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에 처음 써보는 자기소개서…A4 한쪽을 채우는 일이 막막했다. 나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 대학교 졸업 후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발굴현장에서 일한 경력과 석사 논문이 증빙자료가 되어 직급이 올라갔기에 자기소개서는 따로 쓰지 않았었다. 자기소개서 없이 지나가는 20대가 편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미뤄둔 숙제를 하지 못하고 방학을 마친 기분이랄까?
그 걱정은 마흔이 되어 재취업 준비를 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나이가 주는 경험과 지혜를 발휘해 ‘자소서 잘 쓰는 법’을 검색하고 구인 사이트를 뒤져가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고, 재취업에 성공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퇴사하면서 다시 백지 앞에 앉게 되었다. 또 막막한 시간. 그래도 새로 써볼 용기가 났다.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실패하는 나’가 아닌 ‘쓰는 나’로 단련되었기 때문일까.
두 번째 자기소개서를 쓰는 나에게 구원처럼 다가온 문장이 있다.
어떤 활동에서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는가를 각 단락의 소주제로 삼고, 그것이 지원 동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대주제로 세워 촘촘히 문장을 엮으면 글에 입체성을 부여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라는 틀 위에 '나'를 쌓아 올릴 수 있다.
-<글의 품격>, 163p
성장 과정, 성격의 장•단점 등을 열거만 하지 말고 ‘나’에 대한 주제 문장을 정하고 지원하는 회사에 필요한 나의 능력을 찾아 연관시켜야 했다.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는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입사 지원 이유와 직무역량을 정리해야 했고, 내 이야기를 업무와 연결해서 풀어낼 수 있어야 했다.
1. 성장과정, 성격의 장•단점
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어떻게 자라왔는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나의 과거 기억을 스케치하며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래서 '유연한 사고를 지닌 끈기 있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나를 소개했다.
저는 유연한 사고를 지닌 끈기 있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조언을 건넬 때는 이유가 있다고 여기며, 특히 신뢰할 만한 사람의 조언은 나를 성장이라는 방향에 세우기에 기꺼이 수용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전공과 시대와 분야가 다른 기관에서 일할 때는 기관장이 알려주는 방식을 익히기 위해 애썼습니다. 더불어 두 아이를 양육하며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애쓰며 유연한 자세뿐만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 능력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경험 삼아 해본 문화재 발굴현장에서의 일을 계속해 보기로 마음먹고, 9년 동안 꾸준히 한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대학원 입학 후에는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고단했으나, 저의 강점인 끈기와 노력을 발휘하여 재도전 끝에 석사학위 논문을 완성하고 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2.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직무를 탐색하고 직무와 나와의 관계를 고민하며, 직무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내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자료조사는 기본이고 필수. 지원하는 회사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표의 인사말과 설립 목적, 조직도와 담당업무 설명을 훑어보았다. 직접 방문해 소요 시간과 회사 분위기, 주변 환경도 파악해 지원 동기에 녹여서 썼다. 관련 분야 최고 권위 회사의 정보를 참고하거나 최근 기사를 검색해 기억해 두어 면접 때 사용했다.
3년 전, 인천으로 이사 온 후 앞으로 거주할 도시의 역사가 궁금해 이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상설전시실 관람을 통해 2천 년 이상 유지되어 온 인천의 역사를 알 수 있었으며, 옛것과 새것이 조화된 역사문화 도시 인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간 어린 남매는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실제 수인선 협궤열차를 신기해하고 좋아했습니다. 본 박물관을 관심 있게 보던 중 홈페이지에서 채용공고를 접했고, 유물관리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지원하였습니다.
문화유산표준시스템에 따른 유물관리 전산화 작업은 전공자나 비전공자 모두에게 정확하고 풍부한 학술 자료와 문화 교육 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구축된 자료는 박물관 홍보는 물론이고 인천지역의 향토사와 문화유산을 조사·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박물관의 설립취지에도 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의 설립취지가 실현되는 여정에 저도 동참하고 싶습니다.
3. 질문과 글자 수 제한이 있는 경우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타인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비효율적인 의사소통을 방지했던 경험에 대해 기술해 주십시오. (500자 이내)
비효율적인 의사소통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태도로 대화와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조직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기에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갈등을 유발한 원인과 이익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긴밀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 양측에 도움이 되는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연구원, 조사원, 보조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는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저는 조사원 직위로 중간관리자 역할을 다년간 맡았습니다. 연구원 선생님의 지시사항이 보조원 학생들이 느끼기에 모호하거나 어려워 혼란을 가져오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입장을 들어본 후 제가 아는 부분은 상세하게 알려주고 연구원 선생님께 상황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모두 모여 연구원 선생님의 설명을 다시 듣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유구와 유물을 훼손하지 않고 각자의 발굴조사 업무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직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회사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 나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이며, 그 강점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 및 강점을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지 작성해야 성공한 자기소개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자기소개서는 나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글쓰기가 아닐까? 주제가 명료한 글을 독자들이 선호하듯이 채용담당자도 그럴 것이다. 지원하는 회사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주제로 나를 잘 드러내는 것이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길이리라.
글쓰기의 성장을 바탕으로 나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지원한 곳 모두 면접의 자리까지 가는 설렘과 기대를 맛볼 수 있었다. 전문 작가님의 피드백을 통해, 전자책 출판 덕분에, 필사와 글쓰기, 독서를 매일 했기에 얻은 결과물이라 하겠다.
‘실패 없는 자기소개서, 나는 이렇게 취업에 성공했다’라는 결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또다시 백지 앞에 있다. 상황은 변한 게 없고 뭐하나 맘처럼 되지 않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써 내려간다. ‘나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글쓰기’인 자기소개서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면서.
*제목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임홍빈, 문학사상, 2016)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