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경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열림원
장례식에서 조문하고 먹는 밥이 갈 때마다 맛있었다. 의아했지만 매번 그랬다. 전국 어디를 가도 뻔한 음식. 하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마른 전이랑 몇 가지 찬, 안 뜨거운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육개장이나 소고기 뭇국과 약간의 흰쌀밥. 디저트로 방울토마토 몇 알이랑 오렌지 2-3조각, 가끔은 귤 같은 계절 과일이 나오고, 옛날에 할머니가 먹던 얇고 긴 막대 과자에 김을 붙인 김맛과자, 마른오징어나 땅콩 같은 술안주가 나오는 일관성 있는 상차림.
평소라면 맛있다고 느낄 음식이 아닌데도, 머리는 '맛없다~' 하는데 몸이 '맛있다~' 하는 느낌이랄까. 잘 먹히고 소화도 잘 되고. 누구한테 말하기도 뭐해서 혼자 아리송해했다. 신랑한테 슬쩍 말해봤더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몸이 밥을 찾는 것 같았다. 나는 여기 이승에 있는 거 맞지 않냐고 확인하는 것처럼. 영정사진 속 웃고 있는 망자와 달리 음식을 씹고 삼키고 소화하고 배설해야 하는 산사람이라는 걸 상기하려는 듯.
누구에게나 똑같은, 삶에 끝이 있고 그 끝이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자명하고도 서늘한 실상을 체감하면서 생의 에너지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래서, 살아서 먹는 밥이라, 꿀맛 같나?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
장례식에 가려고 기차를 탔는데 기차 안에서 먹는 맥모닝이 너무도 맛있는 것이다
한 줄 시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고선경 시인도 내 마음 같아서 맥모닝이 맛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맥모닝을 같이 먹던 친구가 먼저 간 건 설마 아니겠지, 그러면 맥모닝을 안 시켰겠지.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무슨 일이 나긴 났을 것 같아서 심란하기도 하고. 맥모닝 먹고 장례식장 밥도 먹었을까, 또 맛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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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슬픈 장례식이 없는데 우리는 왜 오늘 사랑하지 않고 늘 뒤늦게 울고불고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