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게 하나도 없네

by Jihye

이틀 전, 떨리고 긴장되는 첫 강의를 했다. 금천구 마음 돌봄 여행 프로그램 2회 차 시간을 내가 진행하다니. 필사와 글쓰기 아이디어를 냈는데,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준비하게 되는 현실.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어느 조직이나 그렇지 않을까, 나의 경력을 쌓는 기회라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재빠르게) 전환했다.
문화체험강사 양성과정에서 교육받은 역사와 환경 분야가 아니고, 회사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분야라 강의 샘플도 없었다. 그러나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회사의 실세, 곽 팀장님의 말에 힘입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준비했다.

회사에서 보내준 강의계획서의 주제는 '아름다운 노년과 삶의 마무리'였고 활동은 엔딩노트 쓰기. 어떤 구성으로 내용을 채울까 고민하다 문득 '반짝반짝 할머니'가 떠올랐다. 작년에 딸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한 브런치북의 내 글.

"엄마,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부자인 할머니 돼. 꼭"

딸의 말을 오프닝으로, 내 글을 토대로 강의를 구성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활동은 나만의 묘비명 쓰기와 엔딩노트 작성. 캔바에서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 ppt를 만들고 한글 문서마당에서 예쁜 배경을 찾아 활동지도 준비했다. 묘비명 샘플도 보조강사님과 미리 만들어보고. 필사하고 쓰고 꾸며볼 캔버스, 스티커와 붓펜 링크도 팀장님에게 보내 재료준비까지 마쳤다. 휴;
그렇게 '생기 있는 노년과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라는 나만의 첫 강의가 탄생했다.

그동안의 쓰기 경력과 경험들 모아 모아 준비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낸 시간, 버릴 게 하나도 없네.


내가 살면서 한 모든 선택에서 잘못된 건 하나도 없으며, 나중에는 뭐든 어떤 걸로든 기회가 오는 거다.

쓰기의 첫 시작이었던 일기, 내 의지와 상관없었던 갑작스러운 퇴사, 뭐라고 잡고 싶은 심정으로 수강한 인천시민대학 '내 삶 쓰고 전자책 출판하기' 강의에서 써본 첫 전자책 <마흔의 질문들>, 캘리그래피 수업, 김한솔이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 글쓰기 동지들과 1년이 넘게 이어온 글쓰기 모임 '마라팅', 600일 넘게 필사하고 있는 온라인 필사모임 '꿈필', '꿈필'에서 해본 캔바와 스티커 꾸미기, 블로그에 이어온 800여 개의 글들, 한번 거절당하고 작가 승인받았던 브런치와의 애증의 시간, 몇 개의 글쓰기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좋은생각> 공모전 19회 생활문예대상에서 입선 상을 받았던 기쁨, <삶의 온기>에 투고한 글이 ‘이달의 온기상’을 받았던 뿌듯함, 두 번째 전자책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단조로움에서 새로움으로>까지.

글쓰기의 성장을 바탕으로 나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게 되어 지원한 3곳의 박물관에 최종 면접까지 갔던 일. 결국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다시 용기를 내어 '문화체험여행강사 양성과정' 교육을 신청던 마음, 57일, 240시간의 교육시간을 채워 나 홀로 개근상을 받으며 수료고 사회적 협동조합 '신나는동행'을 만나기까지.

실패 후 지금 가장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욕망이 나를 쓰게 했다. 돌아보니 나를 쓰게 하는 것은 실패였다. 하지만 그 실패가 나를 '지금 이곳'으로 이끌었기에 ‘성장을 품은 실패’라 부르고 싶다.

그래서 마음먹는다. 성공이든 실패든, 일을 하든 안 하든 '쓰는'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기 있는 노년을 위해 ‘쓰는’ 할머니가 될 거라고. 시간도 프리하고 돈도 프리하게 받는 프리랜서의 세계에서 생기 있는 강사 생활을 이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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