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학기 전기에는 어떤 걸 배울까?
일 학년 일 학기는 낫빼(아이싱), 시보리(짤주머니에 깍지를 끼운)를 짜는 수업으로 시작되었다.
짤주머니에 깍지를 끼워 일정하게 짜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같은 속도로 일정 볼륨을 내며 정확한 모양으로 짜야하는데 울퉁불퉁 사이즈도 들쑥날쑥했다.
아침 연습을 나가서 선생님들께 계속 지도를 받아 조금은 나아졌다. 낫빼와 시보리만 잘해도 겉으로 봤을 때 케이크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고, 제과점에 갈 때마다 케이크 데코를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제과에서 가장 기본인 품목 제누와즈 (스펀지케이크) 일 학년 땐 그 흔한 핸드믹스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거품 내어 만든 후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손으로 머랭을 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계란과 설탕을 넣은 볼을 사람의 피부온도까지 올려준 다음 휘핑을 해준다. 이때 공기유입과 거품기가 부딪히며 물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즉, 단백질이 공기변성을 일으키고 막을 형성하여 거품이 안정화된다.
이렇게 될 때까지 신나게 휘핑을 해줘야 한다. 색은 아이보리색에 부피가 2배 이상, 8자를 그렸을 때 천천히 선이 사라져야 하고 그 뒤에 넣는 밀가루와 버터도 아주 잘 섞어줘야 뭉치는 거 없이 식감이 좋고 폭신한 제누아즈가 완성된다.
실험.
박력분 대신 전분, 강력분, 쌀가루를 써보고 기포를 덜 올렸을 때와 덜 섞었을 때의 또는 너무 많이 섞었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를 알아보았다.
일 학년 때는 역시 기본적인 쿠키 종류도 다양하게 배웠다.
케이크의 순정이라면 쇼트 케이크! 그것도 딸기겠지.
학교에서 내가 먹고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 케이크 중 단연 1위인 Zitronen-Schnitten.
밀가루가 적게 들어가서 반죽에 글루텐 형성을 위해 섞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제누와즈 사이에 레몬 버터크림을 샌드 해주고 제일 윗면에 샛노란 레몬 크림을 얹어준다.
슈니텐은 사각으로 잘라먹는 케이크란 뜻을 가졌는데 오스트리아나 독일 케이크에 자주 등장한다.
봄에 실습을 나갔을 때 오스트리아 가게에서 연수를 받았는데 그때 대부분의 케이크가 사각 트레이에 담아 쇼케이스에 진열됐고 이름 대부분 뒤에 슈니텐이 붙었었다. 프랑스가 제과로 유명하지만 실은 오스트리아도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느낌 보단 절제된 차분한 느낌이라고 할까? 불필요한 꾸밈없이 소복한 겉모습과 연상되는 맛이지만 상상 이상으로 맛있는 케이크가 많았다.
카페하우스 문화가 만든 디저트를 언젠가 커피와 함께 먹고 싶다.
Trauben-Schnitte
모카토르테와 아이리쉬카페 토르테
비스퀴 롤케이크가 훨씬 보기 귀여운 거 같다.
럼레즌, 오렌지홍차, 초코 파운드케이크
빵의 기본도 배울 수 있었다.
반죽에 들어가는 밀가루, 설탕 등 재료의 특성과 물과 가루의 온도, 믹싱 방법, 유지를 넣는 타이밍, 둥글리기부터 빵에 맞는 성형법 등등
난 실은 먹는 건 디저트보다 빵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선생님께 자주 질문 하고 과정을 체크받았다.
어휴… 저 단팥빵 왜 이렇게 귀여운지 빵은 어쩜 모양부터가 동글동글 …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 학교는 실습이 끝나면 레포트를 내야 하는데
재료 원가, 실습 내용, 그림, 감상평을 써야 한다. 수업시간에 노트로 급하게 적은 내용을 집에 가서 복습한다는 마음으로 꼼꼼히 적고 케이크의 단면을 그린다.
처음에는 원가표 찾아가며 계산기 두들리는 게 귀찮게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매일 쓰는 재료 원가를 기억하게 되면서 불평을 쏙 들어갔다.
품목당 한 장씩이기 때문에 미루다 보면 일주일 사이에 9장이나 제출해야 할 때가 있다. 다행히도 레포트는 미루지 않고 잘 내고 있다.
어느덧 파일 두 개 분량이 나오더라. 현장에 나가서든, 언젠가 내 가게를 하던 다시 꺼내본 날, 물어도 보고 새로운 발상을 얻는 그런 나의 든든한 레시피북이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꼼꼼히 적는다.(물론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