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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Feb 25. 2019

8살 멍멍이포와 떠나는 전국 여행

Part1. 두 달간의 여행 연습

멍멍이포가 어렸을 때는 차를 참 잘 타고 다녔다. 멀미도 안 하고, 차 타고 창문 열어주면 창밖으로 고개 내밀고 얌전히 앉아 달리는 걸 즐겼다. 그리고 지나버린 몇 년. 그 사이 포는 쫄보가 되어있었다. 가끔 차를 타면 안절부절 자리를 잡지 못하고 30분에 한 번씩 쉬어가야 했다.


이 와중에 나는 포와 떠나는 여행을 기획했고, 걸어 다녀야 하나, 수레를 끌고 다녀야 하나, 업고 다녀야 하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이 깊어졌다. 2019년 우리 둘의 건강한 여행을 위해 1월, 2월 두 달 동안 포 적응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더불어 초보운전 포애미의 운전실력 향상을 위해서도....)


적응 여행에는 작은 조건을 달았다.

1. 이동거리가 짧을 것

2. 대형견 동반 가능한 관광지가 함께 있을 것

3. 사람이 많이 없을 것


첫 번째, 멍멍이포가 자동차에 적응하고, 겁 많은 초보운전 포 애미가 운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동거리가 짧은 곳이 필요했다. 서울, 경기 일대로 여행 연습 장소를 잡았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으로 장소 서치를 했다. 키워드는 간단했다. #대형견여행지 #대형견동반여행 #대형견이랑가기좋은곳


두 번째, 우리나라에는 애완견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가 많지 않다. 더구나 대형견이 갈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소형견은 되지만 대형견은 안된다는 조건이 꼭 동반되는 식당, 펜션, 여행지가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소형견을 선호해서 그런 건지, 소형견은 케어가 가능하지만 대형견은 케어가 불가능하다는 편견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검색해도 멍멍이포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이 정말 없었다. 이 두 조건까지만 해도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망설였다. 하지만 옆에서 코 골며 자고 있는 멍멍이포를 보니, 이 정도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음을 다시 잡았으나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세 번째, 사람이 많이 없을 것. 나름 국내여행을 참 많이 다니긴 했는데, 멍멍이포와 떠나는 여행길에는 검색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검색해서 나온 여행지는 당연히 사람이 많았다. 대형견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일종의 로망이기도 하고, 두려움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멋있다, 저런 개 키우고 싶다.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지만, 또 어떤 이는 "어머! 왜 이렇게 커! 아이고 무서워"하며 눈을 흘기고 지나간다. (아주 순화해서 표현해보았다.) 세나개에서 강아지 강 씨 강형욱 아저씨가 말했던 기억이 난다.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불필요한 관심은 독이라고 그랬던 것 같은데...(정확하지 않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송아지만 한 개 멍멍이포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나에게도 포에게도 스트레스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아직 아장아장 거리는 아가를 끌고 와서는 나에게 이렇다 저렇다 묻지도 않고 만져보라고 하는 부모님들. 애기는 울고, 포는 싫다고 도망가는데 억지로 끌고 와 만지려고 한다. 아가는 소리 지르며 울거나, 뭣도 모르고 달려들어 포 털을 뽑아 놓는다. 산책하는 중에도 많이 겪었던 일인지라, 즐거우려고 떠난 여행에 세 번째 조건이 붙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포와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


그래서 떠난 여행 연습장소는 어디일까!!!! (서론이 길었죠? 이제 시작합니다)

한강, 낙산공원, 김유정역, 을왕리, 용문사, 용문산 관광단지, 월드컵경기장 애견 운동장, 일산 호수공원


첫 여행지는 예전에도 포와 함께 가 본적 있는 김유정 문학촌! 문학촌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근처 김유정역 구역사와 철길을 걸으며 사진으로 추억 남기기에 제격이었다.

다행히 이곳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레일바이크가 있는 곳이라 날이 춥지 않으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서울에서 지하철 타고 올 수 있는 관광지! 젊은 커플이 놀러 와서 예쁜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어린 커플 덕분에 첫 번째 여행지에서 포와 커플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주차장 옆 잔디밭에서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잠깐 풀어놓았다. 나이 많은 멍멍이포는 쉽게 흥분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자칫 여행지에서 케어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가 있다. 차 타고 멀리 온 후, 잠깐 줄을 풀어주고 혼자 뛰어놀 수 있게 해 주면 포의 흥을 가라 앉힐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내 리드에 따라준다. 말인즉슨, 스스로 지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멍멍이포와 사진 찍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워낙 엄마 껌딱지인지라, 혼자 두고 몇 발자국만 떨어져 사진을 찍을라 고치면 와다닥 달려온다. 달려올 때면 기분은 참 좋은데...... 이쁜 사진 찍고 싶은 욕심도 난다. 워낙 포토스폿이 많은 김유정 문학촌이다 보니,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건 나의 욕심이었다. 이 날 여행으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멍멍이포와 사진 찍기 위해 여행을 온 것인가, 멍멍이포를 위해 여행을 온 것인가."


그놈의 인증샷 욕심으로 놀고 싶은 포를 내 마대로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 포는 저쪽 나무 냄새 맡고 싶은데, 나는 이쪽 나무가 이쁘니까 사진 찍자고 끌어당기는 건 아닌가. 포 입장에서 혼자 묶어 두는 건 너무 무서운데 이쁜 사진 찍겠다고 무서워하는 포를 혼자 두고 "기다려!" 윽박지르고 있는 건 아닌가.


첫 여행부터 느낀 점이 많았다.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멍멍이포와의 여행에서는 ”좋아요” 많이 받을 인생 샷을 찍고, 통통거리며 걷는 포의 목줄을 의기양양하게 붙잡고, 맑은 공기 마시며, 좋은 구경 하며 다니는 걸 그렸지만, 실제로 떠나 보니 그것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역시, 뭐든 해봐야 아는 법이다.


그 후로 떠난 곳에서는 인증샷 욕심을 버리기 시작했다.


야밤에 다녀온 낙산공원 산책과 한강 나들이에서도 억지로 내가 이끌지 않으니, 포는 더 편안해했고 행복하게 뛰어놀았다. 낙산공원과 한강에 다녀온 후 조건 리스트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4. 잠깐이라도 목줄을 풀고 뛰어놀 수 있는 장소가 있을 것

몇 번의 연습으로 자신감이 붙은 나는 포를 데리고, 가까운 을왕리로 향했다. 잘못 향했다. 왜 그랬나 아직도 후회 중이다. 감히 물트리버를 데리고 혼자서 바다에 가다니......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바다의 짠내가 포를 자극했다. 차 문을 열자마자 포는 바다로 뛰어들 기세로 엄청나게 뛰어갔고, 가까스로 포 목줄을 낚아챘다. 포는 바다를, 물을, 수영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수건도 없었고, 겨울에 날도 추우니 참아달라고 사정사정한 후, 바다와 조금 떨어진 채 산책을 하기로 했다. 합의 봤다. (멍멍이포가 동의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신나서 잘 걷나 싶었는데, 우리 포 점점 바다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건 내 착각인 걸까. 걸으면 걸을수록 알게 모르게 바다로 향하고 있었고, 기어이 발을 담갔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발만 담그고 얌전히 돌아온 포 덕분에 많은 사람들 속에서 "포!!! 안돼!!!!!"를 외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여름이었다면 기꺼이 바다에 뛰어들어도 된다고 했을 텐데, 겨울이라.....


또 돌아오며 느꼈다. 멍멍이포가 앞으로 살면서 바다에서 수영할 일이 얼마나 있다고, 나는 이 늙은 개의 수영 욕구를 왜 강제로 억제하고 있는가. 그까짓 거 수영하면 집에서 깨끗하게 목욕하면 되는걸.... 후회는 항상 일을 저지르고 난 후에 드는 걸까.

다짐했다.


"멍멍이포 하고 싶은 거 다해!"


그리고 다녀온 곳 월드컵경기장 애견 놀이터와 양평 용문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애견놀이터는 무료다. 대형견과 소형견으로 놀이터가 구분되어 있어서 좋다. 다 좋은데, 우리 포가 안 좋다. 포는 쫄보다. 어릴 때 내가 너무 끼고 키운 탓에 개를 무서워한다. 1살쯤 됐을 때, 실내 수영장에 수영을 하러 갔다가 작은 개가 포 다리를 문 적이 있다. 그 후로 개를 극도로 무서워한다.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역시나, 놀이터에 가자마자 친구들이 포 똥꼬 냄새 맡으러 달려드는데, 포는 꼬리를 잔뜩 감추고 구석으로 도망가기 바쁘다. 다행히 견주들이 포가 무서워하는 거 알고 개들을 데리고 가 주어서 포는 무사히 울타리를 돌며 영역표시를 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멀뚱멀뚱 앉아 우다 다하는 젊은 개들을 바라보는 포의 뒤통수를 보며 생각했다. (생각을 참 많이 하는 타입)


다른 개와 어를 리지 못하는 개가 사회성이 없는 거라면, 싫다는 시그널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들이대는 개들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거 아닐까? 멍멍이포는 단지 겁이 많고, 내성적일 뿐이라고. 모든 개가 성격이 같지는 않을 거라고. 멍멍이포의 사회성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봤다.


최근에 다녀온 양평 용문사.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용문사를 발견하자마자 여기야! 하고 출발했다. 입구 멀찍이에 주차를 하고, 슬렁슬렁 산을 올랐다. 험하지 않은 산길, 용문사까지 잘 다듬어진 길을 살살 걸어 올라가는데, 뚱뚱보 멍멍이포는 중간쯤 가다 지쳐 냄새 맡는 거 조차 포기하기 이르렀다. 늙고 살찐 포. "그래, 천천히 너 속도에 맞춰서 가는 거야 포. 내려가고 싶으면 내려가도 좋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줬다. 알아들은 건지 어쩐 건지, 그냥 살살 걸어 올라가는 기특한 포였다. 감동이다.


용문사는 나도 아무 정보 없이 간 터라, 커~다란 은행나무에 헉! 하고 놀랐다. 그리고 포 목줄을 단단히 붙잡았다. 나무만 보면 뛰어가는 포가 냅다 뛰어가서 커다란 은행나무에 영역표시할까 봐. 불행인지 다행인지 멍멍이포가 지친 덕분에 용문사 사찰 안에서 영역 표시하는 불경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용문사는 아기자기하니 포근한 느낌이었다. 칠성각으로 올라가는 길은 돌탑으로 아기자기했고, 칠성각 앞에 앉아 바라본 사찰 전경은 아기자기했다. 건물 곳곳이 서로 켜켜이 붙어 서로를 숨겨주는 듯했다. 느낌이 좋아 포랑 칠성각 앞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 내려왔다.


양평 용문사를 끝으로 포의 여행 연습이 끝이 났다.

앞으로의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행지는 어떻게 골라야 하고, 나는 여행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많은 것을 느낀 두 달이었다.


여행의 목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본래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했다. 멍멍이포가 세 살쯤 될 무렵. 누워 있는 멍멍이포의 머리를 쓰다듬다 말고 포의 눈에 비친 내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말했다.


"포, 네 눈에 이 세상을 다 담아 줄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포는 이제 8년 4개월을 지나고 있다. 9살이 되는 올해 그 약속을 지켜보려고 시작한 여행이다. 포를 위한 여행. 또 나를 위한 여행. "우리 둘의 여행" 그 원론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행길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쭉 적었지만, 여행 연습을 다녀온 후 나는 그 버킷 리스트 대신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멍멍이포와 떠나는 전국 여행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1. 지나치게 인증샷에 욕심부리지 않기

2. 억지로 포 목줄을 끌어당기지 않기

3. 포가 수영하는 걸 말리지 말기

4. 포에게 관심 주는 사람들에게 인상 쓰지 않기

5. 포하고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지 않기


인생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알고 실행하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멍멍이포와 떠난 여행 연습에서 참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다.


3월부터는 백패킹과 자동차 캠핑, 펜션 여행과 친척집 돌아다니기 1박 2일 여행 코스를 짜 봐야겠다. 멍멍이포 여행가방도 준비해야겠다.


"포야, 우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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