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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Mar 14. 2019

반려동물 동반과 전용의 차이

Part2. 형아, 그거 내 공인데......

조금 피곤한 것만 빼면 당일치기도 괜찮지만, 약간의 여유로움과 피곤, 수고스러움을 덜하려면 어딘가  자고 오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1월 2월 멍멍이 포와 함께했던 여행 연습 시간 동안에는 당일치기로 많이 다녀왔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우리의 여행에서는 숙박시설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일이 된다.


점점 반려동물을 위한 펜션, 호텔, 캠핑장 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애견 전용, 반려동물 동반" 문구를 달고 있는 숙박 시설이 정말 많아진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슈를 하나 던져볼까 한다. (특히 대형 견주들..)


여행 초보 깡 엄마에게 익숙한 숙박시설은 호텔, 모텔, 펜션뿐이다. 캠핑도 낯설고, 비박, 노상 캠핑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열심히 찾아봤다. 우리나라 숙박 검색 앱은 아주 잘 되어 있다. 검색 조건에 갈 곳을 정하고 "반려동물"을 체크하면 된다. 쭈우욱 뜨는 반려동물 동반 펜션을 보면서 오~ 하며 감탄하는 것도 잠깐. 나는 그냥 앱을 끄고, 삭제를 해 버렸다.


"반려동물 동반" 펜션은 항상 조건이 붙는다. 5kg 미만, 8kg 미만만 가능. 혹시 하는 마음에 펜션에 전화를 걸어보면 펜션 주인이 묻는다. 

"몇 킬로그램이에요?"

"40kg이요."

"아, 안돼요. 저희는 5kg 미만만 받아요. 아니, 그렇게 큰 개를 집에서 꼭 재워야 해요?" (마상....)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도대체 방에서 같이 자고, 펜션을 이용하는데 무게가 왜 중요한 걸까? 무거우면 땅이 꺼지거나, 집이 무너지는 걸까? 오히려 어떤 종인지, 중성화 여부는 어떤지, 몇 살인지, 이런 걸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숙박시설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이들의 무게가 아니라 '집 안에서 마킹을 하는지, 입질하는 아이라 다른 고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지'하는 여부일 텐데 말이다. 


이렇게 무게로 강아지를 구분하는 펜션 주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개를 키우지도, 키워보지도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펜션에는 "반려동물 동반 펜션"이라고 붙어 있다는 것.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작은 소형견만을 의미하는 걸까.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사업장에 이용 규칙을 고지해 두었고, 그들의 집을 그들 맘대로 운영한다는 데 뭐라고 하겠는가. 


나처럼 대형견과의 여행을 꿈꾸며, 검색창에 참 많이도 검색하고 있을 많은 대형 견주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검색어는 '반려동물 동반'이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이라는 것. 정말 많이 검색해 본 결과 반려동물 전용 공간들은 대형견 소형견 나뉘어 있어 서로 이용하기 편하고, 그런 곳들은 보통 주인들이 대형견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대형견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해 놓곤 하더라. 선심 쓰듯 원래 안되는데 하면서 돈을 현금으로 몇만 원 더 요구하는 그런 곳에서 혹시 피해당할까 부조리함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소심한 대형 견주들이여.... 좋은 장소 있으면 공유해요!!!!


대형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시선과 인식, 별생각 없이 던지는 그들의 말들이 자꾸만 날카롭게 쿡쿡 찌른다. 개를 무게로 나누는 그런 발상은 누구로부터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일전에 한참 이슈였던 입마개도 그런 차원의 접근 때문에 갑론을박하지 않았나. 대형견을 키운다는 이유로 돈을 내면서도 나는 제대로 할 말을 못 하게 된다. 때때로 사람들은 별 마음 없이 무례하다.


신나게 떠나야 할 우리의 여행은 반려견 동반 펜션으로 며칠을 검색하다 결국 숙박시설을 구하지 못해 또다시 당일치기 나들이로 끝이 났다. 송추 계곡 근처 강아지와 함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송추 바비큐와 애견 카페 네이처 독으로 가벼운 나들이를 떠났다.

가자마자 물부터 확인하는 멍멍이 포는 추운 날씨 탓인지, 발만 저렇게 담그고 꼬리만 흔들고 서 있었다. 어르신이 이제 추운 날에는 물에서 뒹굴뒹굴하는 걸 포기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발견한 장난감.

포는 어디를 가든 꼭 구석진 어느 곳에서 남의 장난감을 물고 와서 떠날 때까지 집착하며 물고 다닌다. 낙엽 쌓인 나무 밑에서 빨강 코코몽 인형을 물고 사뿐히 건너오신다. 어떤 개의 장난감인지 모르겠지만, 미안했다. 포가 다 물어뜯었다.

송추 계곡 옆 송추 바베큐장에는 울타리 쳐진 특정 구역 내에서는 목줄을 풀어놓아도 된다. 테이블이 두 개 정도 있다. 그 구역을 제외하고는 목줄 착용은 필수! 미세먼지 가득한 날이었다. 손님이 없어 맘 편히 포하고 놀다 왔다. 어중간한 시간이 남아 뭘 할까 찾아보다 근처에 있는 애견 운동장을 방문했다. 지난여름 멍멍이포와 수영장에 다녀왔었는데, 그곳 근처였다.


작년에 오픈한 애견 운동장에서 만난 5살 골든 레트리버 "버디" 아가 아가 하게 생긴 모습에 반해버렸다. 멍멍이 포는 운동장에 풀어놓고, 버디와 신나게 놀았다. 멍멍이 포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에너지가 넘치고 계단도 껑충껑충, 공을 잡으러 갈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쉬이 지치지 않는 젊음의 에너지. 너른 대형견 전용 운동장에 버디와 포만 뛰어놀았다. 여덟 살 포와 다섯 살 버디. 그 대비되는 모습에 함박웃음 지었다가 또 쓸쓸했다가 늙어가는 개를 키우는 어미의 눈가가 마를 시간이 없었다.


포에게 미안하게 나는 다섯 살 강아지 버디의 에너지에 퐁당 빠져버렸다. 버디와 놀고 있는 동안 포가 나를 저렇게 보고 있었다니.. 몰랐다. 미안해 포야. 엄마도 젊은 남자가 좋.... 미안....

두 마리 레트리버의 에너지를 풀어 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넓은 마당과 넓은 집, 그리고 맘껏 좋은 걸 먹일 수 있는 넉넉한 주머니 사정만 받쳐준다면 한 마리를 더 키우고 싶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 본 탓에, 그것도 대형견을 처음 키워 본 탓에 나는 너무 서툴렀고, 뭘 해줘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만큼 멍멍이 포에게 해준 것보다 해주지 못한 것이 더 많았고, 해줄 수 없던 것이 더 많았다. 이제는 전보다 더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데 그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남아있을지 미지수다. 


버디와 같이 공놀이를 하는 포를 보며 느꼈다. 한창 앞서 출발하고도 버디에게 따라 잡혀 버리는 나이 든 포 (살이 찐 탓도 있겠지), 포기가 빨라진 포, 주저앉아 버리는 포, 다리가 풀려 꼬리만 흔들고 있는 포와 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5년. 늙음의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는데, 나는 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나... 생각했다. 


여전히 제대로 떠나지 못하는 우리 둘.

여행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요? 

포야, 미안해.



뒷 이야기..

포는 어김없이 애견 운동장에 들어서자마자 버디의 공을 물고 나타났다. 두 놈이 이 공 가지고 어찌나 싸우던지. 착한 녀석들이라 한놈이 공을 물면 빤히 옆에서 쳐다만 보고 있고, 잠깐 내려놓으면 그 틈에 물고 도망친다. 몇 번 주고받고 하며 놀더니, 포가 공을 물고 놓지 않기 시작했다. 버디야, 미안해. 포 형아가 좀 그렇지?



"형아 그거 내 공인데...."


"어.. 어?? 형아.. 형아 그거 진짜 내 공인데...?"



"히엥... 내 공..ㅠㅠㅠㅠ"



"형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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