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아라 그리고 두 번 다시 떠오르지 말고 익사해라

-불행한 척은 그만두고, 나는 나 자신의 목을 졸랐다.

by 인간실격

나의 세계를 완전히 매장시킨 나는 완전한 껍데기로 변모했다. 그것은 곤충이 날개를 펼치고 남긴 하나의 껍데기였다. 실하게 차있던 그 내용물은 진작 사라지고 남은, 아무런 가치없는 존재하는 의미도 없는 평범한 쓰레기. 침대에 누워 시체로 변한 내 주위에는 벌레가 꼬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 몸을 파먹기 시작했다. 다리를 내장을 눈을 이빨을, 세계에 남길 그 무엇도 남기지 않고 자신들의 영양분으로 삼기 위해 이리저리 물어뜯었다. 그 좁쌀 같이 작은 몸통들이 나의 팔 다리를 훨씬 넘는 크기가 되서야, 머리를 쥐어싸던 나는 새벽에 잠을 잘 수 있었다.


하루 2시간부터 3시간. 가장 길 때는 4시간, 그나마 잠들었다면 새벽에 깨버린다. 몽환의 세계에서도 나는 추방 당한 채 회색의 세계를 방황했다. 머릿속의 나는 나에게 괜찮냐고 묻는다. 걱정의 말을 뒤로한 채 나는 그 말을 장난으로 받아들이며 고개를 저었다.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청렴했다. 깔끔하고, 건조했다. 진흙조차 생기지 않을 정도로 머리는 말끔했다. 나는 힘들지 않았다.


문뜩 거울을 통해 바라본 쥐어 뜯은 머리가 조금 비어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습관적으로 쥐어뜯기는 했지만, 그게 이 정도로 비어보일 줄은 모르고 머리를 기르자고 생각한 나는 학교로 향하고, 그 이상하리 만치 깔끔한 정신을 가지고 수업에 임했다. 본래 이해도 가지 않고, 그저 선생님들이 써내린 것들을 필기만 하던 나에게 힘든 일은 없었고, 그날도, 그 다음 날도 안전하게 수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새벽에 밤을 지세웠지만 학교의 하교까지는 끝마쳤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잘라내고.

잘라내고 쓰고 잘라내고 없애고 불태우고 부정하고 다시금 감정을 만들고.

가면을 쓰고 머리를 비우고 다시 쓰고...


그리고 결국,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나 스스로의 손으로 내 마음을 자꾸 후벼파고 있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정신병원을 가보자고 마음 먹었던 것도, 아버지에게 차마 듣기도 싫었던 말을 들었던 것도, 내가 불면에 시달렸던 것도, 집을 하루 가출한 것도. 그 모든 경험들이 처음이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도 없던 감정들은 나에게 있어 새로움이 아닌 괴로움을 안겨줬다.


시체처럼 가지런히 누워 침대에서 또 다시 불행한 척을 하던 때에, 나는 내 안에서 또 다시 다른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말았다.


내 인생의 목표는 간단하지만 부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나이를 먹고, 혹은 그 전에 부모님이 나에게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면서 효도를 하는 것. 그래, 내 이름을 세상에 남겨보자. 이름을 이 세상에 새기면 그때는 또 돈을 잘 벌태고, 그때야 나는 부모님을 행복하게 할 방법을 찾게 된 걸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허황된 꿈이다. 말도 안되는 꿈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보면서 단 한 번의 자랑스러움도 느낀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나이를 먹고, 고등학생의 세월을 지내고 있었음에도, 나는 이뤄낸 업적이 단 한 가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잘 한다고 생각하는 내 글로 성공을 했다면, 분명 나는 부모님의 세월을 보답할 수 있었을 텐데. 아아, 너는 또 다시 허송 세월을 보내며, 억지로 이빨을 씹어먹는구나.


분명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 가족이, 나에게 있어 너무 멀었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던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몸으로, 후회만을 곱씹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나 혼자,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내 주위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혹은 내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

한심하다면 바뀌어라. 눈을 파내지 말고 주위를 바라봐라.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최악의 자신을 생각한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항상 나의 곁에 서있었으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목을 졸랐다.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역겨운 거품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이윽고 하나를 잃어버린 기분을 느꼈다.


가라앉는다. 가라앉았다는 착각은 나를 또 다른 심연으로 끌고 갔다. 나는 한 가지 부러지며 깨달았다.


자신을 지탱하는 세계를 만들었다면, 자신의 목표를 한 개 이상 만들어라. 몇 개든 상관없이,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답답한 짓거리는 하지 말자. 이룬 순간, 그리고 이루지 못한 순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절망과 고통을 맛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이루지 못했거나, 이룬 순간에, 또 다른 이상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의미의 문어발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무리는 하지마라. 만들어낸 그 이상들을 꼭 이루길 바란다.


-천천히 가라앉는 심해의 주위를 바라보니, 그 근처에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어둠 뿐이었다. 폐가 찌그러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나에게 불행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나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고통만이 내 눈에 보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