다른 남자.
송우영.
우주에서 길을 잃은, 현재를 잃은, 미래를 잃은 남자의 아버지 다른 동생.
낮에는 컴퓨터 수리공으로 밤에는 코미디 클럽의 코미디언으로 살고 있는 그.
어머니가 남기고 떠난 편지를 들고,
편지의 주인을, 어머니의 과거를, 어머니의 진심을 쫓아 떠난다.
형이 살지 못한 미래의 시간을, 형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남자.
자신의 이야기를, 어머니의 전 남편의 이야기를, 형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풀어 놓고도
농담입니다.
한마디면 코미디가 되어 버리는 삶을 살고 있는 남자.

두 형제의 이야기다.
무섭고, 슬프다.

두 사람은 딱 한번 만난적이 있다.
한 명은 기억하고 있고, 한 명은 기억하지 못 한다.

서로에게 진심을, 서로에게 마음을, 서로에게 이야기를 나주지 못한,
같은 자궁 속에서 나왔지만 베를린 장벽보다 두꺼운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형제.
한 명은 우주, 한 명은 지구.


니가 꾸물거리다가 편지 줄 타이밍을 놓쳤어 봐, 분명히 너는 다락 깊숙한 곳에다 편지를 넣어 뒀을 거야.
그러곤 시대에 뒤떨어진 뇌를 달고 있는 덕분에, 금방 잊어버렸겠지?
한 10년쯤 지나고 다락 정리를 하다가 편지를 발견하고는
어, 이게 뭐지? 어머니가 쓴 편지네? 하고 열어 보면서 펑펑 울 거야.
그러곤또 넣어 두겠지. 다락 깊숙한 곳에다가.
그때쯤이면 더욱더 시대에 뒤떨어진 뇌가 되어 있을 테니까.
10년 후에 또 그러고. 10년 후에 또 그러고...... 그러다가 끝나느 거야.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감정이나 편지는 다락에 넣어 두는 게 아니야.
무조건 표현하고 전달해야해.
아무리 표현하려고 애써도 30퍼센트밖에 전달 못한다니까.



마음이 막혀 뭐라고 책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훗훗훗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