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꺾여버리자 몸도 아팠다.

물 위에 겨우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었다

by 우주킴

나는 정말 빵 수업이 좋다.

배우면 배울수록 제과 보다 제빵이 훨씬 재밌는 거 같다. 좋아하는 건 빵, 잘하고 싶은 건 제과!

바게트, 베이컨 에피, 버터롤, 치즈빵:)

사용하는 ペティー 페티 나이프를 갈았다.

과일을 자르는 방법, 서양배와 무화과 등 콤포트를 만드는 법, 예쁘게 장식하는 법, 사진엔 없지만 선생님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셨는데 그게 제일 맛있었다. 남은 과일은 친구들과 나눠 집으로 가져왔다.

자취생에겐 고마운 수업…!



조리과 학생들이 만들어주는 학식! 가성비가 좋다.

400円

학교에서는 종종 お茶会가 있다.

이 날은 같은 반 오빠와 함께 옥상정원에서 와가시와 함께 오챠를 마셨다.



ハル さんの カレーライス

학교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축제! 우리나라로 치면 학교 축제이고 일본어로 얘기하면 学園祭라고 한다.

카페, 케이크숍, 빵, 초콜릿 샵, 푸드 코트, 중식/일식/양식 요리, 마지팬 체험 등… 각 부스마다 다양한 먹거리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크레페 만들기 체험도 인기였다. 나는 빵 담당이었는데 아침 6시까지 학교에 와서 준비를 했다. 겨울이라 온통 깜깜했는데 건물에 불이 들어와 있는 곳은 편의점과 빵집 밖에 없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공짜와 그냥이 없다.

나카무라 제(학교 축제)가 진행된 약 3일간 알차게 쉬는 시간 때마다 돌아다녔다. 어쩌면 손님보다 더 잘 즐긴 거 같다.

마지막 날은 유학생 언니와 초밥으로 보상심리를 즐겼다.


내 생일에 만들었던 몽블랑.

한국에서는 몇 번 먹어본 적 없는 몽블랑. 학교에서 만들고 바로 먹었는데 너무 진하고 고소한 밤맛에 반해 그 뒤로 가을에서 겨울 시기에 제과점을 가면 꼭 몽블랑을 사게 되었다.



1학년을 마무리하며 학교에서 유학생 모임을 가졌다.

함께 했던 든든한 유학생들이 곧 졸업을 하고 내가 이학년이 되다니 억누르고 터치고 포기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재미를 찾는 동안 시간이 이렇게나 또 흘렀다.

조금 있으면 나이도 하나 더 먹는구나…

나는 파티시에로서 자질을 갖추고 이 학교를 떠날 수 있을까가 심히 의심이 되지만 이학기에 들어오고 일본 생활에 스며들면서 전과는 달리 마음이 가볍다.

나는 나대로의 속도가 있고, 원하는 방향이 있기에 증명을 위함이 아닌 끌림을 찾아 따라가는 것이 지금 내게는 맞는 삶의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깨닫고 나선 해방감마저 느꼈으니 자유롭다. 일 학기 말부터 일본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선생님과 상담이 이어졌고 학교도 일 학기 때에 비교하면 결석이 현저히 줄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도 치즈 케이크 전문점, 빵집, 한국어 교실을 병행하며 생활비도 조금씩 벌고! 여전히 버벅거릴 때도 많지만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브런치에 글로 마음을 써 내려가는 일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하나의 방법이다.

어릴 적 기억은 왜 신나고 행복했던 순간보다 괴로웠던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더 자주 떠오르는 걸까

문득 스치는 좋았던 기억들, 사람, 물건, 어떤 계절의 공기까지 그 출처도, 정확한 내용도 불분명한 채 정리되지 못한 채 흩어져 있다.

그게 아쉬워서 나는 이십 대 때부터 늘 작은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누군가에게 직접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웠고, 좋은 곳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느낀 감정을 기록해 두면 마음이 조금 무던해졌다.

빠져들되, 아주 괴로워지지는 않았다.

나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걷는 동반자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우울을 미워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건강한 우울’이라는 말은 어쩌면 모순이겠지만,

그 감정까지도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제야 조금씩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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