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경복궁을 걸으며(꿈필 795일)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은 내 안의 목소리가 되고, 그 목소리가 선택과 행동을 이끈다. 결국, 누군가가 반복해서 건네는 말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단순한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택이 된다.
-<말의 품격은 태도에서 나온다>, 지혜영
말은 관계를 만들고, 관계는 인생의 방향을 만든다는 작가의 말. 조용히, 반복적으로 스며드는 말이 결국 사람의 선택과 태도를 바꾼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말을 나누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도 그 답을 역사 속에서 찾게 해주고 싶어 큰맘 먹고 인천에서 경복궁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 우리는 500년 시간을 여행했어요."
왕의 자리와 황제의 자동차, 하늘의 별자리를 함께 살펴본 뒤,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본 유물 가운데 하나는 꼭 마음에 담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역사는 박물관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이 기억하고 이야기해 줄 때, 역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보는 사람’에서 ‘기억하는 사람’으로, 다시 ‘이야기할 사람’으로 역할이 옮겨가길 바라며 마지막 국립고궁박물관 체험을 마쳤다. 특히 마지막에 “고마워요, 역사 탐험가 여러분”이라고 말했을 때, 그 호칭이 가진 힘을 새삼 느꼈다.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탐험가’라고 부르는 순간, 아이들은 잠시나마 스스로를 그렇게 인식하게 되니까. 비록 짧은 시간이었더라도, 그 이름이 아이들 마음 어딘가에 남기를 바라는 엄마이자 선생님의 마음이다.
책 속의 문장은 바로 그 지점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반복해서 듣는 말이 결국 내면의 목소리가 되고, 그 목소리가 선택과 행동을 이끈다는 것. 그래서 ‘누구와 함께하느냐’는 단순한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언어 속에 머물게 될지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말을 듣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지에 대한 선택.
답사를 마치며 “경복궁은 사계절 내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다음에는 한복 입고 다시 만나요”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실제로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날의 경험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오고 싶은 장소’로 남는다면, 말은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말은 금세 사라진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공기처럼 흩어지고 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어떤 말들은 오래 남아 사람의 방향을 조금씩 바꾼다. 내가 건넨 몇 마디 역시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되어 언젠가 다시 길을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며, 아이들과 함께할 다음 답사를 준비한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오래 남을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