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찢어질 것 같은 고성이 고막을 때려댄다

-셀 수 없는 손과 눈들이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매도와 혐오를 던져댄다.

by 인간실격

아침에 일어나면 기상 후, 간단한 세안 끝에 옷을 입고 학교로 등교하고, 가끔씩 하늘을 바라보기도, 부러워하면서도 편의점과 가까워진다면 1+1 행사를 하는 카페인 음료를 사서 하나는 가방에, 하나는 입에 쳐 넣는다. 하늘을 체공하는 듯한 정신을 가까스로 몸에 집어넣은 다음에는 다시금 길을 걷는다.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며, 얼굴을 주물러 굳어가는 입가를 만져보기도 한다. 썩어가는 사과를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그 고름이 입 안에 가득 차는 것처럼, 내 입에는 고름이 가득했다. 그 따뜻하고 무른 고름이 목을 향해 나아갈 때면 언제나 내 배의 안에서는 새의 날갯짓이 한가득 일어났다.


여름은 뜨거웠다. 매미의 사랑 타령을 듣다 보면 고막이 천천히 녹아내린다. 힘껏 피어올라야 했던 꽃이 시들고, 향기로워야 했던 과일이 절로 썩어가는, 부패의 계절이다. 열정조차 썩어내리는 지금에서야 나는 무엇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무엇을 빛내며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냥 평범하게 길을 가는 것뿐이다.


등교 길을 끝까지 가다 보면, 정처 없이 도달한 발자국의 끝에는 견고한 벽이 홀로 고고히 서있었다. 그것에 막혀 분해하기도, 그 앞에서 욕을 열심히 내뱉어 보기도, 불만에 못 이겨 발로 툭툭 칠 때도 있었지만, 나는 이제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그 벽이 닿지 않는 곳으로 천천히 돌아 걸어 도달해야 할 곳으로 걸어갔다. 분하다는 감정을 가지는 것이 좋았을 때도 있었다. 열정과 분노라도 있었던 때가 좋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감정들은 전부 썩어 들어가 버렸다.


반에 들어와서는 가만히 앉아 조금 글을 쓰거나, 휴대폰을 바라본다. 곧 있으면 시험이라고 하건만, 이미 진작 공부 따위는 집어치워 버린 한심한 인간. 바라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는 뒤태, 옆, 정면을 누군가는 바라본다.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책상에 엎드린다. 엎드린 내 목에 못을 박아 넣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가시 박힌 월계수관을 머리에 쓴다. 다만 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벌하기 위한, 처음부터 역겹고,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처참한 신분증이었으니까.


얼굴을 만지작거린다. 더 이상 얼굴이 굳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 이 단계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입가를 만지작거리지 않는다. 바보 같은 웃음을 보인다. 그제야 그 멍청함을 드러내며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중학교 때, 초등학교 때,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 때도, 아이들의 눈에는 내가 부족해 보이는 것 같았다. 어딘가 덜떨어져 보이는 나머지, 동네 바보 같은 이미지로 통하는 것 같아 무서웠다. 그들은 웃지는 않았지만 나의 인사를 받아준다. 그들의 얼굴이 한 차례 경직된 끝에서야 나는 인사를 그만둔다.


억지로 활기찬 척을 해봤자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부족한 나일뿐이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그저 알맞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름을 부르고, 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한 때의 유희를 가지는 일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젠 신경 쓰지 않는다. 이건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일방적인 감각이었으니까.


나는 그들에 비해 늘 부족했다. 욕망도, 욕심도, 재능도, 준비도, 생각도. 그러니 나는 그들에게 의심을 품는다. 그들에게 섣불리 다가갈 수 없다.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아 다가가는 것을 그만두고 두려워한다.


무서워 뒷걸음질을 치니, 그제야 멀어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족과, 친구, 학교의 인원들. 그들은 나 홀로 두고 자신들의 길을 찾아간다. 너는 홀로다. 그리 무서워해서 모든 것을 놓치고만 어리석은 자이다.


그러니 다시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말자. 그들에게 있어 너는 그저 하나의 돌멩이일 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몸이 조금 쑤셔왔다.


-귀를 찢을 것 같은 고성이 고막을 마구잡이로 때려댄다. 그것을 버텨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셀 수 없는 수천수만의 손과 눈이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멸시 혐오 증오 매도 슬픔. 각종 감정들로 덩어리 진 질문들을 나에게로 쇄도시킨다. 그것들은 전부 스스로가 만들어낸 질문들이다. 너에게 무슨 가치가 있는가. 너는 어째서 슬퍼하는가. 그렇게 해서 얻어내는 것은 무엇인가. 왼쪽부터 쭉 나열된 손들이 내 팔다리를 잡아 끈다. 그 손 길에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고 하니, 나는 한 마리의 곤충이 되어 박제되었다.

나는 이방인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감히 손가락을 그들 사이에 집어넣은 괘씸한 재앙이며, 역겨운 토사물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천천히 그들에게서 등을 돌려 도망갔고, 나에게서 그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돼서, 나는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리니, 손과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지켜주던 마지막의 사슬을, 나는 끊어내고 만 것이다. 괴물을, 내가 만든 수많은 절망들을 바라보고 말았다.

""귀를 찢을 것 같은 고성이, 고막을 마구잡이로 때려댔다.""


사람의 관계는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다 신뢰로 이어져 있다.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금기이다. 절대로 이뤄져서는 안 되는 중죄이다. 의심하는 순간 너는 너를 지켜주고 있던 그들로부터 천천히 멀어져만 간다.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가는 저 머나먼 유령선처럼, 우리는 필시 홀로 떠돌게 되리라. 그러니, 그들이 너를 진심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상, 네가 그들을 먼저 져버리는 일은 하지 마라. 한 번 끊어진 밧줄은 두 번 다시 제대로 이어질 일이 없을 것이다. 한 번 부러진 팔이 두 번 다시 그 단단함을 자랑하지 못하는 것처럼, 조금 다시 이어진 그 밧줄은 급조되어 덜렁거리는 것에 불과하니까.


그것이 오래된 신뢰라면 더더욱. 당신들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