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척하지 않기로 했다.

꿈을 이루는 필사, 768일

by Jihye
여기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고, 그녀 또한 당당하고 자연스러웠다. 알레르기나 식단 조절로 자신이 먹을 걸 따로 준비해 오는 건 흔한 일이었다. 그 장면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필요를 챙기는 것.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답게 행동하는 것, 진짜 '쿨하다'는 건 그런 태도에서 오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진돗개 두 마리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박혜령


"저 사람 쿨하다"

​사소한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 뒤끝이 없고 시원스럽고 솔직한 성격을 지닌 사람을 우리는 쿨하다고 말한다. 은연중에 쿨한 사람은 멋진 사람이고, 징징대는 사람은 구질구질하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없어 보이지 않기 위해, 당당해 보이고 싶어서,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혹은 관계를 주도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포장한다. 서운하지만 서운하지 않은 척,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맛없지만 맛있는 척하며 나답지 않은 모습으로 상대방을 대하면서. 하지만 이렇게 쿨한 척 유지되는 관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숨긴 채 이어지는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 같다. 연인 관계도 그렇고, 친구관계에서도 그렇고.

​오늘 오랜만에 아들 친구들 엄마를 만났다. 아이 친구 엄마에서 이제 나의 친구가 된 그녀들. 그중 한 명이 2주 후에 이사를 가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만난 자리였다. 메뉴를 고르는 과정에서 감자탕, 즉석 떡볶이, 파스타 등 여러 음식이 나왔다. 전날 체해서 속이 좋지 않았던 나는 위에 부담이 되는 음식들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나의 필요를 말했다.

"저 속이 좀 불편해서 부드러운 음식이 먹고 싶어요. 샤브샤브는 어때요?"

모두들 흔쾌히 좋다고 했고, 우리는 천천히, 맛있게, 속 편한 식사 시간을 보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말하고, 내 필요를 솔직하게 알렸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으리라.

예전의 나는 식사 약속을 잡을 때 늘 다수의 필요에 맞추는 편이었다. 그래서 모임이 끝나면 속이 불편한 날이 많았다. 이제는 위가 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말하고 내 필요를 챙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진짜 '쿨한' 사람이 되어간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필요를 챙기는 것.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답게 행동하는 것. 진짜 '쿨하다'는 건 그런 태도에서 오는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바람직한 것이 아닌 나에게 바람직한 것을 하자.
다수가 바라는 일이 아닌 내가 바라는 일을 하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나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는 쪽으로. 그게 요즘 내가 배우고 있는 진짜 ‘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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