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할 수 있을까, 밀려오는 의문 앞에서

연수로 방학을 다 써버린 제과 유학생

by 우주킴

1학년 여름방학 때 교외실습을 타르트 전문 가게에서 했다. 나는 어느 한 가지 상품을 주류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실제로 나를 양과자로 입문시켜 준 첫 가게는 파운드케이크만 취급하는 전문점이었다.

학교에 입학한 후 내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듣지도, 먹지도 못한 과자들을 접하면서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첫 실습을 타르트만 만드는 가게로 가게 되었는데 열흘간의 실습 끝에 결론이 내려졌다.

과자의 세계에 제대로 입문한 만큼 폭넓게 공부하고 싶다고, 많은 과자를 접할 수 있는 전문 파티스리에 취업을 하고 싶어졌다. 그 얘기를 담임 선생님께 이야기드렸고 담임 선생님도 적극 지지를 해주셨다.

나는 입학했을 당시부터 일본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경험을 통해 어느 쪽으로 취업을 원하는지 큰 틀을 잡을 수 있었다.

2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봄 방학은 내게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연수를 두 번 가게 되었다.



두 번째 가게는 외국인 오너 셰프가 계신 곳에 전통 오스트리아 빵집이자 케이크, 구움 과자, 초콜릿까지 판매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몇 번이나 가서 빵을 사 먹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유학생을 뽑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셔서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오라고 하셔서 열흘간의 연수가 시작됐다. (나중에 여쭤봤을 때 직원으로서 뽑지 않는 것이지 연수 오는 걸 거절하진 않는다고 하셨다.) 원래는 제과로 열흘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이미 연수처가 한 군데 더 남아있어서 원하는 데로 제빵 5일, 제과 5일 들어갈 수 있었다.

출근 시간이 달랐는데 제빵은 아침 5시까지는 도착해야 해서 집에서 4시에 나와 가게까지 걸어갔는데 중간에 공동묘지가 있어서 비 오는 날은 정말 무서움에 떨며 걸었다.

제빵은 가자마자 샌드위치를 만들고, 재료를 준비하며 포장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다. 연수 전에 방송에도 나와서 손님이 정말 끊이지 않았다.

제과는 시켜주시는 게 생각보다 많았다. 원체 일이 많았는데 바움쿠헨을 실제로 만드는 모습과, 학교에서 본 적 없는 초콜릿 기계, 정갈한 쿠키의 모양, 포장할 때 깔끔하게 하는 법 등등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 현장에서 많은 것을 눈으로 배웠다.

정말 너무나 아쉬웠던 건 셰프가 그 시기에 본국으로 잠시 돌아가셔서 단 한 번도 만나 뵙지 못했다는 점…!

하지만 여름과 비교했을 때 내가 성장했고, 내 마음은 좀 더 굳혀졌다.


세 번째 가게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가게고 프랑스 과자를 주 메인으로 파는 가게인데 카페 형식의 가게라 포장보다 앉아서 먹고 가는 손님이 많은 가게였다. 케이크, 과자 외에도 파르페도 아주 인기였다. 이 가게는 연수생이 내가 처음이었고 심지어 한국인이라 놀랬다고 했다. 아직도 세프와 일정 조절을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두근거렸던 마음이 기억난다. 첫날 긴장하는 나에게 주스를 건네주시곤 밥도 여러 번 사주셨다. 일본에서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고 배려해 주는 곳을 처음 만났다.

학교 가기 전 마지막 실습이라 생각하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계량을 하고, 산더미 마냥 쌓인 설거지를 주야장천 하며 사원들이 만드는 케이크 위에 데코를 했다. 나는 이곳에 있을 때 단 한 번도 시계를 본 적이 없었다. 집중해서 끝내놓으면 휴게 시간이었고 다시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청소 시간이었다.

식물원에서 개최하는 이벤트에 참가하느라 하루 종일 추러스를 튀기기도 했다. 셰프의 정말 쉽게, 쓰윽하고 만드시는 분이었다. 손만 닿으면 완성되는… 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곳을 오려고 실습을 한번 더 신청한 거 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일했다. 그만큼 나는 지금껏 받을 수 없었던 배려를 받으며 기분 좋은 인사를 시작으로 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수작업이었고 학교에서 몰랐던 걸 만들어보고 물어보며 해소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 청소 끝내놓고 그동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울지 마 울지 마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무너졌다. 파티시에가 되기 전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거, 아직 햇병아리인 내게 바쁜 와중에도 많이 신경 써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셰프가 이 사진을 공식 계정에 올리셨는데 난 모르고 있다가 학교 선생님들이 사진을 봤다며 얘기를 해주셔서 알게 됐다. 이곳에는 한국분들도 간간히 오셨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는지 신기하고 실습생이지만 뿌듯했다.


사실 첫 번째 실습 때는 모르는 일본어가 많아서 언어도 힘들었는데 일 년 정도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용어가 많이 외워져서 두 번째부터는 언어로는 크게 문제없이 수월하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중에 선생님께 들었는데 실습 간 모든 곳에서 평가가 좋았다고 취업 준비 잘해보자고 얘기해 주셔서 기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무사히 일 학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나는 이학년이 되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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