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만든 지옥에 있었고

-애탄하고 비탄하며, 결국 후회에 갇혀 죽어가고 있었다.

by 인간실격

눈을 뜨고 일어나면 항상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타들어가는 갈증을 느끼면서 아침에 일어난다. 불면은 2주가 넘어가는 시점에 금방 사라졌지만, 그 대신 나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차라리 조금만 더 힘들었다면, 아니, 애초에 내가 왜 힘들어 하고 있었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힘들었다며 호소할 수 있었다면 좋았는데, 세상에는 나보다 더욱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주 철이 없게도, 그 불행함 중 하나가 나에게 있었다면 좋았다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맨정신에, 그것도 술을 한잔도 걸치지 않은 아침에 그런 망언을 생각하던 나에게 놀란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배가 쓰렸었다. 당장이라도 그 내용물을 쏟으면서 나에 대한 저주도 함께 쏟아붓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가 고통스럽다고 해서 고통스럽지도 않은 몸이 멋대로 위 속 내용물을 내보내지는 않았다. 괴로웠다. 쏟아낼 수 없다는 사실에 증오를 느꼈다. 모멸하는 듯이, 혐오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시선의 끝에는 거울에 서있던 내가 있었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나는 나를 사랑해야 세상에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여전히 내가 싫었다. 뇌리에 진하게 새겨진 자학이었다. 분노였다. 자신의 손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의 말로가 눈 앞에 있다는 것에 대한 혐오였다.


깊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못생겼고, 바보같았으며, 덜떨어진 얼굴이다.


저 입으로 말하는 것은 타인에게 전하는 저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실없는 농담일까. 그 어느 것이든, 일단 최악이 전하는 최악의 말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저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분명 천상의 음식임에도 쓰레기로 변할 것이요, 그 음식들의 영양분들은 죄악을 살아가기 하기에 최저 최악의 것으로 변하고 말테지.


내가 바랬고, 내가 바랬던 가족애가 나에게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을 꺠달은 후에 남은 것은 완벽한 허무였다. 남은 여백을 채우기 위해 내 깊은 어느 무언가는 여백을 채우기 위한 감정들을 계속 갈구한다. 결국 그 여백을 채우기 위해 채택된 감정들은 나에게 바치는 독약이었다.


나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은지, 항상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더라도, 그것들을 느끼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가출 사건 이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모님과의 충돌이 그런 감정들을 전부 불태워 버렸다. 더 이상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괴로움을 토로할 친구는 없었다. 그걸 말하는 순간, 나는 이 가짜 괴로움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릴 테니까.


둘러본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과는 달리, 지금은 전혀 상반되는 감정을 내 눈에 집어넣고 있었다.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하던 하늘은 회색 투성이인 먼지의 천장이 되었고, 차가운 공기를 코에 들이쉬다 보면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는 기름의 찌든내와, 비린내 뿐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불쾌함과 고통 밖에 없는 세상으로, 내 세상은 바뀌고 말았다.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도,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던 이유도, 살아가는 이유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은 나는 결국 껍데기로 변하고 말았고, 관에 누워 아무도 없는 땅에 묻히는 것만을 기다리는 시체로도 변하였다.


...난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점차 사라진다. 결국 늘지도 않을 실력을 늘리겠다고 연습을 하는 것보다,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어딘가의 부품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내가 믿으려고 했던 길을 마지막에는 내가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자신이 정한 길을 후회하는 것은 엄금이다. 세상은 절대로 자신을 긍정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자기 자신조차도 자신을 부정함으로서, 당신은 이윽고 이 세상에 완벽히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고독은 평화롭지만 한가롭다. 부정은 자신을 성장 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그 발판에 올려져 있는 가시 또한 부정이다. 그러니까, 언젠가 부정하게 되는 자신을 기다리는 것보다, 잘못되어 있는 자신을 제외한 그 모든 것을 긍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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